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표현하는 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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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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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슬로의 집은 마치 그의 작업에 자주 쓰는 파스텔 빛 물감처럼 아기자기한 귀여움과 낭만이 가득합니다. 작업실을 겸하는 작은 공간과 함께 매일을 열심히 살아내기 위한 루틴이 있는 집. 예술가로 살기 위한 섬세한 감각과 휴식이 함께하는 공간을 탐구합니다. 

이슬로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그 누구보다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

본업
그림 작가, 브랜드 디렉터
집스터 일과
매일 다른 형태로 보낸다.
특징
집 근처, 성수동, 사무실까지 세 곳의 작업실을 번갈아가며 매일 다른 형태로 지내는 것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슬로 작가입니다. 회화를 기반으로 즉흥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매체나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명이 독특해요. 본명이 이슬인데 ‘이슬로’라는 예명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오래전부터 SNS상에서 제 이름의 ‘슬’을 넣어 ‘슬로(Slow)’라는 닉네임을 사용했어요. 자연스럽게 주변에서도 ‘슬로’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이어져 예명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소심한 성격 탓에 이름이 외자인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성인이 되고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스스로 지은 이름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채광이 넘치네요. 건조한 거리와 상반되는 따스한 집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구조도 독특하고요.

집이나 작업실 이사를 굉장히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어린 시절까지 따지면 지금까지 30번 정도 이사한 것 같아요. 지금의 3층 집으로 옮긴 것도 이사를 꼭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는데 우연히 이 집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채광과 남편과 저의 공간 분리, 활용도가 다양한 알파 공간 등이 매력적이었고, 결혼 후 알게 된 부부의 생활 패턴이나 공간 활용을 고려하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 패턴을 고려한 공간 분리, 흥미로운데요? 자세히 들려주세요. 

저희 집은 침실과 주방,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맨 아래층이 제 공간, 대형 스크린과 소파, 게임기, 컴퓨터 등이 있는 남편의 2층 공간, 손님들이 왔을 때 쉴 수 있고 루프톱이 있는 3층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면서도 손님을 초대해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잘 맞는 집입니다. 청소나 인테리어도 각각 자기 공간만 책임지기로 해서 부부 싸움을 피할 수 있죠.(웃음)


이사하면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몸도 마음도 지치기 마련인데 오히려 그 과정을 즐기는 것처럼 보여요. 

자주 이사를 하니 언젠가는 어느 한곳에 자리 잡아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적도 있는데, 이제는 자주 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곳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저에게 잘 맞고 재미있는 경험이라 여깁니다. 언제든지 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한곳에 정착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사라지고, 새로운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좋은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여러 공간을 경험하다 보니 저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도 있고요.




집에 작품이 많이 걸려 있네요. 작가님 작품도 보이고요. 

주변에 가까이 지내는 다른 작가의 작품이나 선물로 받아 추억이 있는 것, 인테리어적으로 좋아하는 형태의 소품을 우선적으로 집에 두어요. 제 작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거나 가끔 손 풀기로 끄적거린 것들을 걸어두었어요. 


특별한 추억이 깃든 그림도 있나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포스터 액자가 하나 걸려 있어요. 제가 갓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당시 부모님이 비디오 가게를 운영했는데 그때 프로모션 상품으로 나왔던 액자예요. 저 포스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 30년째 가지고 있는데, 품질이 좋지는 않아서 색이 많이 바래고 액자도 굉장히 조악하지만 눈에 잘 띄는 계단에 걸어두었어요.




성수동, 위례 두 곳에 작업실이 있다고 들었어요. 집에서는 충분히 쉬어야 다음 날 힘을 내 작업을 이어갈 텐데 집에서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린다고요. 

사실 20년 넘게 거의 매일같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언제든 쉽게 작업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었고, 늘 제 공간에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두었어요. 작업량을 보면 그렇지 않게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마음먹는 것에 비해 게으르기 때문에 이런 형태로 작업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작업 도구가 침실에 있네요? 

예전엔 편안히 누워 있는 것이 휴식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계속 창작을 해야 하고 꾸준히 성장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누워 있으면 온전히 쉬기가 어렵더라고요. 누워 있으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때로는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누워 있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고요. 이것저것 당장 그리고 싶은데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준비하고 작업실까지 출근하는 과정이 너무 귀찮을 때가 많아요. 또는 늦은 시간이라 작업실에서 퇴근을 해야 하는데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남아 있을 때도 있어요. 계획적으로 차근차근 무언가를 이루는 타입이 아닌, 즉흥적인 스파크가 튈 때 그 기회를 잘 잡아야 하는 성격이라 생긴 특이한 루틴인 것 같습니다. 아마 다른 어떤 작가보다도 작업 준비 시간이 가장 짧을걸요.




작가님의 쉼, 휴식의 방식이 궁금하네요. 한편으로는 쉬지 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요. 

요즘은 작업과 상관없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진짜 휴식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요리 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데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완성해야 해서 집중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당시에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고 나니 평소 작업과 관련된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한 시간 동안 뚝 끊겨 있었더라고요. 오히려 다른 일에 몰두한 뒤 평소의 고민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전체가 환기되고, 갇혀 있던 생각에서 한 발짝 떨어져 객관화하는 기회가 된 거죠. 그 이후론 집에서 요리하거나 식물을 기르는 것 등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요. 영감이란 일상의 일을 어떻게 작업으로 전환하느냐의 방식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휴식’에 대한 고민 또한 저에게 중요한 영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침실도 작업실이 됐는데 침실에서는 어떤 그림을 그리나요? 

