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문장수집_Fernando Pessoa

이로케
2023.05.22 02:30
조회수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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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의식과 생각으로 채우는 방식으로만 존재해왔다. -85p
추상적 지성은 피곤을 유발한다. 그 피곤은 육체적인 피곤처럼 우리를 짓누르지 않고, 정서적인 피곤만큼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 않지만 다른 어떤 피곤보다도 더욱 끔찍하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의식으로 발생한 중량이다. 영혼으로-호흡할-수-없음의 상태다. -94p
어떤 사람은 희망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희망을 가지면 인생이 공허해진다고 말한다. 모든 희망과 모든 희망 아닌 것을 포기해버린 나에게 삶은 오직 나를 가두는 껍데기이며 피상적인 그림일 뿐이다. 나는 인생을, 마치 줄거리 없이 오직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연출된 연극인 양 바라본다. 어떤 요소가 결여된 무용,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구름 속에서 스스로 색을 바꾸는 햇빛, 도시의 여러 구역에서 우연의 경로에 의해 그려지는, 오래된 거리들의 뒤엉킴.
(···)
내 감성의 의식을 차지한 평화로운 불만족의 한가운데서 출몰한 공허함과 권태감은 얼마나 자주 나와 마주치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가! -342p
수치스러울 만큼 깊숙한 마음속에 나는 내 의식의 외적 성분을 구성하는 매일의 인상들을 기록한다. (···) 관념의 오솔길을 지나고 혼돈의 터널을 통과하여 자신의 갈 길로 가버리는 불안한 말을 이용해서, 나는 인상들을 붙잡는다. 이런 일을 해봐야 나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 하지만 글쓰기는 나를 안정시킨다. 그것은 호흡곤란환자에게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과 같다. -571p
“너를 보호된 이중의 존재로 만들어라,
그래서 보거나 응시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도록, 너라는 정원 이상은...
속마음 모를 겉치레 정원,
그 뒤에 토박이꽃에 스치는
너무 초라해서 너조차 못 본 풀...”
-1935년 9월 추정 페소아 ‘나의 시'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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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페소아는 무명의 작가였다. <불안의 서>는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지만 페소아의 페르소나인 소아레스가 주인공이 되어 쓴 글이다. 스토리가 있지도 않고 순서나 구성도 없다. 그저 수백 개의 일기 형식의 단상들을 모아놓은 글이다. 사후 발견 된 유고를 포함하여 50년간 연구되어 1982년에 비로소 태어난 글들....
온갖 심상과 관조, 열망, 불안
그의 심연이 남긴 흔적들을 고스란히 더듬어 느끼고 있다.
무명의 作은 존재를 뛰어 넘어 여전히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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