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계정 ‘수심 티 하우스’를 보고 차를 이렇게나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수심이 ‘물의 깊이’라는 뜻이잖아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사유하고 원하는 깊이만큼 헤엄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차를 마시는 동안은 자신이 원하는 생각, 원하는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놓기를 바람으로 ‘수심’을 넣어 이름을 지었어요.
차 생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오래 만난 남자 친구가 있는데,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지는 저를 걱정해 종로에 있는 티쿱스토어를 찾아가 제게 맞는 차와 개완을 사서 선물해 주었어요. 사실 그때는 차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차에 이런 맛과 효능이 있구나’ 정도 생각했죠. 본격적으로 차 문화에 빠지기 시작한 건 2019년이에요. 제주도로 인턴을 하러 갔는데 업무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고된 시기를 보냈어요. 그러다 쉬는 날에는 찻집을 다녔는데, 그때 차의 온기와 그 담백함이 저를 편안하게 해주었고 그렇게 저의 차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차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었나요?
가장 큰 매력은 다양성이에요. 차 종류만 해도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흔히 ‘6대 다류’로 불리는 녹차, 홍차, 우롱차(청차), 보이차(흑차), 백차, 황차가 있고, 발효와 맛, 향, 산지와 기후 등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나뉘어요. 또 즐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에요. 잎을 따뜻하게 내려 그대로 마실 수도 있고, 탄산수나 찬물에 우려 시원하게 마실 수도 있고, 음식과 페어링할 수도 있고, 또 찻잎을 이용해 베이킹을 하거나 반찬을 만들 수도 있거든요. 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차의 면면이 워낙 다양했기 때문에 질리는 일 없이 좋았어요. 특히 저는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성격에 적합한 취미라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같은 날에는 어떤 차를 마시는 게 좋을까요?
날씨가 추운 계절에는 전 쑥차를 가장 좋아해요. 쑥말차, 쑥잎차도 좋고요. 쑥잎차는 초콜릿 향이 나는 것도 같은 다채로운 매력이 있어요. 차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쑥차를 내주면 ‘쑥의 재발견’이라며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수심 티 하우스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주도에서 인턴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차에 대한 제 마음이 커진 것에 비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더라고요. 내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냥 소파에 앉아 계정을 만들고 차에 관한 공간, 차를 즐기는 저의 방법을 하나씩 올렸어요. 오랫동안 요리한 경험을 살려 티 페어링 콘텐츠도 만들고 이렇게 하나둘 쌓아갔어요.
‘방구석 차실’이라는 수식어가 재미있어요.
차는 다른 음료보다 시간과 여유가 더 요구되는 음료라고 생각해요. 물을 끓이고, 다구를 예열하고, 찻잎을 덜어내고, 향을 맡고, 우리고, 잔에 따르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 손이 가잖아요. 바쁘게 사는 일상 속에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집중하게 해주는 차를 가장 가까이에 두고 싶어서 ‘방구석 차실’을 콘셉트로 삼았어요. 가장 아늑한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적을 환경을 만들어본 거예요.
거실 역시 차 마시기에 좋아 보이는데요.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아버지가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를 가장 원하셨어요. 그래서 소파 옆에 차 도구를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차를 마실 수 있게 테이블을 놓았죠. 옆으로 큰 창이 있어서 날씨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어요. 봄, 여름에는 푸릇푸릇한 기운이 강하고 가을에는 또 그만의 운치가 있어요. 때로는 창밖을 보면서 차를 마시면 여행 온 느낌이 들기도 해요.
집에 티룸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할 만한 팁이 있을까요?
스스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시작했거든요. 자신이 안락하게 느낄 공간을 찜해 두는 것도 좋아요. 그게 책상이어도, 침대 위여도, 서재여도 상관없어요. 공간이 적절치 않다면 좋아하는 티룸을 하나 찜해 두는 것도 좋죠. 그리고 쉽고 편한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티백이어도 좋아요. 저는 밥그릇에 말차를 먹곤 했거든요. 형식이나 도구도 중요하지만 차를 마시는 그 자체가 즐거운 것이니까요. 점차 익숙해지면 또 새로운 것을 하나씩 시도해 보면서 경험의 울타리를 넓혀 가보는 거예요.
