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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집에세이는 개성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크리에이터의 집 생활에 관한 에피소드를 공유합니다. 집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행하는 나만의 철학을 갖고 싶다면, 라이프집 에세이에서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writer. 김석준(@summer_editor)
국내 굴지의 로컬 매거진 ‘디에디트' 에디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스마트폰을 리뷰하다가 그 다음 주에는 화덕피자 메이커 다룹니다. 되고 싶은 건 없고, 하고 싶은 건 많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엔 어복쟁반을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김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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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문장을 완성시키기 위한 주어와 동사처럼
어떤 수를 써도 나라는 문장에서 서울살이를 빼버릴 수가 없다.
반갑지 않은 번아웃은 정기적으로 찾아오고,
불안과 긴장은 내가 행복하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저주라도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나를 괴롭힌다.
반면, 제주는 내게 부사 같다.
꼭 필요하지 않은 요소가 나라는 문장을
‘아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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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뭘 두고 왔길래 또 갔을까
도망치듯 제주도로 떠난 적이 있다. 꿈에 그리던 3개월 간의 인턴 기자 생활이 끝났을 때였다. 내게 맞지 않은 옷이라는 걸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그 옷을 입고 싶었으니까. 그럼에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다. 그래서 도망치듯 제주도로 떠났다. 이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공허했다. “나, 제주도에 갈 건데 같이 갈래?” 함께 인턴을 했던 동기는 흔쾌히 따라가 줬다. 다행히 여행의 끝에서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 제주도를 찾았다. 매번 다른 사람과 함께였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지만 한때는 죽고 못 살았던 친구, 전 직장이 되어버린 그 시절의 직장 동료, 그 시절의 친구 그리고 그 시절의 여자친구. 이렇게 적고 나니 제주도는 모두 시절인연과 함께했다. 영원하지 않은 한때의 인연. 그래서 제주도에 오면 내 곁에 없지만 (아마도) 행복하게 살고 있을 그들을 한 번쯤 떠올리게 된다. 다행히 그립거나 슬프지 않다. 나는 제주도를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성장했으니까. 인턴에서 정규직 에디터로, 에디터에서 편집장으로, 500/40에서 전세로. 조금씩 성장할 때마다 제주도를 찾을 일이 생겼다. 제주도 여행은 내게 나이테를 확인하는 일처럼 되어버렸다.
올 때마다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점점 달라지는 숙소다. 처음 찾았던 숙소는 게스트하우스였다. 그때 나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극내향형인지 스스로도 잘 몰랐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낭만을 좇기 위해 갔다. 우상향을 그리는 엔비디아 주가처럼 숙소는 점점 쾌적해지고 좋아졌다. 즉, 지금 묵고 있는 숙소는 가장 좋은 곳이다.


©김석준
북촌포구집은 제주공항에서 30분 정도 택시를 타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함덕해수욕장을 지나 5분 정도만 더 가면 나온다. 숙소 바로 근처에는 해수욕장이 없고, 사람이 북적이는 관광지도 아니기 때문에 고요만이 가득하다. 동네에는 떠들썩한 관광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아침에는 닭의 울음소리, 낮에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북촌포구집은 LG전자와 빈집 재생 스타트업 ‘다자요'가 함께 제주 각지의 빈집을 리모델링한 ‘어나더하우스’ 스테이 공간 중 한 곳이다. 전국 방방곡곡의 숙소를 다녀보니 비싸고 화려한 숙소에도 묵어봤지만, 북촌포구집에는 어떤 곳에서도 느끼지 못한 ‘바이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숙소는 ‘살아보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인데, 북촌포구집이 그랬다. 3박 4일 동안 마음에 쉼을 줄 수 있었다.
