나만의작업실

누구나 가슴 속에 쓰고 싶은 '글' 하나쯤은 품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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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끔나롱

2022.07.14 15:47

조회수 246


간혹 그런 사람을 볼 수 있죠. 속에 꾹꾹 눌러 둔 끼를 다 누르지 못해 숨 쉬듯이 그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하지만 꼭 그렇게 끼가 넘쳐서 주체할 수 없는 사람만 '끼'를 갖고 있진 않잖아요. 사실, 우리도 살면서 여러가지 이유-밥벌이가 안되서, 나이에 맞지 않은 것 같아서, 함께할 친구가 없어서 등등-로 수줍게 가슴 속에만 품고 있는 꿈이 하나쯤 있는데.

저는 어릴 적부터 공상이 많은 아이였어요. 몸으로 뛰어놀기보다는 조용히 생각하고 노는 걸 훨씬 좋아했어요. 의미없이 끄적이는 낙서로만 공책 몇 권을 쓸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공상의 종류는 한계가 없었어요. 어느날은 즐겨 보는 만화 주인공이 되었고, 또 어떤 날은 아예 다른 이야기를 지어내어 스스로 화자가 되기도 했어요. 이야기의 독자도 오로지 저 한 사람 뿐이었죠.

혼자서 길을 걷는 것만큼 공상하기 좋은 시간이 없었어요. 아무도 생각을 방해하지 않는데다, 다른 사람의 눈에도 멍하니 앉아있는 것보단 훨씬 괜찮게 보였거든요. 그렇게 걸으면서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세파에 지친 저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기분 전환이 되곤 했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한테 이런 제 취미(!)를 밝히는 건 참 부끄럽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주로 하는 공상은 소위 '문학'이라고 하기엔 한참 가벼운 것들이었으니까요. 아주 나중에야 장르 문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 얼마나 기뻤는지! 딱 제가 좋아하고 열광하던 이야기였거든요.

하지만 그 뒤로 남들 하는 만큼만 하고 살겠다고, 취미나 꿈 따위는 잠시 삶에서 접어 뒀어요. 저에겐 공상에 빠지는 것보다 더 급박한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좋은 대학도 가야 했고, 시험 준비도 해야 했고,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기도 해야 했죠. 그러면서 조금씩 느꼈어요. 아하, 사람이 말라간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살기 위해서, 저는 틈틈이 제가 소싯적 좋아하던 장르 문학을 읽었어요. 세상이 좋아져서 전자책이나 웹연재로 책을 읽게 되니 편하더군요. 남들에게 어떤 책을 읽는지 내보일 염려도 없고, 무엇보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투리 시간을 저의 힐링에 쓸 수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터져나왔어요.

아,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텐데.

실제 저의 작업대(!)입니다.

어느 정도 사회인으로 자리잡고 안정을 찾게 되자, 그동안 속에 담아두었던 저만의 이야기들이 바글바글 끓어 올랐어요. 부끄럽지만 익명의 힘을 믿고 한 사이트에 제가 쓴 판타지 소설을 한 편 올렸어요.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힘을 내서 한 편씩, 또 한 편씩 이야기를 쌓아나갔어요. 그랬더니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공상 많던 그 아이는 결국 '출간 작가'가 될 수 있었어요.

취미의 존재는 생각보다 무척 소중한 것이었어요. 저를 저답게 살게 해 주는 것이면서, 직장인으로 살던 저에게 또 다른 정체성이 되어 줬거든요.

저는 사람마다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다 하나씩 가슴에 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각각의 인생이 다르듯, 세상에 존재할 이야기의 가짓수도 그 이상일 텐데.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것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 몰라요!

가끔은 이렇게 방해도 당하지만......

세상에 하찮은 인생이란 없는 것처럼, 보잘것 없는 이야기란 건 없어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어요. 내 이야기를 보여 줄 공간도 전보다 훨씬 많아졌고요.

혹시 아나요?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가슴을 뜨겁게 울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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