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두렵지 않은 식집사의 식물 관리 팁

2022.09.06 15:47조회수 698


마스터 소개 – 임이랑(이랑)

사람보다 동물과 식물을 더 좋아한다. 밴드 ‘디어클라우드’에서 노래를 짓고 연주한다. 도망치듯 식물의 세계로 들어왔다. 어쩌다 삶에 화분 하나를 허락하고 나니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열이 되고… 이제 집에 있는 화분 개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가드너가 되어 시시때때로 식물을 데려오고 가꾸고 다듬고 어루만지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런 변화가 가끔은 놀랍다.

벌과 씨앗을 좋아하는 사람, 식물 키우기가 삶을 이어가기 위한 또 하나의 움직임이라 믿는 사람, 식물을 쓰고 말하며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 새싹을 틔우고 죽이는 것을 반복하고, 끝내 함께 살아남기를 원한다. 매거진 [빅이슈]에 「식물이랑」을 연재하면서 식물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튼, 식물』을 썼고, EBS 라디오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진행하고 있다.



신나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다. 집 안에는 말라 죽어버린 식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혹감과 죄책감이 차례대로 머릿속을 스쳐 간다. 

‘며칠이야 괜찮을 줄 알았지…’ 그렇다. 괜찮을 줄 알았지만 괜찮지 않았던,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 지고야 말았다. 내 손으로 무성하게 키워내지는 못할 망정 죽이는 것만은 결코 피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식물에 대한 관심만 많고 정작 케어하는 방법은 모르던 시절, 나는 그렇게 참 쉽게도 죽였다. 죽이고 또 죽이면서도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한 노력이나 공부는 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자라나 풍성한 싱그러움으로 나의 공간을 채워주기만을 바랐을 뿐이다. 당시 내 안에는 “인터넷에 검색 몇 번만 해 봤어도 어쩌면 죽이지 않았을 텐데”와 같은 의미 없는 “어쩌면” 타령만이 마음 한구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과거 회상은 이쯤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위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사나흘 이상 집을 비울 때면 반려인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할 식물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정보, 내가 키우는 식물의 특징을 알아 두는 것이 식물을 살리기 위한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광량과 통풍 정도에 따라, 그리고 식물마다 관수량이 각기 달라진다. 사실 식물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이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앞선 사례들처럼 늘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이번 추석 연휴에 일주일가량 집을 떠나 있을 예정이라면 3일에 한 번씩 물을 줘야 하는 내 반려식물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바로 이런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한 해결책이 있으니 바로 저면관수점적관수이다.



저면관수는 화분의 1/3이 물에 잠기도록 담가 두어 흙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물주기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화분에 물을 주고 화분 받침에 고인 물을 비워내는 방식이 식물 생육에 유리하지만, 부득이하게 며칠씩 집을 비우게 될 경우 저면관수 방식이 상당히 유용하다. 커다란 화분 받침이나 대야에 물을 받아 화분을 담가두면 물이 자연스럽게 공급되어 흙이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실내에서 키우는 화분에 저면관수 방식을 너무 자주, 오랜 시간 사용하면 식물이 과습에 이를 수 있어 반드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 점적관수는 화분에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흙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저면관수에 비해 과습의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비용이 비교적 많이 들고 화분마다 각기 다른 관수 도구를 구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때 점적관수 도구 대신 패트병이나 생활용품점에서 판매하는 양념통 등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럼 충분한 관수 외에 오랜 시간 집을 비울 경우, 식물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통풍이다. 식물을 키울 때 물도, 영양도, 심지어 빛 마저도 너무 과하면 식물에 해가 되지만, 통풍만은 아무리 자주 해도 과하지 않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해충이나 불균형에 괴로워하는 식물들도 물 샤워와 충분한 통풍이 이뤄진다면 다시금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식물이 뿌리에서 끌어 올린 물을 충분히 소화하고, 이파리 근처에 쌓인 산소를 방출 -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교환 과정을 통해 식물의 라이프 사이클은 더 건강하고 힘차게 돌아간다.

인적이 드문 공간의 경우, 외출 시 창문을 살짝 열어 두는 것만으로도 식물 생장에 큰 도움이 된다. 공기의 흐름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만약 창문을 상시 열어 두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에어 서큘레이터선풍기 등 인공적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공기의 순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생장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식물에 유해한 전자제품 사용시간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 타이머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광량 조절도 필수이다. 햇빛을 너무 오래 쬘 경우 물 부족이나 표면에 상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광합성 직후에는 화분을 다시 음지로 옮겨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해가 강할수록 더 많은 물과 통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늘 해와 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식물을 한 공간에 모아두면, 서로 습도를 지켜가며 더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사실도 일러 두고 싶다. 만약 본인의 집이 다소 건조한 편이라면 식물들이 서로에 기대고 의지할 수 있도록 집을 비우기 전 화분을 한 데 옹기종기 모아두는 것을 추천한다. 



앞서 언급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면 이제 더 이상 집 비우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한껏 자라난 행복한 식물들을 보며 연신 놀라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인한 존재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만으로도 당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강인하고 멋진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식물과 반려인은 함께 동행이 필요한, 여전히 서로에게 필수불가결한 관계이다. 오랜 시간 외출 후 돌아온 후에는 즉시 식물들의 상태를 확인해 물이 부족한 식물에는 물을 주고, 빛이 부족한 식물에는 빛을 보여주도록 하자. 통풍 역시 필수이다. 

마지막으로 평소 애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만 집을 비우는 상황에서도 내 식물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연휴 동안 집을 비우는 것에 대한 걱정은 잠시 멈추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며 우리 모두 싱그러운 초록빛 일상을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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