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집스터] 초가을의 어느 날, 공원에서 혼자 노는 법

2024.09.04 10:34조회수 6085

about 집 나간 집스터

집 생활이 더욱 풍성해지도록 돕는 꿀단집의 코너 속 코너! '집 나간 집스터'를 소개합니다. '집 나간 집스터'는 홈 크리에이터들에게 도움이 되는 바깥 활동과 유용한 공간, 전시 등을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좋아하는 계절이 있나요? 저는 누구에게나 덥고 추운 계절보다, 어느 쪽으로 분류해야 할지 애매한 계절을 좋아해요. 누군가는 “아직 여름”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벌써 가을”이라고 말하는 지금이요. 김치찌개도 좋고 된장찌개 좋아서, 짜장과 짬뽕을 좋아하는 이유가 달라서 어느 것 하나 쉽게 고르지 못하는 성격 탓일까요? 😂

매년 짧게 주어지는 계절의 경계에서, 저는 꼭 공원으로 향합니다. 이 시기엔 (짬뽕 반 짜장 반처럼…) 두 계절의 매력을 모두 맛볼 수 있거든요. 제가 공원에서 뭐 하고 노는지 함께 보실래요?




거실에 앉아 타닥타닥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다가, 살짝 열린 창 틈으로 들어온 미풍을 맞았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 여름의 마지막 챕터에 이르렀음을 직감했다. 나는 거실의 커다란 창문을 더욱 활짝 열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뱉었다. 맑고 가벼운 공기가 속을 꽉 채웠다가 쑤욱 빠져나갔다. 올해도 다행히 *처서 매직이 일어났군. 하늘은 선명히 파랗고 구름은 생크림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이대로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길고 긴 무더위 끝에 드디어 피크닉의 계절이 돌아오지 않았나! 나는 곧장 거울 앞으로 가 얼굴과 목, 그리고 팔에 선크림을 두껍게 발랐다. 겨울이 초봄에 꽃샘추위를 남기듯이, 여름은 초가을에 강한 자외선을 남겨두니까.


*처서 매직: ‘더위가 그친다’는 절기 처서가 지나면, 기적처럼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는 신조어.


집 근처에서 따릉이 자전거를 빌려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를 앞으로 움직이니, 공기가 선뜻 길을 트며 바람이 되어 귀와 얼굴을 스쳤다. 따가운 햇빛에 볼이 화끈거렸지만, 바람이 말도 안 되게 시원했다.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늘 너무 쉽게 좋은 기분을 선물한다.


🥐 좋아하는 카페에서 빵과 음료 테이크아웃


피크닉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과일을 챙기기엔 배가 출출했고, 급히 뛰쳐나온 주제에 거창한 도시락은 부담스러웠다. 흠, 뭘 먹을까? 이럴 때 샌드위치만큼 간편하고 든든한 음식도 드물다. 나는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서 잠봉뵈르 크루아상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포장해 곧장 공원으로 향했다.




희끗 색이 바랜 장미들, 비정형으로 떨어지는 분수대의 물줄기, 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볕을 피하는 비둘기 무리와 까치, 걷기와 조깅 사이의 속력으로 달리는(?) 할아버지들, 휴가 나온 군인과 여대생, 아이돌 그룹 공연 홍보 현수막… 도시의 시간은 숨 돌릴 틈도 없이 흐르는 오후인데, 이곳 공원에서의 시간은 저마다 다르게 머물고 나아갔다.

