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커리어로 발전시킨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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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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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창으로 서울 구도심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거실은 홈 가드닝 크리에이터 박상혁의 작업실이자 정원이다. 홈 가드닝 노하우와 정원 탐방기를 공유하는 그의 유튜브는 조용히 마니아층을 형성해가는 중이다. 첫 식물 에세이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는 그는 식물 이야기를 할 때면 봄볕 받은 잎사귀처럼 반짝거렸다. 요새는 아방가르드한 모양새의 식물이 예뻐 보인다고, 저기 건너편 아파트에 있다는 테라스가 부럽다고, 이번 주에는 지인에게 받은 식충식물을 새로 구입한 예쁜 잔에 심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입춘과 경칩 사이, 하루 중 빛이 가장 예쁘게 든다는 늦은 오후였다.

그랜트의 감성/ 박상혁

베란다 없는 아파트에서 수백 개 화분을 돌보며 식물이 주는 일상의 행복을 영상으로 공유한다.

본업
홈 가드닝 크리에이터
특징
산책하며 도심 속 정원 찾기, 오래된 해외 식물도감 보며 영감받기
주요 장비
식물 생장등, 서큘레이터, 전지가위


오늘 많이 따뜻해졌어요.

그러네요. 식물을 키우면 절기에 민감해져요. 빛의 색감이나 공기가 매번 달라지고, 매주 뭔가 변하거든요. 이맘때 빛이 이 정도 비추고, 다음 주면 여기까지 비추겠다는 감이 대충 생기죠.


이 집에서 얼마나 살았나요?

6~7년쯤 됐어요.


집 안 공간에 대해 잘 알겠네요.

식물을 키우려면 우선 공간을 이해해야 해요. 햇빛이 집 안에 어떻게 들어오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하죠. 따지고 보면 이 식물들은 다 밖에서 자라던 야생초거든요. 실내에 인테리어 관점으로 배치하면 죽죠. 막연하게 남향이라 빛이 잘 드니 키울 수 있겠다, 하는 게 오산일 수 있어요. 층고가 얼마나 높은지, 주변에 햇빛을 가리는 게 없는지, 계절에 따라 해가 어떻게 변하는지 등 다양하게 따져봐야 해요.


여기는 실내인데 마치 자연환경 같아요.

집 안에서도 식물은 절기를 아는 것 같아요. 겨울에는 좀 더디게 자라요. 얼마 전에 입춘이었는데 그때쯤 되면 갑자기 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활기를 띠어요.


언제부터 식물을 키웠어요?

여기 이사 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는 2018년부터예요. 사진 촬영이 취미라 원래 빛 관찰하는 걸 좋아했어요. 식물에 빛이 일렁이는 걸 보는 게 참 좋더라고요. 식물을 하나씩 키우다 보니 정서적으로 안정되기도 했고요.



처음 키운 식물은 어떤 거예요?

드라세나요.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예요. 우아한 선을 연출하기 좋은 식물인데, 키우기 쉽고 병충해도 거의 없어서 식물을 처음 키울 때 많이들 선택해요. 처음에 요만 했는데 5년쯤 되니 이렇게 자랐어요.


처음부터 이렇게 잘 키우다니, 식물 키우는 데 소질이 있는 것 아닌가요?

사실 식물 기르는 게 어렵지 않아요. 공간에 맞지 않는 식물을 들이고, 식물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물을 주니 키우기 어려운 거예요. 식물을 키우면서 알게 된 건 결국 경험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직접 부딪쳐가며 키우다 보면 알게 되는 게 많아요. 예를 들면 고사리는 의외로 햇빛을 좋아해요. 자생하는 나무 그늘이 실내 그늘보다 훨씬 밝거든요. 하루에 2시간 정도 햇빛이 드는 자리나, 은은한 햇빛이 1년 내내 드는 창가 자리 정도면 괜찮아요.


주로 어디서 도움을 받고 영감을 얻나요?

제가 처음에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을 때는 국내 식물 사이트가 별로 없어서 외국 사이트를 주로 참고했어요. 몇십 년 동안 식물을 키운 사람들이 정리해둔 블로그 같은 거요. 그들에게 메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며 배웠어요. 다큐멘터리도 찾아보고.


어쩌다 이렇게 화분이 늘었어요?

수집과 마찬가지 과정이에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색다른 매력이 있는 식물을 발견하면 빠져들고, 마니아적으로 파고들기도 해요. 거실에만 화분이 70개는 돼요. 어릴 때 치던 피아노를 화분 선반으로 사용하죠. 경칩이 지나고 4월이 오면 이쪽까지 해가 다 들어서 되게 예뻐요. 겨울에도 여기까지는 해가 들어서 다육식물, 선인장, 열대식물 위주로 키워요.



침실은 어떤가요?

