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커리어로 발전시킨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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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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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실험실 보연정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흐른다. 마치 물가 옆 정자 위에 있는 것만 같다. 이는 대표 정보연이 의도한 그대로다. 그는 그의 본명에서 위스키 실험실의 이름을 가져왔다. 실제 그의 성(丁)과는 다른 ‘정(亭)’의 경우, 집 안의 일상이 가진 힘을 다루는 동시에 위스키와 와인, 차 등 오래 간직할 수록 가치 있는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이길 바란다는 의미를 더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보연정에서는 음악과 커피, 차, 그림 등 위스키와 곁들이면 더 좋은 것들을 실험하는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 

정보연 /

오래된 것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스토리 텔러

본업
정보연 컴퍼니 대표, 작가
특징
글쓰기부터 그림 그리기까지 못하는 일이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
소장 아이템
아이템 각종 브랜드의 위스키, 직접 수선한 술잔과 그릇, 아버지의 젊은 날이 담긴 전축과 스피커
위스키 양조 관련 논문 읽기


간판에 ‘청파모터’라고 적혀 있어서 잠깐 헤맸어요. 공업사 사이에 자리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서울 성수동과 을지로 쪽에 자리한 공업사 골목을 일부러 찾아 다녔어요. 아침 일찍 담배를 물고 작업에 몰두하는 사장님들의 모습이 멋있더라고요. 이른 아침부터 작동되는 기계 소리부터 아저씨들의 대화, 그리고 건물 뒤쪽으로 지나가는 지하철 소리까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 자리를 바로 선택했죠. 


작업실에서의 하루 루틴을 알려주세요. 

날마다 다르긴 한데, 작업실에 보통 오전 11시쯤 도착해요. 출근 시간 피해서 이곳에 오면, 가장 먼저 청소하고 커피 내리고. 특별한 건 없어요. 


시간을 관리할 때 꼭 지키고자 하는 자신과의 약속이 있나요? 

오전 8시에 일어나는 루틴을 꼭 지키려고 노력해요. 지금 동생이 제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8시 30분에 간단히 회의한 후 가볍게 운동, 식사를 하고 집을 나서죠. 이런 루틴 덕에 오전 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는 것 같아요. 


작업실에서의 루틴은요? 

요즘엔 위스키 양조 여행 관련 책을 쓰고 있어요. 지금 원고 마감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라, 무조건 2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글을 쓰죠. 다음엔 현재 보연정에서 진행하는 위스키 관련 프로그램, 패션 하우스나 금융권 회사 대상으로 한 클래스 등을 기획하거나 준비하고, 일과 끝에는 위스키나 와인, 시가 관련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요. 




위스키를 처음 접하게 된 사연이 궁금해요. 

직장인 시절, 야근 후에 혼자 술을 마시는 걸 즐겼어요. 어느 날, 자주 가던 바의 바텐더가 위스키를 한 잔 건넸고, 그 술에 담긴 이야기를 해주는 거예요. 어느 작가가 이 위스키를 좋아했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그때 위스키 매력에 빠진 이후 친구들과 모여 앉아 위스키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오피스텔에 빙 둘러 앉아 위스키 관련 원서를 번역해가며 읽곤 했어요. 지금 보연정에서 하는 위스키 테이스팅 프로그램의 원형인 셈이죠. 


위스키 실험실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커머스 마케터로 일할 때, 주로 패션과 뷰티를 다뤘어요. 유행의 정점에 있는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오랫동안 꺼내보고 싶은 물건과 그 가치를 전달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위스키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것이고, 이를 더욱 가치있게 만드는 음악과 그림, 기물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요.




취미를 일로 승화하면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위스키 마시는 일이 그냥 취미였을 땐, 한마디 거드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제 책이 나오고 가끔 위스키 관련 기사도 쓰다 보니, 점점 조심스럽고 어려워지더라고요. 특히나 글을 쓸 때 팩트 체크하는 데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아는 내용도 다시 찾아보고 혹시나 놓친 부분이 없는지 살피면서. 공부하면서 오히려 좋은 부분도 있어요.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계속 소진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잖아요. 내가 알지 못했던 분야를 공부하면서 채워지는 만족감이나 탐구의 즐거움을 위스키를 통해 알게 된 거죠.


작업실에서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사실 일상을 살다 보면 이 공간의 아름다움이나 편안함을 잊고 살 때가 많은데요. 오후 3~4시쯤 가끔 혼자 있을 때, 햇빛으로 공간이 가득 차는 순간이 있어요. 그 찰나에 감사한 마음과 살아 있다는 활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땐 하고 있던 일 다 내려놓고 숨을 돌리곤 해요. 또 차 마시며 명상하기 위해 2층에 다다미를 깔았는데, 생각보다 그런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가끔 가까운 지인을 불러 음악을 듣고 위스키도 마시며 생각을 비우고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을 보내요. 그럴 때 가장 좋아하는 시간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 위스키 마실 때 즐기는 루틴이 있다면?