쉬거나 자려고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해요. 메모해두었다가 다음 날 일어나서 해볼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 벌떡 일어나 바로 시도하곤 합니다. 가끔은 슬쩍 스케치만 해둘 때도 있지만, 침실은 새로운 재료 조합에 대해 테스트해보는 연구 공간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진득하게 앉아 중요한 프로젝트를 마치기도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 때 그림을 그려봤잖아요. 학교 미술 시간에든 취미로든. 작가님은 그 경험을 멈추지 않고 이어온 것처럼 보여요. 

맞아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릴 때 그림을 그리잖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그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 많아지면서 완전히 놓아버리는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이 오랫동안 장사를 하셔서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학교나 학원을 마치고 자기 전까지 늘 라디오를 들으며 그림을 그렸는데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늘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자연스레 미술대학에 진학하고 디자이너로 취업했지만, 그때도 일과 후에는 늘 입시나 커리어와 상관없는 저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렸어요. 


작업실과 집을 구분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 또한 스스로의 삶과 자연스럽게 버무려진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렇네요. 목적 없이 즐거워서 그렸기에 취미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조금 달랐던 건 취미를 혼자 즐기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늘 그림 그리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내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공개했어요. 전업 작가가 된 지금은 그것이 자연스레 중요한 아카이브가 됐죠. 


그림 그리기 자체가 목적이기에 매체에 한계를 두지 않는 본인만의 스타일이 완성된 걸까요? 옷, 상점 윈도, 에버랜드 튤립 축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가님 그림을 만나볼 수 있었잖아요. 

사실 그리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즐기다 보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아요. 내가 작가이고, 전시를 위한 작품을 해야 하고, 그 작품이 팔려야 하고, 작가로서 이 시대에 어떠한 업적을 남겨야 하는지 등등 사회적으로 화가에게 요구되는 것, 브랜드에 요구되는 것,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요구되는 것이 정말 많잖아요. 저는 제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지금처럼 작품이나 활동에 특별한 경계가 없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도전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림을 그린다’는 변하지 않는 사실 안에서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으려다 보니 그게 오히려 더 큰 확장을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More Love’, ‘사랑이 필요해’ 등 과거 작품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최근엔 ‘로’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며 작가님 자신에게 집중하는 작품이 많아진 것 같아요. ‘로’가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품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 자체도 부담이 되어서 ‘자연과 사랑’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가지고 과거 작업을 이어왔어요. 그런데 전시를 하면 꼭 “작품 속의 얘(캐릭터)는 누구예요?”라는 질문이 나오더라고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의하지 않았어요”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닌 그 자체로 존재할 수는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이름을 붙여주기로 마음먹었죠. ‘로’라는 이름은 이슬로라는 제 예명에서 실명(이슬)을 제외하고 남은 글자로 지은 이름이에요.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며 생겨난 존재이면서 제가 스스로 만들어 부른 첫 번째 이름인 셈이죠. ‘로’는 저 자신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슬로’라는 작가가 타인과 사회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것에 대한 저의 태도를 이야기해요.




개인적으로 작가님 그림 앞에 서면 자유로움이 느껴져요. 따듯한 색채와 대비되는 과감한 터치, 흐르는 물감 등의 질감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업 과정 안에서도 스케치나 에스키스를 하지 않고 물감과 색이 흐르고 겹치는 모습을 살려내면서 완성하거든요. 붓을 움직였던 리듬감이 완성된 작품에서 보이고, 전달되는 쾌감이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작품 속에서도, 또 스스로의 삶에서도 어떤 한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로’는 저 자신일 수도 있고, 작품을 봐주시는 모든 분일 수도 있어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어 아무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뭐든지 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존재!


현재 부산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죠. SNS를 통해 커다란 나무 패널에 꽃을 그리는 모습도 봤어요. 올해 역시 활발한 활동이 기대됩니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작업한 경험을 활용해 좀 더 견고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캐릭터 작업도 준비하고 있고, 그림책도 만들고 있어요. 똑같이 그림을 그리면서 아직도 새로운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굉장히 설레요. 꾸준히 뿌리를 키우다 보면 어떤 새로움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 믿어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처럼 집에서 취미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팁을 준다면요?

스스로에게 먼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나는 어떤 습관이 있는지, 뭘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할 때 가장 편안한지, 취미가 나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이고 어떤 게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지. 공간과 재료를 준비하는 것만큼 마음가짐도 중요한 준비 사항이라는 점!

Tips

작업할  듣기 좋은 라디오 프로그램 다섯 가지

이슬로 작가는 작업할 때 항상 라디오를 듣는다. 좋은 음악을 선곡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어서 라디오를 선택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람 사는 이야기도 듣고, 우연히 만나는 좋은 선곡에 기뻐하기도 하는 편이 마음 편하고 자극이 없어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가기 좋다고. 


09:00~11:00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11:00~12:00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


18:00~20:00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22:00~24:00 
MBC FM4U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


24:00~25:00
MBC FM4U <배순탁의 B side>

Editor
Kim suji
|
Photographer
Hoon Shin
|
Date
2023-06-15
59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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