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하루 한 잠 필사 '부사와 인사'
마늘맛고추
2025.02.18 18:23
조회수 10
오늘의 필사 김애란 산문 <부사와 인사>
나는 부사가 걸린다. 나는 부사가 불편하다. 아무래도 나는 부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조그맣게 한다. 글 짓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부사를 꽤 좋아한다.나는 부사를 아주 좋아한다. 나는 부사를 매우 좋아하며, 절대, 제일, 가장, 과연, 진짜, 왠지, 퍽, 무척 좋아한다. 등단한 뒤로 이렇게 한문장 안에 많은 부사를 마음껏 써보기는 처음이다. 기분이 참' 좋다.
그것은 설명보다 충동에 가깝고 힘이 세지만 섬세하지 못하다.부사는 동사처럼 활기차지도 명사처럼 명료하지도 않다. 그것은 실천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만날 큰소리만 치고 툭하면 집을 나가는 막내 삼촌과 닮았다. 부사는 과장한다. 부사는 무능하다. 부사는 명사나 동사처럼 제 이름에 받침이 없다. 그래서 가볍게 날아오르고, 허공에 큰 선을 그린 뒤 '그게 뭔지 알수 없지만 바로 그거'라고 시치미를 뗀다. 부사 안에는 뭐든 쉽게 설명해버리는 안이함과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안간힘이 들어 있다. 참, 퍽, 아주 최선을 다하지만 답답하고 어쩔 수 없는 느낌. 말이 말을 바라보는 느낌. 부사는 마음을 닮은 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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