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삼청동에 이런 멋진 곳이 숨어 있었네요.
안녕하세요. 이곳에는 작년 9월에 이사했어요. 미술 하는 친구가 쓰던 공간인데, 우연히 놀러왔다가 너무 마음에 들어 1년 반 정도 순서를 기다렸어요. 삼청동 메인 거리에 위치했지만 대문을 열고 조금 걸어 들어와야 하기에 한적하고, 조용해요. 2층이라 창 밖으로는 고즈넉한 기와 지붕도 보이고요.
공간을 채운 가구들이 고풍스럽습니다. 오랜 시간을 머금었을 것 같은데, 이런 고가구들은 어디서 만나셨어요?
어머니가 차실에서 사용하시던 가구들 중에서 이 공간에 어울리는 것을 가져와 배치를 했어요.
공간의 분위기가 차를 마시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아요. 티 큐레이터가 직업이시라고 들었어요.
네, 몽유재를 운영하며 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몽유재는 어떤 곳인가요?
경남 양산에 위치한 고택차실입니다. 평소엔 예약제 티 하우스로 운영하고 있고, 차의 문화와 차를 즐기는 곳으로 행사를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어요.
그간 차를 접할 수 있는 상업공간이 많이 생겨 비교적 쉽게 차를 마실 수 있게 됐는데도 티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조금 생소해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차와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어요. 외부강의나 프라이빗 티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하고, 차와 관련된 글을 쓰거나 전시를 기획하고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는 등 다채로운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차와 중국차를 10여 년에 걸쳐 공부하셨다고요. 각 나라마다 차가 가지는 특징이 있나요?
동아시아권의 나라에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지리적으로 밀접하게 접해져 있는데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가 달라요. 차도 그만큼 보여지는 것이 다릅니다. 우리가 쉽게 3국의 차를 한국은 ‘다례’ 중국은 ‘다예’ 일본은 ‘다도’라고 표현을 합니다. 중국은 차의 종주국 답게 차의 종류도 다양하고 차문화도 발달되어 있어요. 차의 역사도 깊죠.
한국은 ‘다례’라고 하는군요.
한국은 예를 중시하는 차의 다법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접빈 다례라고 해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과 다르게 손님에게 차를 따라줍니다. 손님을 대접하는 예절을 베이스로 둔 행다법 이죠.
각 나라를 대표하는 차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의 차는 대표적으로 녹차가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양한 발효차를 만들고, 차가 아닌 유자나 쑥, 호박 등으로 차를 만들어 대용차의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일본은 다도를 통해 정신의 가치를 표현해요. 차는 말차가 유명합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중에 하나인 다예가 있습니다. 차를 하나의 종합예술이라 바라보죠. 중국은 차의 종주국 답게 다양한 차들이 있습니다.
어머님이 차 선생님이시라는 인터뷰를 봤어요.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을 것 같아요. 어릴 땐 콜라처럼 자극적인 맛이 좋을 수 있는데, 이슬기님의 어린시절은 어땠나요? 차를 처음 마주했을 때 기억이 궁금해요.
어릴적부터 어머니가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주지 않으셨어요. 저는 어머니가 차를 우려주는 시간을 좋아했어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 때문에 많이 바쁘셨는데도 시간을 내서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고등학교땐 어머니가 차를 우려서 보온병에 넣어 주셔서 항상 들고 다녔어요. 그래서 저에게 차는 일상이었던 것 같아요.
집에서는 어떤 차를 즐기시나요? 손님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해 내리는 차는 좀 다를 것 같아요.
저는 때에 따라 다르게 차를 마시긴 하지만 주로 ‘봉황단총’이란 차를 마셔요. 이 차는 차를 우리는 방법에 따라 차의 맛과 향이 달라질 수 있어 신경을 써서 우려야 해요. 손님을 위해 우릴 때 만큼 나를 위해 우릴 때에도 항상 찻자리를 정갈하게 하고 정성스럽게 차를 우려 마셔요. 그리고 다기들을 달리하거나 온도와 물줄기를 달리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우려보며 차가 가진 새로운 맛과 향을 찾아요.
온도와 물줄기에 따라 맛이 다르다니,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과정일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떻게 맛이 달라지는지도 궁금하고요.
원래는 물을 100도시에 맞춰 끓인 뒤 차를 우리는데, 찻잎의 향이 강하면 온도를 낮춘 물에 우리기도 해요. 찻잎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물의 온도를 결정해야 해요.
계절과 시간에 따라 즐기는 차를 달리하나요?
네, 저는 계절에 따라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달라지긴 해요. 모든 시간의 차를 잘 즐기지만, 계절마다 차가 맛있게 느껴지는 저만의 시간이 있어요. 예를 들어 봄에는 맑은 차를 마시기 시작해 여름, 가을, 겨울로 갈수록 점차 무게감이 느껴지는 차를 마시는 것 같아요.
나에게 맞는 차는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단순히 ‘맛이 좋은 것’은 기준이 될 순 없을 것 같아요.