고사리나 열대 관엽식물로, 정글 같은 느낌으로 꾸몄어요. 난도 있고요. 한두 달 전에 오셨으면 꽃이 다 펴서 향이 엄청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지금 딱 한 송이 남아 있는 게 이거예요. 밤에 향이 나는 꽃이 있고 낮에 향이 나는 꽃이 있거든요. 이건 엔시클리아라고 하는데, 지금은 향이 나는 시간은 아니지만 한번 맡아볼래요?


향이 엄청 강한데요?

이게 아침에 한 송이 딱 올라와서 활짝 피면 방향제 뿌린 것처럼 방 안에 향이 진동해요.


침실에 있는 식물은 다 해서 몇 종이나 돼요?

화분은 300개 정도인데 몇 종인지는 세어보지 못했어요. 저는 최대한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해요. 집 층고가 높은 편이거든요. 270~280cm 정도 돼요. 이건 리케 선반이라고 원래 책을 두는 용도인데, 이렇게 책상 위에 올려서 화분을 두면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죠.


입체적이네요.

화분을 벽에 걸거나 화분 위에 화분을 올려두기도 하고, 식물이 예뻐 보이는 ‘심쿵’ 포인트를 활용해 배치해요. 이렇게 역광으로 봐야 예쁜 식물처럼요. 레이어를 만들면서 흘러내리듯 자라는 식물은 위쪽에 두고요. 고사리가 여기 있으면 무거워 보이니까 그 위에 다른 화분을 두어 무게중심을 잡아줘요. 미관적인 부분도 고려하고, 식물의 특성, 빛에 따라 식물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배치하고, 식물이 어떻게 자랄지도 예상해야 하죠. 그게 너무 재미있어요.


이 책상에서 글도 쓰고 영상 편집도 하겠네요.

네. 그런데 사실 누워서 바람 들어오는 거 보는 시간이 더 많아요. 바람이 잘 들거든요. 봄, 여름, 가을에는 최대한 창을 열어두고, 겨울에는 서큘레이터로 환기해요. 책상이 원래 오른쪽에 있었는데 해가 정면에 있어서 왼쪽으로 옮겼어요. 제 방은 자주 배치를 바꿔요.


식물을 자주 옮겨도 괜찮아요?

계절마다 빛이 바뀌면 옮기는 게 낫죠. 자연에서 식물이 뿌리 내리고 자라는 건 그 환경과 잘 맞아서 그런 거잖아요. 식물이 집으로 들어온 순간, 햇빛 안 드는 동굴에 들어온 셈이거든요. 대신 우리가 위치를 옮겨줄 수 있지요.



식물을 돌보는 루틴이 있나요?

물을 언제 줬는지 기록해둬요. 그러면 계절마다 언제쯤 물을 주면 될지 알게 돼요. 겨울에 10일마다 물을 줬다면 여름에는 5일마다, 이런 식으로. 처음 식물을 키울 때는 흙을 확인하며 물을 주는 게 좋아요. 같은 식물도 흙을 어떻게 배합했는지, 어떤 화분에 심었는지, 식물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환경은 어떤지에 따라 물이 마르는 속도가 다르거든요. 절대적인 게 없어요. 무조건 이래야 한다는 걸 조심해야 해요. 참고는 하되 각자 환경에 맞춰야죠. 그런데 그 과정이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스트레스도 받는데, 어떻게든 해결하면 자신감이 붙어서 또 식물을 들이게 되죠.


식물은 주로 어디에서 구입하나요?

보통 오프라인으로 구입해요. 노가든이 서촌에 있을 때 많이 다녔고, 양재꽃시장은 워낙 저렴해서 자주 갔고 이원난농원, 파주 조인폴리아도 많이 가요. 한창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갔는데 요즘은 자주 안 가요. 최근에는 그저께 다녀왔어요. 고양시 쪽 농장에.(웃음)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오전에 카페에서 작업하고, 오후 서너 시쯤 되면 집에서 식물을 돌보고 유튜브 촬영도 해요. 밤에는 영상 편집을 하고요. 주로 여기 거실 식탁이나 침실 책상에서요. 아침에 해가 드는 동향 집이었다면 아침형 인간이 되었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새벽형 인간이 되었어요. 정원 일은 끝이 없어요. 식물은 계속 자라고 늘 해프닝이 생겨요. 집 안에서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게 돼요.


식물과 동기화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게요. 어느 순간부터 제 삶이.(웃음)



혼자서 영상 촬영과 편집을 다 하잖아요.

영상을 전공했어요. 기획을 치밀하게 하기보다는 일단 찍고 거기서 뭘 만들어내는 스타일이에요. 편집은 사나흘 정도 걸려요. 작업하다가 옆에 있는 식물 구경하다 보면 더 오래 걸리고.


‘그랜트의 감성’이 어떤 채널이 되었으면 하나요?

동물에는 감정이입을 잘하는데 식물은 소품처럼 생각하는 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식물을 통해 누리는 소소한 행복을 알리고 싶어요. 잎 한 장 나온 것만으로도 벅차고, 꽃향기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 좋은 날도 많거든요.


