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집스터] 이도담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받은 영감

2024.10.23 10:17조회수 2648


about #집나간집스터

집 생활이 더욱 풍성해지도록 돕는 꿀단집의 코너 속 코너! '집 나간 집스터'를 소개합니다. '집 나간 집스터'는 홈 크리에이터들에게 도움이 되는 바깥 활동과 공간, 콘텐츠 등을 소개합니다.



🎨

예술가의 작품을 보는 것만큼이나, 예술가의 공간을 둘러보는 경험도 적지 않은 여운을 주는 것 같습니다. 동시대인이든 과거의 유명인이든 그들의 작업실이나 생가 등을 방문하는 게 일종의 문화 체험으로 인식되는 것만 봐도 그렇지요.


개성적인 미감과 세상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가진 인물의 공간을 보다 보면, ‘나도 내 공간을 내가 흥미로워하는 것들로 의미 있게 꾸미고 싶다’ 하는 마음이 자라는데요.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이도담 회화 작가님(@dodam9)이 서울에 마련한 새로운 작업실에 다녀온 후, 다양한 마음이 동시다발적으로 마구 피어올랐던 것 같아요. 내 집도 깨끗하게 필요한 것만 남겨서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것들이 더 돋보이도록’ 만들고 싶다고!


저는 일주일에 바깥 약속 하나만 잡혀도 버거움을 느끼는 상당한 집순이지만, 집을 일하고 쉬는 곳으로 여길 뿐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법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늘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지요.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어떤 힌트를 발견하게 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요. 물론, 그의 공간에서 가장 깊은 아우라를 뿜는 것은 역시 작품들이지만, 못지않게 아름다운 작은 구석들이 있었습니다. 사물 하나하나 다 의미 있었죠. 작가님이 애정하는 사물과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경험 덕분에 내가 머무는 곳에도 귀하고 유일한 이야기로 채우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이 특별한 기억을 집스터 여러분들에게 짧은 후기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❶ 작가의 캔버스 : ‘결핍’이라는 구멍에서 피어난 첩첩의 세계




< Editor's 후기 >


작가의 작업실에 방문하는 일은 조명이나 동선, 각 그림들과의 간격이 계산적으로 정돈되어 있는 전시회에서 그림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말하자면, 이곳은 조금 더 ‘야생적’이죠. 작업의 시작과 과정과 결과가 한 데 엉켜 있고, 제멋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아티스트만이 알아볼 수 있는 비밀스러운 질서가 흐르는 것도 같아요.


이도담 작가님과의 인연은 2019년에 진행한 모 매체 인터뷰로 시작됐는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결핍’이라는 인간 내면세계의 불온한 감정을 탐구하고 있어요. 붓으로 가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왔다고, 저는 표현해 봅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의 시간 동안 이도담 작가가 골몰하는 ‘결핍’의 세계는 이제 자기 자신 한 명분에 국한된 깊은 구멍이 아닌,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틈으로 들이치는 빛처럼도 보여요. 그만큼 색감도, 구현되는 자연물 종류나 인물의 스타일도 다양해졌죠! 


청주에서 서울로 터전을 옮기면서, 작가님 개인사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제 일기장에 이런 이야기를 쓴 적 있는데요. “쓰게 될 것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삶. 삶이 먼저여야 한다.” (저는 오랜 시인 지망인이랍니다.) 그 믿음의 진가를,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공간에서 보게 된 것 같아 기쁜 하루였습니다. 작업실 곳곳에 비치된 완성된 작품과 진행 중인 작품 틈바구니에서 그의 오랜 팬으로서 몹시 설렜네요. 삶을 먼저 살고 이루어낸 작업물은 언제나 빛이 나는 것 같아요. 


아직 물건이 가득 채워진 상태는 아니었지만, 작가님 취향대로 첩첩 쌓이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아요. 내면의 변화가 그림에도 들이치고 있다는 게 드러나는 만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그가 품을 것들이 무궁무진하겠지요!






❷ 도담 작가님’s Pick: 자잘하지만 결코 하찮지 않은 세 가지 물건




첫 번째, 화병과 꽃

“꽃과 같은 자연물은 인물만큼이나 대등하게 그림 속에서 중요도를 차지한다. 예전에는 작업 시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자연물을 이용했는데, 이젠 그 자체로 아름답게 여기고 있다. 원래 꽃에 큰 애정이 없었으나, 부모님과 함께 주택에서 살 때 엄마가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꽃과 나무가 뿜는 에너지와 생명력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인물을 그릴 땐 너무도 빽빽하고 복잡한 내면을 마주하는 게 힘들기도 한데, 자연물은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그 자체로 자유롭게 존재하기 때문에 그릴 때도 마음이 편해진다. 오랫동안 소장한 이 파란 화병은 서울로 터전을 옮긴 지금까지도 날 따라와서 작업실에 자리한다. 종종 잊지 않고 꽃을 사둔다.”