우선 본인이 좋아하는 맛과 향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좋은 차라고 다 맛있고 좋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도 전 차가 가진 맛과 향을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취향만 쫓아가다 보면 차가 가지고 있던 본연의 맛과 향을 놓칠 때가 있어요.
처음 차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팁을 주신다면요? 왠지 다기부터 여러가지를 갖추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아 어렵게만 느껴져요.
우선 차를 다양하게 마셔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먼저 모든 걸 구비하지 말라고 하죠. 본인의 안목을 높이고, 필요함이 느껴졌을 때 구매하길 권합니다.
차와 관련된 일을 하며 생긴 생활 태도나 습관이 있을까요?
매일 날씨와 온도, 습도를 체크해요. 그리고 절기를 함께 보는데 이 모든 것이 차를 마시는데 많은 영향을 줘서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 같아요.
특별히 아끼는 다기가 있나요?
전 제가 가진 다기들을 모두 아끼는 편이에요.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러나 몇 년전부터 생일마다 어머니가 골동 자사호(차를 우리는 도자기 또는 토기 주전자의 일종)를 선물로 주셨어요. 제가 가진 자사호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온 것들이라 사용할 때마다 기물이 지나온 시간을 감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 다음에 사용할 사람에게 나의 시간들이 이어질 거라 생각하며 소중히 사용하고 있어요.
저라면 아까워서 못 쓸 것 같아요.
기물은 주기적으로 꺼내어 사용해야 차 맛을 유지할 수 있어요(웃음). 그래서 저는 기물이 많지 않답니다. 저는 제가 평상시에 꺼내어 사용할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만큼의 기물만 소유하려고 하고 있어요. 또, 오래된 기물의 경우 찬장에 모셔만 두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용하며 나의 시간을 넣을 수 있다는 의미도 있고요.
새 기물을 구입한다면 길들이는 시간도 필요하겠네요?
맞아요. 한가지 팁을 더 드린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차를 잘 우려낼 수 있는지 기준을 가지고 기물을 구입하는 것이 좋아요. 저는 봉황단총이 잘 우러날 수 있는지를 상상하며 구입한답니다.
그렇군요. 차는 어떻게 보관하는 것이 좋을까요?
좋아하는 차를 오래 즐기기 위해선 보관을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는 직사광선이 들지 않은 곳에 냄새가 나지 않은 곳, 습기와 온도가 사람이 살기 좋은 정도가 유지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밀봉을 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차에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차는 유통기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다만 맛있게 각각의 차마다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있죠. 녹차나 황차의 경우 구입한 해에 소비하는 것이 좋아요. 청차나 우롱차는 향이 좋을 때 가능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고요. 보이차는 비교적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는 차입니다.
보이차는 특히 여자에게 좋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몸을 따듯하게 해주기 때문에 여자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죠. 우롱차 계열도 좋아요. 남자에게는 녹차가 좋다고 해요. 열을 낮추고 항암에도 좋아요. 몸의 열을 낮추고 항암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부터 보이차를 2L씩 우려 마셔야겠어요.
아무래도 차는 건강식품이 아닌 기호식품이기에 적당히 마시는 게 좋아요(웃음). 또, 빈 속에 마시면 좋지 않아요. 밥을 잘 챙겨 먹은 뒤 차를 마셔야 위가 상하지 않습니다.
차를 마실 때 차의 종류, 다기뿐 아니라 주변을 이루는 분위기도 중시하는 것 같아요. 이와 관련된 전시도 기획하셨었죠.
제 주변엔 어머니와 함께 차를 함께한 이모들이 있어요. 그분들 집집마다 본인의 취향대로 꾸민 차실이 따로 있었어요. 그것에 영향을 받아, 저도 차를 마시는 사람의 취향이 엿보이는 방을 만들게 됐죠.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과 협업하여 각각의 방을 그림과 차, 영상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차 전시라고 해서 차를 마시는 전시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작은 방에 8분 정도 차를 우리는 영상을 틀고, 관객들이 이를 보면서 오로지 시각과 청각으로 감각하며 감상하길 바랐어요. 저의 의도대로 관객들은 전시실에 들어가 30분씩 앉아서 관람을 했습니다.

다음 전시는 사진과 함께 하는 차를 기획 중 이시죠. 기대됩니다.
기획은 몇 년 전에 했는데 바빠서 천천히 준비하고 있어요. 차 기물들을 감각적으로 표현해서 보는 사진전을 기획하고 있어요. 항상 바라보던 일상의 물건을 사진으로 만날 때 새로운 관점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운영하시는 블로그에서 ‘스치듯 지나쳤던 일상에서 나를 감각하게 만들어준다’라는 글귀를 봤어요. 차와 관련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차를 하기 전에는 일상이 바빴어요.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읽는 트랜디한 사람이 되길 바라서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큰 일들을 제외하곤 기억에 남지 않더라고요. 점점 일상이 둔해지는 것 같았어요. 차를 하면서부터는 달라졌어요. 무심했던 절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에 따라 하루 하루 날씨, 온도, 습도를 체크하면서 차를 마시니 일상이 달라졌어요. 큰 사건 같은 일들은 없지만 그날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차의 향과 온기 등이 일상을 감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