콘텐츠에 관한 고민이 있다면요?

집에서 식물 키우는 이야기만 다루면 단조로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식물원 같은 곳을 소개하며 관계자를 인터뷰하는 콘텐츠를 시도해보고 있어요. 출연을 부탁하면 많은 분이 흔쾌히 응해주세요. 식물을 매개체 삼으면 모르는 사람과도 한참 동안 재미있게 이야기하게 돼요.


식물 좋아하는 사람들 성향이 비슷비슷하지 않나요? 만나보면 어때요?

다들 순수한 것 같아요. 꽃 핀 것 자랑하고, 새로운 품종 나왔다고 지금 사야 한다고 말해주고.(웃음)


식물을 키우면서 식물을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해요.

정말 그런 게 있어요. 어느 순간 잎이 딱 나오면 나도 모르게 갑자기 벅차오를 때. 이렇게 햇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아무 일 안 해도 되는 평화로운 주말에 나른한 햇살과 바람을 맞는 기분, 세상에 나랑 식물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요. 식물을 안 키워보면 모를 소소한 순간이에요.


그런 순간이 자주 있어요?

그럼요, 자주 있죠.


지금 빛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이제 들어오기 시작해요. 4~5월에는 이게 오후 3시 풍경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때예요, 4~5월이랑 9~10월. 빛이 가장 아름답게 비추고, 식물이 힘들어하지도 않고 가장 예뻐 보일 때예요. 사실 우리나라가 식물 키우기에 아주 좋은 조건은 아니거든요. 여름은 너무 덥고 비만 내리는 날도 많고, 겨울은 너무 건조하고 춥고.



집의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집은 내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또 식물도 나처럼 이곳을 집으로 느끼는 그런 공간이죠. 책에도 썼는데, 식물 살기 좋은 곳이 사람 살기에도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적당히 바람도 있고 햇빛도 있고 땅도 있고, 그렇게 식물이 뿌리 내릴 수 있는 공간. 


집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예요?

이런 시간에 집에서 커피 마시는 거 좋아해요. 음악 틀어놓고요. 식물도 음악 틀어주면 좋아한다고 하잖아요.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클래식, 재즈를 들어요. 노을 질 때 가장 아쉽죠.


쓸쓸한 시간이죠.

그래도 전 오후 햇빛 되게 좋아해요. 설명할 수 없는 톤이 있어요. 영화적인 색감.


식물을 위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면 어떤 노래를 넣고 싶어요?

엘라 피츠제럴드의 ‘미스티’가 괜찮고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어린이의 정경’ 중에 있는 유명한 피아노 소곡이에요.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봄의 왈츠’.


이 많은 식물 중에서 특히 애착이 가는 식물이 있다면요?

아디안텀 고사리요. 이렇게 잘 키우게 되기까지 오래 걸렸고 많이 죽이기도 했어요. 쉽게 구할 수 있고 예쁜 식물이지만 처음에는 키우기 까다롭거든요. 덕분에 식물 공부 많이 했어요. 물 주는 걸 한번 놓치면 바로 말라버려요. 그런데 또 의외로 강해서 물을 주면 잎이 다시 나오고요. 예민한 것 같지만 강하게 버티고, 여려 보이는데 속은 꽉 차 있는, 알다가도 모를 식물이라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이건 2018년부터 키웠어요. 지금은 제 방이 자생지인 양 잘 자라는 걸 보면 뿌듯해요.


식물에도 성격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건 평생 함께하고 싶은 식물이에요.


Tips

초심자를 위한 박상혁의 식물🌱🌿 키우기 

청결

예쁜 정원의 첫 번째 조건은 청결이다. 박상혁은 매일 청소기로 청소하고, 일주일에 세 번 물을 주는데 그때마다 알코올 솜으로 먼지를 닦아낸다.


‘일주일에 몇 번’ 이런 방식이 아니라 직접 흙을 확인하고 물을 준다. 물 주는 시간은 식물과 독대하는 시간이다. 잎 상태를 확인하고, 분갈이가 필요한지 병충해는 없는지 살피고, 필요하면 잎을 다듬거나 영양제를 공급한다.


장비

식물 생장등과 서큘레이터는 꼭 필요하다. 식물 생장등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빛이 적어도 잘 키울 수 있다.


화분

무조건 토분만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토분은 물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는데, 고사리처럼 물을 좋아하는 식물은 물을 더 자주 줘야 해서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물이 더디게 마르는 플라스틱 화분이 더 적당하다.


식물

고무나무, 스킨답서스, 아글라오네마, 금전수, 스파티필룸, 산세비에리아 같은 대중적인 식물은 쉽게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환경에도 잘 적응한다. 병충해가 생기거나 빛이 부족해도 잘 자란다.

Editor
Kisun Lee
|
Photographer
Hoon Shin
|
Date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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