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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리수2
2026.06.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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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년 모모는 로자 아줌마와 함께 삽니다. 로자 아줌마는 한때 거리에서 몸을 팔았고, 지금은 파리 뒷골목에서 다른 창녀들의 아이들을 맡아 키웁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것들
모모를 둘러싼 어른들은 하나같이 세상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카메룬 출신의 청소부, 이삿짐을 나르는 형제들, 불로뉴 숲에서 밤을 보내는 여장 남자 롤라 아줌마, 밤늦게 찾아오는 가난한 환자도 마다하지 않는 카츠 선생님. 주류 사회에서 한발 비껴선 이들이 서로를 기대며 살아갑니다.
그 중심에 로자 아줌마가 있습니다. 늙고 병들어 칠층 계단도 오르지 못하는 거구의 여인. 그런 그녀를 이웃들은 안아 올리고, 씻기고, 함께 산책을 나섭니다. 세상이 허락한 것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세상이 되어주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모모는 궁금한 게 생기면 양탄자 행상 하밀 할아버지에게 달려갑니다. 항상 빅토르 위고의 책을 들고 다니지만 눈이 어두워 읽지 못하는 노인. 그에게 모모가 묻습니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한참의 침묵 끝에 할아버지가 답합니다. "그렇단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입니다.
그 순간 모모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살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요.
끝까지 곁에 있다는 것
로자 아줌마의 정신이 조금씩 흐려집니다. 갑자기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고,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시절을 헤매기도 합니다. 카츠 선생님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병원행을 권하지만, 모모는 그녀를 보낼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고칠 수 없어도, 고치려 하지 않고 그냥 곁에 있는 것. 소설은 그것이 때로 가장 큰 사랑의 형태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삶은 그 자체로 충만하다
이 소설에는 화려한 것이 없습니다. 성공도, 반전도, 구원도 깔끔하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읽고 나면 마음이 가득 찬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아마 이 한 문장 때문일 겁니다.
삶은 비록 보잘것없이 초라할지라도, 그 자체로 벅차오르도록 충만하다. 사랑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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