🎞️ 녹음과 어울리는 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 (1993)



나만의 피크닉 장소에 도착했다. 그늘 한 뼘도 없이 푸른 들판 가장자리에 놓인 은행나무 아래. 바로 이곳이 오늘 나의 휴양지다. 잠시 어딘가로 숨고 싶을 땐, 내가 찾는 동굴. 여기는 공원 바깥 주차장으로 빠지는 산책로 부근에 있기도 하고, 공원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않는 곳이라서 왁자지껄한 소음 대신 새소리나 매미 소리만 가득하다. 자전거를 세우고 탁 트인 들판이 잘 보이도록 돗자리를 깔았다. 여기서 영화를 보다가 스르륵 낮잠에 들 계획이다.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여섯 살 프리다의 시선과 감정으로 그려진 영화다. 프리다의 엄마가 폐렴으로 죽자, 집안의 어른들은 프리다를 시골 외삼촌 댁으로 보낸다. 외삼촌 부부와 사촌 동생 아나는 프리다를 따뜻하게 맞이하지만, 여섯 살 아이는 어쩔 수 없는 박탈감과 외로움에 자꾸만 삐뚤어진 행동을 한다. 일부러 우유를 엎지르고, 동생 아나를 숲속에 남겨두고 돌아와 모른 척하고, 주말에 찾아온 이모에게 외숙모가 자신을 구박한다고 말하고. 급기야 가족들이 모두 잠든 캄캄한 밤에 가출을 감행하기까지 이른다.




끊임없이 눈과 귀로 어른들의 표정과 말을 좇는 프리다의 모습에서 어느 날의 내가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 나에게 베푼 배려가 인사치레로 느껴지던 날들, 어떤 가족의 화목이 사무치게 부럽다 못해 미웠던 날들,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던 날들. 그때엔 내 마음이 깊은 바다 속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사랑이 간절한 마음과는 다른 행동이 튀어나올 때마다, 나는 못난 사람이라며 나 자신을 학대했다.

p.s. 이 영화의 결말은 손에 꼽을 만큼 좋은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말하지 않겠다! 이유 모를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 결말이 오래 마음에 남을 것이라는 점만 밝혀 둔다.

🦦 하늘 멍 때리다가 낮잠 자기

나무 그늘 아래를 전체 대관한 것 마냥 노트북 스피커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주변을 배회하던 한 대학생 커플이 슬금슬금 내 옆에 돗자리를 펴기 시작했다. 실례가 되지 않도록 귀에 에어팟을 꽂고 영화를 마저 보다가, 자연의 소리를 못 듣는 게 또 아쉬워 그냥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 누웠다. 다시 수컷 매미의 구애가 맴맴 들려오고, 새들은 누구 흉이라도 보는지 쉴 새 없이 짹짹거린다. 여름의 막바지라 그런지 빛의 변화가 조금 빨라졌다. 영화를 보는 사이에 해가 많이 기울어 조금 전보다 은은한 풍경이었다. 밑에서 올려다본 은행나무에는 열매가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무르익으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이 달콤한 매실 같기도 했다. 성숙한 어른 은행이 되기 전 미숙하지만 순수하게 빛나는 청년 은행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남겼다.



✏️ 눈앞의 광경 스케치로 기록하기

잠시 눈을 붙였다 일어나자 대학생 커플은 떠나고 없었다. 나도 자리를 옮기려고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스케치를 그리려고 연필과 노트도 챙겨 나왔으니, 그릴 대상을 찾아볼 요량이었다.

어떤 대상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많은 것이 새롭게 보이고 들린다. 하다못해 산책하는 강아지의 걸음걸이가 희한해 보이고, 풀벌레 소리도 새삼스럽다. 우리가 자꾸만 여행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까? 여행이 낯선 세계를 소화하는 여정이라면, 소풍은 익숙함에 낯설게 머무를 기회다.





마침내 그리고 싶은 대상을 찾았다. 커다란 나무의 밑동과 뿌리. 나무의 뿌리는 대부분 땅속에 묻혀있지만, 어떤 뿌리는 덩치가 너무 커서 자기 일부를 땅 위에 걸쳐둔다. 아무튼, 나무의 밑동과 뿌리가 풍파에 모습을 드러낸 암산의 절경처럼 입체적이고, 사이사이 자리한 이끼도 생생해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바로 앞 벤치에 앉아 연필을 살살 긋기 시작하는데, 연필심이 흔들리더니 톡, 부러졌다. 으악! 연필을 너무 뾰족하게 깎은 탓일까? (나무 밑동 진짜 멋있었는데, 사진이라도 찍어 올걸.)