포구와 가까워서 저녁에는 노을을 직관할 수 있었고, 아침에는 마당에 나와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잔하기에도 좋았다. 함께 묵었던 친구들이 있어서 더 좋았던 건 사실이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해서 숙소가 좋았다’ 같은 문장은 쓰고 싶지 않다. 북촌포구집에서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었던 건 좋은 시설과 가전 덕분이다. 불편이 없었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자동완성되는 속담이 하나 있다. “가전은 LG.” 북촌포구집에는 LG전자 가전이 잔뜩 들어가 있는데, ‘잔뜩'이라는 부사를 과장을 위해서 쓴 게 아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결합된 트윈타워,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광파오븐, 안마기, 스탠바이미, 워시타워, 스타일러까지 있고 심지어는 몇 가지 가전은 오브제 라인이다. 함께 놀러간 친구는 여행임에도 숙소밖으로 나가기 싫어할 정도로 북촌포구집을 좋아했다. 나가기 싫다고 배달시켜 먹는 여행객은 처음 봤다.
광파오븐으로 ‘강민경 프렌치 토스트'를 하고, 인덕션으로 나폴리탄 파스타를 하고, 다이닝룸에서 술을 마시며 스마트폰을 TV에 연결해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메리디안에서 튜닝한 스피커는 우리들의 떼창에도 지지 않을 만큼 풍성하고 깔끔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콘서트를 왜 가?” 일행은 3박 4일 중 와인 마시며 노래 듣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석준
물론 나도 그때가 정말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별채에 있는 자쿠지에 몸을 담그고 스탠바이미로 유튜브를 보던 때가 좋았다. 자쿠지는 옛 목욕탕이 생각나는 클래식한 디자인인데, 꽤 넓어서 커플이 사용하기에도 충분했고, 자쿠지를 사용한 후 바로 옆에 있는 트윈타워를 이용해 세탁과 건조를 할 수 있어서 그 동선이 마음에 들었다. 매일 자쿠지를 쓴 친구가 에세이에 꼭 언급해달라고 했다. “다른 숙소에서는 빨래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데, 건조기가 있어서 너무 좋았어.”
제주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두 가지를 얘기하자면(한 가지는 아쉬우니까) 노을과 밤하늘이다. 무슨 일이 있어서 타들어 가는 태양을 볼 수 있는 일몰 시간에는 해가 잘 보이는 곳에서 가만히 멍때리고 싶고, 깜깜해진 이후에는 쏟아지는 별들을 보고 싶다. 북촌포구집에는 다행히 옥상이 있다. 노을과 밤하늘을 보기에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었고, 무엇보다 넓은 옥상에서 가볍게 야외홈트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낮에는 이미 여름이라 활동이 어려우니 해 질 녘부터 노을을 보며 홈트를 하면 더없이 좋은 순간으로 남길 수 있다. 내게도 그런 시간이었으니까.
서울살이는 여전히 힘들다. 서른일곱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렇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꼭 해야만 하지만 쉬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치 문장을 완성시키기 위한 주어와 동사처럼 어떤 수를 써도 나라는 문장에서 서울살이를 빼버릴 수가 없다. 반갑지 않은 번아웃은 정기적으로 찾아오고, 불안과 긴장은 내가 행복하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저주라도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나를 괴롭힌다. 반면, 제주는 내게 부사 같다. 꼭 필요하지 않은 요소가 나라는 문장을 ‘아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북촌포구집에 있는 동안은 불안한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나는 ‘정말’ 그 순간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오손도손 떠들던 저녁 시간의 그 순간들을.



©김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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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작가님이 공유해준 제주 여행, 사진으로 보니 더 궁금해지지 않나요?
실제로 조천읍의 한 해녀가 살았다는 집 ‘북촌포구집’은
제주바다와 옛 삶의 흔적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분들에게 아주 제격인 숙소가 아닐까 싶어요!
곳곳에 비치된 스마트 가전과 서비스도 원 없이 누릴 수 있다니,
자연적인 쉼과 물리적 편함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곳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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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Haeseo Kim
Design Jaehyung Park
Production SIDE Coll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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