차를 즐기는 데 자신만의 루틴이 있을 것 같아요.
매일 밤 자기 전에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다이어리를 써요. 제 방에 있는 넉넉한 소파에 앉아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온전히 저 자신한테 집중할 수 있고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요. 차 종류는 그날의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서 달라져요.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서 차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이른 오전에는 고소한 한국 녹차나 루이보스 같은 가벼운 차를 마시면서 몸을 깨우는 게 좋고, 날씨가 쌀쌀해서 몸을 따듯하게 하고 싶을 때는 홍차나 보이차가 생각나요. 가볍게 마무리하고 싶은 저녁에는 청차를 마시기도 해요.
그동안 차 취향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처음에는 향이 다채로운 블렌딩 티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블렌딩 티는 향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페어링할지 고민될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점점 찻잎 본연의 맛을 더 탐하게 되면서 근래에는 동양 차에 빠져 있어요.
동양 차 중에서 한국 전통차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우리 차는 곡물의 고소한 감칠맛이 인상적인데, 특히 우리 녹차 중에서 곡우 전에 딴 찻잎으로 만든 우전차나 5-6월에 채취한 잎으로 만든 세작은 산뜻하면서도 보리차처럼 구수한 맛이 있어요. 저는 차 세계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한국 차로 시작해 보기를 권해요. 티백으로 차를 마시다 보면 녹차의 산뜻하고 구수한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데, 찻잎을 우려 마시면 진정한 녹차 맛을 알 수 있거든요.
일본과 중국 차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일본 차는 토양의 특성과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자칫 비린 맛이 날 수 있어요. 그런데 마시다 보면 그 맛이 점점 감칠맛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안초비를 떠올려 보면 비릿하면서 감칠맛이 돌잖아요. 일본 차는 이렇게 해양의 영향으로 생긴 감칠맛에 집중하면서 마시면 좋을 것 같아요. 중국은 차의 본토라고 할 만큼 차 종류가 무척 다양해요. 발효 방법, 기간에 따른 차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죠. 따라서 차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우선 한국이나 일본 차를 마셔보고 그다음에 중국 차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다양한 차 페어링을 시도하는 것 같은데, 차에 곁들이는 음식을 고를 때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요?
저는 음식과 차의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크리미하고 묵직한 디저트와 함께 차를 마신다면 약간 농후한 중국 홍차를 선택하고, 샐러드처럼 가볍고 다양한 맛을 내는 음식에는 그 맛을 은은하게 받쳐줄 백차나 청차를 페어링해요. 녹차는 워낙 가벼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케이크나 크림이 함유된 디저트보다는 과일 같은 산뜻한 음식과 합이 잘 맞아요. 아니면 주먹밥과 함께 먹는 것도 좋고요. 일본에서는 오차즈케로 먹기도 하잖아요. 밥 위에 우메보시나 나물 등을 올려서 먹어도 돼요.
디저트가 아닌 식사류에 페어링하는 것도 새롭네요.
양갱이나 초콜릿, 케이크 등은 차와 잘 어울리고 단정한 시간을 만들어주죠. 그런데 저는 좀 다채로운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차와 함께 계절 과일을 올린 브루스케타를 간식으로 먹기도 하고, 차에 파스타 같은 양식 메뉴를 곁들이는 것도 좋아해요. 그때그때 좋아하는 것, 계절에 따라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찻자리를 만들어요.
아끼는 다구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붉은색 다완은 차 박람회에서 구매했어요. 말차를 격불해서 마시고 싶은데 다완이 없을 때는 밥그릇같이 오목한 그릇을 이용하곤 했거든요. 이 붉은색 다완이 생긴 뒤로는 차선으로 격불을 하면 거품이 만들어지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푸릇푸릇한 말차 색과 대비되는 색 조화, 두 손으로 감싸는 행위가 참 따뜻하게 느껴져요. 이 외에도 포FOH의 은 다하와 은 차시, 무무요의 다구, 라이프마크의 크리스털 다구를 아껴 사용하고 있어요.
