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자연재료로 일상의 물건을 만드는 밤구름입니다. 나무를 깎아 살림도구를 만드는 수업을 열고, 집에서는 대나무로 바구니를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합니다.
‘밤구름’이라는 이름이 참 포근하고 따듯해요.
본명은 김보람입니다. 구름이라는 활동명을 오래 사용했어요. 20살부터니까 십 년이 넘었네요. 대나무 작업 계정을 따로 만들면서 대나무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bamboo의 ‘밤’자를 따와 밤구름이라 쓰고 있답니다. 짓고 보니 밤하늘의 구름이라는 뜻이 되기도 해 더욱 맘에 들었어요.
양평에 오래 사신 것 같아요. 이곳에서 나고 자라셨나요?
두물머리에서 유기 농사를 짓던 농부님 그리고 친구들과 연이 되어 양평에 자주 놀러 왔어요. 그러다 매일 변하는 산과 들의 풍경에 매료되어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에 반해 이주를 마음먹었어요. 지금 이 집은 양평에서의 세 번째 집입니다.
그러고 보니 집을 둘러싼 풍경이 정말 아름답네요. 집 앞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도 들리고요.
맞아요. 집 근처에 논과 밭이 많은데, 논에 물이 채워지면 오리들이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밤나무에는 밤꽃이 피고, 은행나무의 잎이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관찰할 수도 있죠. 주변의 이웃들은 땅이 녹으면 씨앗을 심고, 새싹을 보살피고, 거두어 먹으며 살아가요. 저도 옆에서 따라 하며 배우고요. 그렇게 풍경과 어울리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구름님도 작물을 키우나요?
집 앞과 뒤에 작은 텃밭이 있어요. 3월 초에 완두 콩을 심었는데 벌써 지지대를 대줘야 할 만큼 많이 자랐어요. 작년에는 완두 콩을 심고, 수확해 먹었어요. 갓 수확한 완두 콩을 푹 쪄서 껍질째 먹은 그 맛에 반해 올해는 완두 콩을 작년보다 많이 심었어요(웃음). 바질, 고수, 부추도 있고, 쌈 채소인 상추도 있어요. 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같은 작물도 심었어요. 수확하면 이웃들과 서로 나눠 먹을 예정이에요.

훈남이가 텃밭을 괴롭히진 않나요?
안 그래도 오늘 오전에 텃밭 한쪽을 파헤쳐 놨어요(웃음).
데크에 그늘지붕을 만드는 게시물을 봤어요. 공간을 직접 손보시는 것 같은데, 또 어떤 곳을 다듬으셨나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오래된 단독주택이에요. 저는 집에서 작업을 하니까 집을 작업하기 편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야외 작업을 할 일이 많아 테라스에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의자도 두어 개 두었어요. 야외 작업을 마친 뒤 한숨 돌릴 때 앉아있곤 해요. 테라스나 마당에 작은 의자만 놓아도 일상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잠깐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며 쉬는 시간이 있다는 게 생활에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집 앞 테라스는 작업하고 쉴 때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손재주가 워낙 좋으셔서 필요한 소품, 가구들도 뚝딱 만드실 것 같아요.
제가 목공일을 꽤 오래 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필요한 것들은 만들죠. 작은 집에 살다가 이 집에는 작년 9월에 이사를 왔어요. 가장 먼저 만든 건 거실의 작업대예요. 마음껏 어지르고 언제든 작업할 수 있는 큰 작업대요. 작업대 앞에 앉는 것만으로도 출근하는 기분이 들어요. 일상에서 언제든 작업이 가능하다는 게 저에겐 중요한 환경이기도 하고요. 살아가는 공간과 환경을 나에게 편안한 공간으로 매일 조금씩 가꾸고 만들어가고 있어요.
집에서는 주로 대나무 작업을 하신다고요. 어릴 시절을 생각해 보면 집에 대나무 소재의 바구니, 함 같은 것들이 참 많았어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던 물건들인데, 문득 지금 제 공간을 둘러보니 이런 물건들이 없더라고요. 어쩐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작가님은 죽공예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2015년에 양평으로 이주하고 나서부터는 늘 작은 텃밭을 일구며 살았어요. 텃밭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구니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맛있고 예쁜 작물들을 잘 거두어 줄 수 있는 물건이 바구니잖아요. 작물뿐 아니라 집에서도 소중한 물건들을 잘 담아주고 보관해 주고요. 2016년에 동네 할아버지에게 싸리로 바구니를 만드는 것을 배운 계기로 바구니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대나무라는 재료를 접하고는 완전히 매료되어서 본래 하고 있던 나무 작업보다 대나무 작업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어요.
동네 할아버지에게 전수받은 바구니 만들기 비법. 재미있어요. 지역 장인이셨나요?
할아버지는 농사에 대한 지혜가 깊어 동네에서 인기 만점이셨어요. 할아버지께 싸리 바구니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친구들을 모아 할아버지와 약속을 잡고 배웠어요. 재료는 저희가 준비해야 했기에 싸리를 채집하고 다듬어서 아름아름 들고 갔죠. 이틀 정도 배웠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께서 귀와 언어가 불편하셨기에 모두들 할아버지의 손에 온 신경을 집중해 배웠어요. 가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나는 기분이에요. 오랜 시간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을 이야기해 주시고 가르쳐 주세요. 그럴 때면 책을 통해 배울 수 없는 삶의 지혜를 얻는 것 같아 값지고, 감사함을 느껴요.