두 번째, 유니크한 패턴의 컵

“아름다운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의 식기류에 큰 매력을 느낀다. 요리를 즐기지 않아서 접시류를 많이 들일 순 없었지만, 물은 평소에 자주 마실 수밖에 없으니 컵은 종류별로 다양하게 모으게 되었다. 그중에서 요즘에는 이 컵을 애정한다. 좋아하는 색인 푸른 빛의 무늬가 도포되어 있으면서, 형태감도 독특하다.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아름다움, 나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함에 골몰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 <베르나르 뷔페전>에서 산 엽서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다시 생각하게 만든 '베르나르 뷔페전'에서 들인 엽서다. ‘찐’을 만나게 되면, 그 작업물이 내 취향이 아니라 하더라도 진정으로 감명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준 아티스트였다. 그래서 전시 관람 후, 베르나르 뷔페의 초상 옆에 그의 모습이 동시에 담긴 엽서를 일부러 골랐다. 오래 두고 보고 싶어서 액자에 넣어뒀다. 우여곡절이 많았음에도 그림에 전 생애를 바친 뷔페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과 여운을 느꼈다. 작업실에서 시선을 돌릴 때마다 이 액자를 보게 되는데, 그의 ‘태도’를 나도 내 안에 새기게 된다.”



✍️ 이도담’ 작가님의 다양한 행보와 작품이 궁금하다면? (여기!)





❸ Editor’s Pick : 내 취향으로 들이는 화병, 컵, 액자

"작가님이 골라주신 세 가지 아이템 모두 대단히 비싸거나 보기 드문 카테고리의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화병, 컵, 액자 같은 아주 일상적인 것들을 작가님 기준 대로 들인 것이지요. 작업실 방문 이후로, 저도 절 위한 작은 것들을 골라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지요. 공방에서 직접 제작하여 하나하나 그 자체로 아티스틱한 오브제이기도 한 아이템들입니다!"


©시유하다


“저는 제 취향의 화병을 따로 구매해본 적이 없어요. 음료를 마시면 배출되는 유리병으로 쓴 게 일상이었지요. 그것도 나름 예쁘긴 합니다만, 어쩌다 들어온 두어 개의 화병도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디자인인 게 못내 아쉽긴 했죠. 수입이 불안정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면 그 화병조차도 쓰지 않았는데요. 경제적으로든 마음적으로든 날 위한 넉넉한 마음이 사라졌을 때 제일 먼저 집에서 추방되는 게 ‘꽃’이라는 걸 알게 되고 슬펐답니다. ‘꽃’이 없어진 어느 날은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조짐처럼도 느껴졌어요. 그러나 그 말은, ‘꽃 한 송이’면 나는 다시 회복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도 있다는 뜻 아닐까요? 이제 다시 일상을 잘 가꾸고 싶어집니다. 보통의 화병도 좋지만, 화병도 취향껏 골라 들인다면 새로운 기분으로 꽃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렁크셀렉션


“제비컵은 속초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처음 만난 컵인데요. ‘벨집’이라는 제주 공방에서 제작된 핸드메이드 컵이지만, 전국 각지의 공예 셀렉숍와 카페 등에 입점되어 있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보신 분도 있을 거예요. 당시 속초 여행에서의 기억이 아주 특별하게 남았기 때문에 기념품으로 하나를 살까 말까 망설였던 기억이 나는데요. ‘컵은 이미 찬장에 많이 있는 걸…’ 하며 단념하였지요. 그러나 이도담 작가님의 말씀처럼 ‘나이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저도 너무 구두쇠처럼 굴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좋아하는 컵에 물을 따라 마시면, 평소보다 더 자주 마시게 되지 않을까요? 이 컵을 온라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해 보려고요.”



©twl


“생일에 친구로부터 액자 하나를 받은 적 있어요. 푸른 빛 스테인드글라스로 프레임이 제작된 어여쁜 것이었는데요. 두고두고 보고 싶을 만큼의 사진은 딱히 없어서 고민하다가 돌멩이가 프린팅된 작은 엽서를 넣어뒀지요. 그런데 액자와 엽서의 시너지가 엄청나더라고요. 엽서 속 돌이 평범한 돌이 아닌, 우주에서 건너온 돌의 표본처럼 보이고요! 이게 프레임의 힘이구나,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인상적인 경험이었답니다. 견고하면서도 앤티크한 형태의 나무 액자도 탐이 나네요. 어떤 사진을 넣어도 저절로 서사가 뚝딱 만들어질 것 같지 않나요?”   



⊹⊹

회화작가 이도담 님의 작업실 방문 후
작품에서도 공간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은 것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소회를 써보았습니다!

누군가의 공간을 봤을 뿐인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여러분이 갖고 있는 애장품은 무엇인가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깃든, 내 생활 철학이 깃든 물건들을 소개해 주세요
✍️✨



Credit

Editor Haeseo Kim

Design Jaehyung Park

Production SIDE Coll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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