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라이프집에세이
#라이프집에세이는 개성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크리에이터의 집 생활에 관한 에피소드를 공유합니다. 집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행하는 나만의 철학을 갖고 싶다면, 라이프집 에세이에서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 writer. 이미화 (@ohne.salz)
영화를 곁에 두고 글을 씁니다. 특기는 ‘내찜콘’에 영화 넣기. 취미는 책방 운영. 여전히 이야기의 힘을 믿고 있습니다.


©드라마 <귀에 맞으시다면.> 포스터 및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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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과 똑같은 풍경이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쇼파 테이블에 아이패드를 대충 올려두고 일드를 보는 시간도,
참지 못하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오는 시간도,
엔딩을 본 뒤 벅차올라 숨을 들이쉬는 시간도
모두 공적인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을 널리 퍼트리고 싶어서,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시작했을 뿐인데
습관처럼 반복해 온 일상마저도 좋아하게 돼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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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시작했습니다.
머리맡 알람이 울리면 채 다 떠지지도 않은 눈을 비비며 팟캐스트를 재생한다. 출근 준비를 하는 내내 들려오는 진행자의 활기찬 목소리로 새로운 아침을 환영한다. 나답게, 자연스럽게 살아보자는 멘트에 기합을 넣고 힘차게 문밖을 나선다. 팟캐스트만 있다면 방송보다 긴 출근 시간도 견딜만 해진다. 지난 방송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으니까. 레전드 방송은 몇 번을 반복해 들어도 같은 구간에서 웃음이 난다. 줄줄이 이어지는 나만의 재생 목록은 제목만 봐도 안심이 된다. 빨간 녹음 버튼으로 시간을 붙잡던 라디오키드들에게 애틋한 낭만이 있었다면 바쁘다 바빠 현대인에게는 손쉬운 접근성이 주는 위안이 있는 법. 라디오키드를 거쳐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 직장인이 된 미소노의 하루는 매일 그렇게 시작된다.
“뭔가를 좋아하는 그 감정을 말로써 남들에게 전하지 않으면 마음이 무뎌져 버린대요.”
그런데 청취자로서도 충분히 행복해하던 미소노가 돌연 팟캐스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모두 이 한마디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마음이 감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뭔가를 좋다고 느끼는 감정조차 없애 버린다는 말. 이대로 좋아하는 마음이 죽어버릴까 봐 무서워진 미소노는 좋아하는 걸 쭉 좋아하고 싶어서, 누군가에라도 좋아하는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해보기로 한다. 세상에 좋아하는 건 얼마든지 있고, 좋아하는 걸 말할 때만큼은 수다쟁이가 되어버리는 미소노니까.
“갑작스럽지만 제가 체인점에서 파는 음식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체인식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어느 곳엘 가도 대부분 다 있고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있고요. 언제, 몇 시에 가도 동일하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죠. 거의 뭐 기적 아닌가요?”
미소노는 퇴근길에 포장해 온 체인점 요리, 일명 '체인식'을 먹으며 녹음을 하기로 한다. 체인점과 음식에 담긴 잊지 못할 기억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털어놓는 방송, 이름하야 <귀에 맞으신다면>. 엄마랑 자주 가던 카페의 밀크 크레이프를 먹으며 가족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고, 전남친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햄버그를 먹으며 엉엉 울기도 하고, 중학교 친구들과 자주 먹던 체인점의 교자를 이제는 회사 동료들과 먹게 되었다는 소소한 이야기를 전한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미소노가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는 건 팟캐스트의 녹음이 미소노의 작은 거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미소노의 팟캐스트 녹음은 아주 소박하게 이루어진다. 노란 트레이닝 져지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려 잠그고 벽에 붙인 최애 라디오 DJ 포스터 앞에서 박수를 두 번 친다. 자기만의 작은 의식을 치른 뒤 조그마한 탁자 앞에 앉아 포장해 온 체인식의 뚜껑을 열고 냄새를 들이마시면 미소노의 3평 남짓한 작은 거실은 온에어가 켜진 라디오 부스가 된다.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세워두고 남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하거나 밥을 먹던 동그란 탁자는 마이크며 팝필터며 홀레코딩 장비를 올려둔 미디데스크가 되고 옆집에서 소음이 들려올 때는 침대 매트리스를 벽에 세워 방음재 대신 활용하기도 한다. 이 엉성하고 빈틈 많은 녹음실에서 미소노는 어디선가 들어주고 있을 청중을 향해 울고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미화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고 싶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마구마구 이야기하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하는 마음. 그 마음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정확하게 그 이유로 팟캐스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100회를 훌쩍 넘은 방송에 운 좋게 탑승해 2주에 한 번씩 패널로 참여하는 정도지만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해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를 소개하는 시간은 마치 인심 후한 노래방 사장님의 보너스처럼 좋아하는 마음의 유효기간을 연장한다. 미소노의 만능 탁자처럼 내 전용 쇼파에 앉아서 이번 주에는 어떤 콘텐츠를 다뤄볼까 고민하는 시간마저 즐겁다.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과 똑같은 풍경이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쇼파 테이블에 아이패드를 대충 올려두고 일드를 보는 시간도, 참지 못하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오는 시간도, 엔딩을 본 뒤 벅차올라 숨을 들이쉬는 시간도 모두 공적인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을 널리 퍼트리고 싶어서,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시작했을 뿐인데 습관처럼 반복해 온 일상마저도 좋아하게 돼버리다니.
“좋아하는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서 마음이 죽지 않게 하려고 시작했어요. 그렇게 또 좋아하는 것이 늘었습니다.”
어쩐지 미소노의 마지막 멘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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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 작가님이 라이프집 집스터님들에게 건네는
콘텐츠 처방 에세이였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고 싶어서
그 마음이 무뎌지는 것이 두려워서 팟캐스트를 시작한
미소노의 일일을 그리는 드라마 <귀에 맞으신다면.>에
집스터 여러분은 얼마나 공감하셨나요?
내가 사는 곳이 대단한 넓거나 그럴듯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작은 공간에서도 좋아하는 마음은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는,
그 사실을 확인받은 것만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집스터 여러분은 ‘지키고 싶은 것’이 있나요?
그 마음을 위해 무엇을 더 해보고 싶으신가요? ❣️
Credit
Editor Haeseo Kim
Design Jaehyung Park
Production SIDE Coll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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