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라이프집에세이
#라이프집에세이는 개성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크리에이터의 집 생활에 관한 에피소드를 공유합니다. 집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행하는 나만의 철학을 갖고 싶다면, 라이프집 에세이에서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

📝 writer. 스탠딩 에그 2호(@standingegg2)
어쿠스틱 뮤지션 스탠딩 에그의 2호입니다. 들었을 때 누구나 기분 좋아지는 음악을 만들고, 부릅니다. 다양한 분야의 새롭고 재밌는 일들을 하면서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그 2호
우리 부부는 이곳에 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난로에 장작을 넣고 그 앞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산방산의 침묵과
그 위로 흐르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저 숨을 쉰다.
가끔씩 아내와 번갈아 가며 장작을 넣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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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쉰다
목요일 아침 8:40. 오늘도 김포공항 3번 게이트를 향해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뛰었다.
밤새 일하고도 출발 직전까지 시계를 봐가며 일해야 하는 게, 그러다가 비행기를 놓칠까 봐 공항에 내리자마자 뛰는 게 우리 부부의 일상이다. 항상 비행기에 올라타서야 ‘후우’ 하고 긴 숨을 내쉰다.
그저 탈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그랬다. 끝을 알 수 없는 바쁨으로부터, 나의 심신이 텅 빌 때까지 몰아붙이는 도시의 모든 것들로부터 탈출해야만 했다. 그래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밤 아무도 몰래 숟가락으로 감옥 벽의 흙을 파내는 심정으로 악착같이 이 새까맣고 작은 오두막을 짓는데 매달렸다. 누군가는 이런 땅에 이런 작은 집을 지어서 뭐가 ‘남겠냐’고 했지만 뭐든 남기려고 지은 게 아니다. 누군가는 2층 집을 지으면 바다가 보인다고 했지만 오히려 땅을 1미터 정도 파고 납작 엎드린 집을 지었다. 숨고 싶었으니까. 도망자는 뭔가를 남겨서도 안 되고, 잘 보여서도 안 되니까.
단지 ‘가만히’ 있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아내가 그랬다. 무선 충전기 위의 스마트폰처럼 몇 시간이고 똑같은 자세로 우두커니 앉아서 다시 차오르는 자기 자신을 느끼고 싶다고. 몸 안으로 들어왔다 나오는 숨을, 생각 없이 껌뻑이는 두 눈을, 어떤 문장도 들려오지 않는 적막을 느끼고 싶다고. 목적 없는 행동들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그런 마음으로, 집을 짓는 내내 수많은 어려움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감수했다. 아니, 감수해내진 못했지만 버텨냈다. 『월든』으로 버텨냈다.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우리 부부에게 성경이었다. 몇 번이고 반복해 읽고, 밑줄을 긋거나 페이지 귀퉁이를 접었다. 우리를 구원해줄 거라 믿으며. 그 믿음의 결과가 바로 이 오두막인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작은 오두막을 짓자. 그곳에 숨어 숨을 쉬자.’


©에그 2호
우리 부부는 이곳에 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난로에 장작을 넣고 그 앞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산방산의 침묵과 그 위로 흐르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저 숨을 쉰다. 가끔씩 아내와 번갈아 가며 장작을 넣을 뿐이다. 아내는 이내 내 무릎을 베고 눕고,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곧 아내는 잠이 들고 나도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존다. 난로의 불은 천천히 사그라지고, 기분 좋은 온기가 집 안을 채운다. 자고 싶은 만큼 자게 두고, 일어나 배가 고프면 동네의 작은 식당까지 걸어가서 밥을 먹는다. 잠시 사람이 아닌 ‘포유류’가 된다. 그래, 이대로 쉬자. 조금만 쉬자. 숨만 쉬자. 숨을 쉬는 것이 곧 사는 것이고, 숨을 쉬지 않으면 그게 죽는 거니까 숨을 쉬자.
이곳에서 며칠을 지내고 나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사실은 굳이 바쁘게 살지 않아도 인생은 흐른다는 걸. 그저 숨만 쉬는 것도 사는 것이고, 하릴없이 ‘그냥’ 사는 것이 곧 쉼이라는 걸. 어떤 면에선 스스로 박차를 가하는 삶보단 이렇게 사는 게 더 자연스러운 삶인 것 같기도 하다. 마음껏 숨을 쉬고, 서로 기대어 잠이 들었다가 깨어날 때까지 그대로 두고, 일어나 배가 고프면 밥을 차려 먹고, 그러다 남는 시간에는 꿈을 꾸고.
그렇게 매일 꿈을 꾸다 보면 어느 날은 진짜 열심히 해보고 싶은 무언가가 생기는 거다. 숨 돌릴 시간도 없는데 꿈을 꿀 시간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작은 오두막에 앉아 해 질 녘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한 번 큰 숨을 들이마신다. 내일 도시의 삶으로 돌아가서 다시 전력 질주하기 위해선 이 들숨이 필요하기에.

©에그 2호
Credit
Editor Haeseo KimDesign Jaehyung Park
Production SIDE Collect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