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단히 아끼고 매만질 때 빛나는 나의 소우주

2024.12.17 10:29조회수 4540

about 사람하나사물셋 #사람하나사물셋은 자기만의 색으로 집이라는 캔버스를 물들여가는 홈 크리에이터와 함께 만듭니다. 인물과 공간, 그 사람의 취향이 담긴 사물 이야기를 라이프집이 애정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사람 하나와 사물 셋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의 색으로 공간을 채워보세요! 🎨


ep.21 부단히 아끼고 매만질 때 빛나는 나의 소우주

일상이 무척 지루하거나 심심하게 여겨질 땐 ‘플럼’이라는 이름을 가진 현경 님(@whale_plum)의 계정을 들여다 보곤 했어요.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담담하게 기록되어 있거든요. 공들여 차렸지만 아이들에게 외면받은 아침, 산책 중 만난 시험 기간을 지나는 학생들의 삶, 나중에 꼭 엄마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사랑스러운 고백. 이토록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은 뭉툭한 연필이 되어 제 마음에 굵은 인상을 남겼어요. ‘다름없는 일상이야말로 찬란한 풍경’이라고 말이에요. 요즘 여러분은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나요? 한 해를 마무리 하며 평소와 다른 이벤트도 많겠지만, 매일 변함없이 부단히 쓸고 닦는 일상이 여러분의 세계를 든든히 지탱해줄 거예요.



안녕하세요. 온라인 잡화점 ‘빌라플럼’(@villaplum_official) 대표 손현경입니다. 혜화동에서의 삶을 기록한 책 <집과 산책>을 썼고, 몇 달 전까지 수원 행궁동에서 작은 숙소도 운영했습니다.

인생은 결코 계획대로 흐르지 않지만, 고이 접어둔 생각들을 마음 서랍에서 꺼내어 읽어 나가면 결국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집’은 저에게 또 하나의 소우주, 제 삶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집’은 생명체와도 같아서 매만지고 사랑하고 보듬어줄 때 더욱 예쁜 얼굴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소홀히 두면 뿔난 아이의 토라진 뒷모습처럼 쌀쌀맞은 표정을 짓기도 해요. 그러니 부단히 쓸고 닦고 아껴줄 수밖에요. 공간은 끊임없는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거든요.

소소한 물건 하나를 고를 때도 오랫동안 신중히 생각합니다. 작은 집에서 살았던 경험 이후엔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만 곁에 둘 것’이라는 한 줄 원칙이 각인됐거든요.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쳐 선택한 친구들을 하나하나 모으다 보면 어느새 저만의 취향이 묻어나는 공간 속에서 머물게 되지요.

아이들이 커가면 집의 온도와 풍경도 조금씩 변해 갑니다. 물고 빨았던 인형들은 장롱 깊숙이 들어가 나오지 않고, 책상 위에는 제 눈에도 어려운 문제집과 시험지가 펼쳐집니다. 다정했던 아이들은 점점 무뚝뚝한 표정의 십 대가 되어 낯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자연스레 변하는 모습을 물 흐르듯 바라보고 응원하는 마음만 갖고 싶어요. 서로를 이해하는 끈이 끊기지 않고 쭉 이어지길, 먼 나중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길, 도란도란 대화가 넘치길, 우리 삶의 울타리는 사랑이길 소망합니다.


애장품 1. 다시 만난 양배추 인형


초등학교 4~5학년 때로 기억해요. 1980년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양배추 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스토리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엄청난 인기를 한몸에 받던 인형이죠. 매일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일까요? 생일날 아침 눈을 떠보니 머리맡에 양배추 인형이 앉아 있었어요. 인형 패키지 안에 입양 증명서가 동봉되어 있던 것도 기억해요. 저는 이 아이에게 ‘젬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매일 손수건에 물을 묻혀 얼굴을 닦아주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었죠. 그러나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자 애정은 시들해졌고, 저는 엄마 친구 분 딸에게 인형을 선물로 주곤 내내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 봄, 폐업하는 인형가게에서 운명처럼 다시 양배추 인형을 만나게 된 거예요. 그때의 감격이란! 잃어버린 제 어린 시절을 몽땅 돌려받는 기분이었어요. 지금 ‘젬마’는 겨울 스웨터로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있어요. 우리 다신 헤어지지 말자!


