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정혜신 《애도연습》

리수2
2026.06.12 22:53
조회수 17

배우 김자옥 씨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다행이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주어져서 다행이라는 뜻이었다고 해요. 처음엔 의아했지만, 정혜신의 《애도연습》을 읽으며 그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그리고 '지금 여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예고 없는 이별을, 저자는 지진을 만난 도시에 비유합니다. 살아오며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일이라고요. 대부분의 죽음이 그렇게 갑작스럽기에, 우리는 늘 준비 없이 그 앞에 서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가 택한 삶의 방식은 '지금 여기',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영영 못 보게 되더라도 덜 후회할 수 있도록, 매 순간을 충분히 사랑하며 사는 일. 그것 말고 미래를 대비할 다른 방도는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죽음에 대한 유일한 대비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이 있습니다.
죽음을 위한 대비란,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사실 외에는 없다.
역설적이게도 저자는 죽음을 준비하고 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오히려 더 명료해졌다고 합니다. 잘 이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살아가기 위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충분히 사랑하라는 것. 그 사랑을 서로 확인하며 사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준비라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일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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