다기를 하나하나 모으는 것도 차 생활의 기쁨일 것 같아요.
스튜디오 포는 금속으로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는 공예 브랜드예요. ‘이이엄’에서 전시해 놓은 작품을 구경하는데 하나하나 작품을 소개해 주시던 작가의 마음에 반해 다하와 차시를 구매했어요. 짙은 빛깔의 무무요 다구는 취업을 기념해 선물 받았는데 혼자 또는 둘이서 차를 마시기에 참 좋아요. 제 차 생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라이프마크의 크리스털 다구는 부담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자주 손이 가요.
차에 관한 브랜드 중에서 즐겨 찾는 브랜드가 있나요?
맛차차, 토오베, 라이프마크, 맥파이앤타이거 등이에요. 맛차차는 차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깊은 애정을 가진 브랜드예요. 단정하고 절제된 속에서도 쉼을 전달하려는 차의 태도를 본받고 싶다는 느낌을 줘요. 토오베는 소꿉놀이처럼 재밌고 쉽게 차에 다가가게 하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티 하우스가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차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아기자기한 토오베에서 시작하길 추천해요. 맥파이앤타이거는 브랜드 초기부터 좋아한 브랜드였는데, 차를 중심으로 수준 높은 브랜딩을 전개하고 있어요. 라이프마크도 부담을 내려놓고 차에 관한 도구를 탐색해 보기 좋은 브랜드인 것 같아요.
수심 티 하우스에서도 차에 관한 유익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지만 또 다른 게 있을까요?
‘더티레터’요! 차에 대한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를 격주로 발송해요.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카카오 지도에 모은 링크도 공유하고 있어서 아주 유익해요.
찻자리가 곳곳에서 열리는데, 함께 즐기는 차 친구도 있나요?
‘티포원클럽’이라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있어요. 오래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다우(차를 함께하는 친구)님이 운영하는 모임인데, 오설록 티 크리에이터 1기 멤버로 또 만나게 되어 더 자주 교류하게 되었어요. 차를 공통 관심사로 다구를 파는 분, 다식을 만드는 분, 티 하우스를 운영하는 분 등 많은 차 애호가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다 함께 차를 마시러 티룸을 예약하기도 하고 행사를 열기도 해요. 이전에는 혼자 티 하우스를 다니며 즐기곤 했는데 이렇게 다우들이 생겨서 참 든든해요.
오설록 티 크리에이터는 무엇인가요 ?
오설록 티를 경험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을 했는데,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프로그램이라 지루하지는 않을까 염려했어요.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그 어느 대외 활동보다 끝나는 게 아쉬웠어요.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한 점은 차를 주제로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들과 연을 맺은 것이에요. 공통 관심사로 만났기에 서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눈 맞추며 즐기기 바빴어요. 함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니!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이게 참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수심 티 하우스 계정을 보면 잘 차린 찻자리를 참 멋지게 찍은 사진이 눈에 띄어요. 찻자리 사진을 잘 찍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저는 피사체를 주로 화면 가운데에 두거나 아주 근접한 거리에서 찍어요. 주인공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도록요. 그리고 주인공과 어우러지는 배경, 접시와의 조화도 신경 쓰죠. 처음에는 레퍼런스를 보면서 참고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화면 안에 주인공을 담는다는 느낌인 것 같아요.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머지않아 직접 차회를 운영해 볼 계획이에요. 그래서 요즘 부지런히 그릇 구경을 다니고 있어요. 제가 직접 요리한 음식에 차를 곁들이는 식의 차회를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차와 음식을 조화롭게 구성하고 인상적인 찻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에요.
수심 티 하우스는 인스타그램에서만 운영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차에 관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차만 다루기보다는 채소 요리를 기반으로 한 건강한 음식과 생활을 아우르는 웰니스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차분한 공간, 편안한 시간, 건강한 식사, 느긋한 휴식을 다루는 브랜드요. 저는 이런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평소 이 소망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이나마 근접해 가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