아쉬운 마음 그대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소풍이니까 이렇게 흘러가도 괜찮을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따릉이 자전거를 빌려서 느릿느릿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공원을 벗어나자 퇴근길 도로는 꽉 막혔고, 거리 위 사람들의 발은 분주하거나 여유로웠다. 파랗던 하늘은 노랗게 물들었고, 볼은 따갑지 않았으며 바람은 더욱 선선했다. 나는 이곳이 내가 원래 살아온 동네라는 것도 잊은 채, 유난히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했다.


fin.


🫣 아직은 집 밖으로 나서고 싶지 않다면?
집에서도 피크닉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아이템 추천!

[슬립타이트오브젝트] forest lake 피크닉 매트



집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본 적 있으신가요? 일반 담요나 러그 말고, 방수가 되는 야외용 매트 말이에요. 바깥에서만 쓰던 물건을 안에서 사용하면, 바깥에서의 경험과 같은 기분이 드는 마법이 일어나요. 특히 돗자리는 역할이 분명하니 더욱 그렇죠. 브랜드 ‘슬립타이트오브젝트’는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러그, 블랭킷, 파우치 등 다양한 패브릭 기반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의 모습을 담은 이 매트를 거실에 펴고, 나만의 홈 피크닉을 만끽해 보세요!


[코지테이블] 일본 우드 피크닉 도시락 원형 런치 박스


여러분은 소풍에서 가장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게 무엇인가요? 저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도시락을 가장 기대한답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제일 중요한 이슈입니다. 어른이 되어선 도시락보단 포장 음식을 많이 먹긴 하지만, 가끔 도시락을 싸면 설렘이 배가 되더라고요. 간편하게 집어먹을 수 있는 메뉴로 소담한 도시락을 만들어 먹어보세요. 집에서도 충분히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LG전자] 스탠바이미 Go




LG 스탠바이미 GO는 어디든 휴대할 수 있는 포터블 스크린이에요. 실제로 캠퍼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죠. 지난 7월 라이프집 팝업 때 집스터 gyopic 님 홈 캠핑 전시 공간에도 놓여 있었는데, 기억하는 분 있으신가요? 뛰어난 화질과 음량 기술에 더해 여행 가방처럼 생긴 캐리백까지 한 구성인데요. 가로, 세로, 테이블 모드까지 원하는 대로 스크린을 활용할 수 있고, 터치 스크린이라 보드 게임도 할 수 있어요. 집에서 캐치볼을 할 수는 없으니, 스탠바이미 Go를 활용해 방구석 소풍을 더 재밌게 즐겨 보세요!


+) more Tip!



캠핑 박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테이블 위에서 식사를 하고 책을 보는 대신, 야외에서처럼 콤팩트한 캠핑 박스를 놓고 여유를 즐겨 보세요. 지금 집덕후박스 홈캠핑편 응모가 진행 중이에요! 응모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총 2500명에게 집덕후 박스 캠핑용 폴딩박스 속에 즉석밥, 국, 탕, 커피, 스낵을 가득 채워 보내 드립니다. 집덕후박스와 함께 집 안에서 캠핑의 바이브를 느껴봐요!

► 집덕후 박스 홈캠핑 편 응모하러 가기! 🧡

바깥 나들이 하기 좋은 요즘, 여러분은 공원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공원에서 즐겨 하는 놀이나 휴식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


𝗘𝗱𝗶𝘁𝗼𝗿 Seulgi Lee

𝗗𝗲𝘀𝗶𝗴𝗻 Jaehyung Park

𝗣𝗿𝗼𝗱𝘂𝗰𝘁𝗶𝗼𝗻 SIDE Coll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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