최근에는 시가와 잘 어울리는 위스키를 찾는 데 빠져 있어요. 시가와 페어링하기 좋은 위스키를시가 몰트라고 하는데요. 달모어나 토민타울와 같은 위스키 브랜드들이 시가 몰트를 상품화하기도 하지만, 별도로 푸드 페어링처럼 궁합이 잘 맞는 것들이 있어요. 시가와 잘 어울리는 위스키를 찾아가며 향과 향이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이 증폭되는지 알아채는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올 초에는 아르마니 뷰티에서 프리베라는 향수와 잘 어울리는 위스키를 소개하는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그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원래 알던 위스키의 다른 매력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그 과정이 참 즐거워요.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일에 도전 정신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도전 정신이 있죠. 특히나 위스키를 잘 알고, 즐기는 사람은 분명 많거든요. 그런데 뭐가 왜 좋은지 정리된 콘텐츠는 없는 거예요. 해외에도 그런 자료는 없더라고요. 그림이나 음악을 감상하면서 위스키를 곁들일 때 증폭되는 즐거움을 찾는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어요. 


정리라고 하면, 사진이나 글로 기록하는 걸 의미하는 건가요? 

맞아요. 위스키의 향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시가는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나요? 

그냥 위스키를 좋아하다 보니까 서서히 매력을 알게 되던데요? 자주 가던 몰트 바에서 멋있는 아저씨들이 시가를 태우며 위스키를 즐기더라고요. 저도 호기심에 시가를 태워봤는데, 처음에는 매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물론 비싸기도 하지만(웃음). 시가를 진짜 즐기게 될 때까지는 6년 정도 걸렸어요. 


작업실 인테리어의 콘셉트는 뭔가요? 

1층은 2070년, 런던에 있을 법한 할머니 집, 2층은 2070년, 일본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꾸며봤어요. 제 꿈이 귀엽고 멋있는 할머니로 늙어가는 게 제 꿈이거든요.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게 위스키와 시가를 즐기면서 풍류와 멋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이 공간에 들일 가구와 기물을 무조건 새 것으로 하기 보다는 2070년의 제가 계속 사용하고 있을 물건을 상상해서 채워보기로 했어요. 1층 테이블과 의자는 서울 대학로의 한 퍼브(Pub)에서 가져왔어요. 코로나 당시 그 퍼브가 문을 닫게 되면서 모든 가구를 중고 거래 마켓에 올려놓은 거예요. 제가 가지고 싶었던 톤(Ton, 체코에서 출발한 가구브랜드) 체어가 있길래 구경할 겸 가봤는데,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나무 테이블도 탐이 나더라고요. 디자인도 좋았지만, 여기서 맥주를 마셨을 어떤 청춘들이 연상되더라고요.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난 후의 즐거움을 이 테이블 위에서 나눴던 것처럼 우리 공간에서도 그런 의미 있는 재미와 대화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당장 데려왔죠.




물건을 오래오래 쓰려면 신중하게 구매해야 하잖아요. 동시에 공간을 빨리 채우고 싶은 마음도 공존하고. 

여기 처음 왔을 때 브리타 정수가 하나만 들고 왔어요. 일도 그냥 맨 바닥에 앉아서 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그다음은 손님 오면 커피를 드려야 하니까 집에 있던 잔을 가져왔어요. 잔을 둘 선반이 필요해 또 중고 거래 마켓을 지켜봤죠. CD장을 가져와 선반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적당한 시간을 두고 조금씩 채워 나갔던 것 같아요. 공간을 다 채운 지금은 짐을 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할머니 집’의 핵심은 비워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컨드 핸드 제품을 잘 고르는 팁이 있다면? 

마음에 든다고 바로 구매하지 않는 것. 하다 못해 밥이라도 먹고 다시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가져야 해요. 그래야지 예쁜 쓰레기들이 쌓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빈티지 제품은 참기 힘들잖아요. 하나밖에 없으니까.

다시 와서 없으면 물건과의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물건은 많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공간을 채워갈지 궁금해요. 

늘 특별한 계획이 있진 않아요. 저는 보통 6개월 정도의 계획만 가지고 사는 편이거든요. 이 공간에서는 다양하게 교류하고 이야기를 전하는 게 일단 우선 순위인 건 확실하죠. 보연정의 결과 맞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고요. 사실, 공간이라는 게 중요하면서도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제 활동 무대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보연정에서 했던 콘텐츠로 다양한 사람과 함께 협업하고 새로운 공간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그려내는 일들이 더 많죠. 각 프로젝트에 따라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공간도 달라지고요. 제가 일하기 더 좋은 동네를 찾아 이사를 가거나 공간을 확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에요. 

Tips

위스키를 마시는 것 말고,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3

Step 1 잔에 담은 위스키를 디퓨저처럼 책상(또는 선반) 위에 올려 놓고 향을 즐긴다. 

Step 2 잔에 담긴 위스키를 자연광을 비추며 수색을 감상한다. 

Step 3 <하루의 끝, 위스키>(정보연 지음, CA북스)를 읽으며 위스키의 알싸한 맛을 상상한다. 

Editor
Parc Jin-Myoung
|
Photographer
Hoon Shin
|
Date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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