그러고 보니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일상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공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과거의 정의라고 생각돼요. 대나무도 이제는 일부러 어딘가로 구하러 가야 하죠. 작가님 작업에 사용하는 대나무도 직접 채취하러 가시는 것 같았어요. 주로 어디에서 대나무를 구하시나요?
담양으로 대나무를 구하러 가요. 대나무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생을 해요. 충청도 어딘가가 그 분기점이라고 해요. 아쉽지만 제가 사는 양평은 추워서 대나무가 자라진 못해요. 그래서 겨울마다 대나무 수확여행을 가요.

수학여행이 아닌 수확여행이요? 담양이라면 이곳에서 먼 발걸음을 하시네요.
담양에 친분이 있는 선생님 소유의 대밭으로 수확여행을 떠납니다. 선생님께 드릴 막걸리도 사 가요. 2만여 평이 되는 넓은 대밭에서 작업하기에 적합한 대나무를 고르고 골라 톱으로 자르고 제 차에 실을 수 있는 만큼 실어와요.
좋은 재료가 나는 계절이 있을까요? 계절마다 대나무의 강도가 다를 것 같기도 하고요.
사계절 중에 겨울은 지구에 물이 빠지는 시기예요. 그래서 대나무도 물이 빠지는 시기인 추운 겨울에 수확을 해요. 그래야 곰팡이가 잘 안 생기고 단단한 재료가 돼요. 또, 3~4년생의 청년기 대나무가 적합해요. 작업하려면 마디가 굵고 곧은 것이 좋고요. 겨울에 수확한 대나무는 북향 창고에 보관하며 1년 동안 사용하고, 다음 해 겨울이 오면 대밭으로 가는 거지요.
대나무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주로 어떤 것을 사용하세요? 작품마다 사용하는 대나무가 다른지도 궁금해요.
저는 주로 왕대를 사용하고 있어요. 손잡이나 무늬를 줄 때에는 오죽도 사용하고요.
구름님이 생각하는 대나무라는 재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대나무는 정말 너무 멋진 재료예요. 대숲이나 대밭에서 자라는 모습 자체도 너무 멋지죠. 지금 이맘때에(5~6월) 죽순이라 불리는 새싹이 나오는데 한 달 사이에 10~20미터까지 자라요. 굵기도 길이도 한 달 만에 다 자라버린다는 게 너무 놀랍지요. 빠르게 자라지만 무척 단단해서 쓰임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쓰임을 다하고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요. 세상에 이런 멋진 자연재료가 또 있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 멋진 재료를 간단한 수공구만을 이용해 다듬을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아요. 대칼과 손의 감각으로 대나무의 힘을 느끼고 이해하며 댓살을 다듬는 시간이 참 매력적이에요.
죽공예 작업을 할 때에는 많은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반복에 반복을 거쳐야 완성되잖아요. 왠지 엉덩이 힘이 가장 중요할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로 정성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길고 커다란 대나무를 쪼개고 다듬어서 필요한 댓살을 만들고 짜고 엮어서 바구니를 만드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지만 저에겐 여전히 다채로워서 지루하지가 않아요. 대작업을 수없이 해봤지만 대나무를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시간이 여전히 재밌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대나무를 잡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버려요. 대나무를 쪼개는 시간은 감각에 몰입하는 명상의 시간 같은데, 짜고 엮는 시간은 고민하고 탐구하는 시간이에요. 각각의 공정이 서로 다른 결이라 더 재밌나 봐요.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요?
바구니마다 다 다릅니다. 대나무를 구하는 시간을 빼고도, 하루 이틀 걸리는 바구니부터 며칠, 몇 주 동안 만들어야 하는 바구니도 있어요.
죽공예를 하지 않는 시간에도 꾸준히 무언가를 만드실 것 같아요. 작업을 하지 않는 시간엔 주로 무얼 하며 보내시나요?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데 겨울엔 산에 나무하러 가느라 바빴어요. 저희 집 주 난방이 화목난로이거든요. 요즘엔 틈틈이 텃밭에 이것저것 심고 가꾸어요. 자라난 채소를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도 하고요. 건강하게 오래 작업하고 싶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산책하고 만들고, 밥 먹고 만들어요.
죽공예를 취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볼 수 있을까요? 왠지 구름님처럼 금손을 가져야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독자들에게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저도 함께 만드는 시간을 좋아해서 워크숍을 열어보려고 하는데 여력이 잘 되진 않네요. 그렇지만 올해에는 원데이 수업이라도 열어보려고 해요. 예습 차원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도 방법이고요. 대나무 작업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답니다.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이 작가님 작업에서 무엇을 느끼길 바라시나요?
대나무처럼 단단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그 모습은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이기도 해요. 이 마음이 담기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도 궁금해요.
잘 만들고 잘 판매하는 방법을 계속 궁리 중이에요. 그래서 내일도 오늘처럼 열심히 대나무를 다듬고 바구니를 만들어야 지요. 꾸준하게 작업하는 지금의 모습을 잘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