애장품 2. 페루에서 온 타피스트리


20여 년 전에 부모님께서 중남미 여행을 다녀오셨어요. 보름 정도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의 여행 캐리어에는 중남미 나라들의 신기한 물건이 가득 차 있었어요. 작은 러그부터 돌조각상까지, 엄마는 방문한 나라의 특색 있는 아이템들을 쏙쏙 골라 담아오셨죠.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페루 여인들의 뒷모습이 담긴 ‘타피스트리’였습니다. 이 타피스트리는 오랫동안 부모님 댁에 있다가 제게 왔어요. ‘언젠간 중남미 여행을 가고 말 거야’ 하고 여행을 꿈꾸게 만드는 소중한 애장품이랍니다.


애장품 3. 남편이 만든 주방 양념 선반


몇 해 전 남편은 취미로 목공을 배웠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주말에 틈틈이 목공 수업을 받더라고요. 남편이 만든 작업물들 중 마음에 쏙 든 것은 바로, 이 나무 선반이었습니다. 책상 위에서 책꽂이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가구였어요. 문득 주방에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소금, 후추, 참기름 등 양념들을 올려놓으니, 처음부터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가구처럼 제 역할을 다하고 있어요. 저는 소중한 것은 매일 마주하며 자주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무 선반을 만들어준 남편의 수고도, 여러 양념들처럼 이 선반에 놓여있답니다.


❄️


집을 꼼꼼히 매만지며 삶의 윤곽을 선명히 그어가는 현경 님.

현경 님의 말처럼, 집은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금세 티가 나는 것 같아요.

올해 내내 미뤄둔 집안일이 있다면, 2024년을 마무리 하며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𝗰𝗿𝗲𝗮𝘁𝗼𝗿 HyunKyung Son (@whale_plum)

𝗶𝗹𝗹𝘂𝘀𝘁𝗿𝗮𝘁𝗶𝗼𝗻 Leegoc(@leegoc)

𝗘𝗱𝗶𝘁𝗼𝗿 Seulgi Lee

𝗗𝗲𝘀𝗶𝗴𝗻 Jaehyung Park

𝗽𝗿𝗼𝗱𝘂𝗰𝘁𝗶𝗼𝗻 SIDE Collective

186

596

댓글 등록 시 3미닛 적립 (1일 10건까지)

댓글

백싱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2025.01.31 23:4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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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

이거 정말 따뜻한 글 그림이네요

2025.01.31 23:4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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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요오

집곳곳 따스함이 느껴지네요

2025.01.31 23:4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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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이

일러스트가 기분을 따뜻해지게하는 느낌

2025.01.31 23:4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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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아

​

2025.01.31 23: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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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아양

ㄱ ㄱ ㅑ!! 귀욤워용

2025.01.31 21:1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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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25891

주방선반 ~~
​멋있네요~~

2025.01.30 23:1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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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자0

양배추인형. 귀여워 요

2025.01.30 18: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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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린

주방선반 멋지네요

2025.01.30 17:2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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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ysseyblue8951

남다르고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일러스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실력 또한 부럽습니다.

2025.01.30 17:1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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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균

잘꾸미셨네요 좋아보여요

2025.01.30 16:3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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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바나나

집을 꼼꼼히 가꿔봐야겠어요~~~

2025.01.30 13:5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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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소우주 구경하고 싶네요

2025.01.30 01: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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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0

집을 예쁘게 꾸미셨네요.
​저도 시도해 봐야 겠어요.

2025.01.29 14:1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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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간다

목공 저도 배우고 싶네요

2025.01.29 10:4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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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2

일강속의 평온이네요

2025.01.29 10:0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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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홈

“집구석”에도 사랑과 애정이 필요하네여!!

2025.01.28 06: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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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53

마무리도 시작도 집에서 부터 그집도 나자신이의 시작점이 아닐까싶네요

2025.01.26 22:5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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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에

부자가되는 습관중에 물건을 정리하고 아끼고 청소하기

2025.01.26 22:5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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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타

마음이 편안하게 되네요

2025.01.26 22:5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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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지

냉장고에 묵혀있던 유리병 몇 통을 비웠어요.

2025.01.26 22:5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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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나스

애장품이 있어 집에 있을때 편함을 느끼는거 같네

2025.01.26 22:4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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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0

너무 귀여워요

2025.01.26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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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50282

갑자기 청소를 하고싶어지는 좋은글이네요

2025.01.2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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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50281

좋은 말로 가득한 글입니다.

2025.01.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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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50280

마음에 와닿는 글 정말감사합니다

2025.01.2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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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50279

일기쓰는거 좋아하는데 너무 좋은 말들이 많네요

2025.01.2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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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50277

남편분 손재주 좋으시네요

2025.01.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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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50275

너무 인상싶네요 인형가지고싶네요

2025.01.2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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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50274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만 곁에 둔다는 말이 인상깊어요

2025.01.26 22:3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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