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로 세상을 채우는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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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채운 작은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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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는 3년차 아트 컬렉터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이 있을지어다.’ 라는 문구를 새긴 그림이 그의 첫 소장품. 혼자 사는 집 거실 한가운데 걸어두고 매일 가훈처럼 곱씹는다. 때때로 변하는 상황과 감정에 따라 마음을 대변해주는 작품을 하나씩 골라 모은 덕에 그의 거실은 어느덧 작품으로 가득해진 상황. 작품을 수집하는 마음, 거실 벽을 꾸미는 김연희의 몸짓은 마치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몸짓과도 닮아 있다.


김연희

진심이 통하는 작품을 찾아 모으는 아트 컬렉터

본업
디자이너, 유학 미술학원 원장
주요 관심사
신진 작가
특징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술을 애호함

소장하는 작품들이 연희 씨의 취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네요.

파스텔톤의 밝은 인상을 선호해요. 너무 심오한 메시지나 분위기 보다는 일러스트레이션과 같은 산뜻한 그림을 좋아하고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들 중에서 저와 닮은 정서를 표현하는 작가들을 눈여겨 보고 있어요. 이외에도 아트 토이를 모으는 것도 좋아해서 집안 곳곳에 피겨가 좀 놓여있어요.


아트 컬렉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어머니와 동생도 미술을 전공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릴 때부터 문화, 예술에 많이 노출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도 다니던 회사를 돌연 그만 두시고는 미술 공부를 하겠다며 파리로 떠나신 거예요. 그리고는 제게 ‘너도 디자인을 공부했고, 미술에 관심이 있으니, 관심을 갖고 작품을 하나둘씩 사보라’고 조언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제 관심사와 좀 더 부합하는 아트 토이를 모았는데, 점점 그림에도 감정 이입을 하게 되더라고요. 제 상황이나 기분을 대신 표현하거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그림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트 컬렉팅에도 관심이 번졌어요.


첫 소장품은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

모모 킴 작가의 페인팅이 처음이었어요. 당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저 그림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망각한 자에게 축복이 있을지어다.’ 이런 의미의 문구가 제게 깊이 와닿았어요. 당시 저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해주는 것 같아서 소장하기로 한 거죠. 마치 가훈처럼 걸어뒀어요.


자신의 상항을 반영하는 컬렉팅이라니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작품들을 보면 초반에는 약간 어두운 톤 위주였다가 점점 밝고 귀여운 느낌으로 취향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실제로도 지금 제가 가장 관심 갖는 작품이 핑키 작가님의 작품이거든요. 사랑스럽고 악동 같은 이미지가 이 공간에 활기를 더하는 것 같고, 집에 들어왔을 때도 밝고 화사한 그림이 눈에 들어오면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받는 기분이 들어요.


집 안에 인물이 그려진 작품이 많네요.

보통 얼굴이 그려진 작품을 집에 잘 두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가끔 저와 통한다는 느낌이 드는 인물화를 만날 때가 있어요. 이를테면 준 코리아 작가는 항상 본인이 애정하는 인형을 사진으로 남기는데, 저 역시 그림이나 피겨를 모으면서 감정을 이입하곤 하거든요. 이러한 점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 소장을 결심했었어요.


작품을 소장하는 일은 감상하는 것과 달리 어떤 즐거움이 있나요?

작품마다 작가의 의도가 있지만, 보는 사람 역시 저마다의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작품에서 느끼는 감상과 해석이 달라져요. 그렇게 작품 속에 저만의 맥락을 반영하는 것이 제 몫이라는 생각을 하면 재미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안정현 작가의 식물 작품은 단순히 제가 기르는 식물 옆에 두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이후 작가님이 전개하는 작품의 방향을 자세히 알아가면서 제가 영향받는 게 있더라고요. 이렇게 그림을 제 곁에 가까이 두고 소장함으로써 저와 작가와의 밀접한 소통이 이뤄진다고 봐요.


이러한 컬렉팅 활동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특별한 반응을 기대하기 보다는, 예술을 향한 저의 제스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학원에서 미술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지도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잖아요. 동생 역시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요. 저처럼 작품에 공감하고 소장하려는 사람이 바로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학원에도 소장품과 피겨들을 갖다놓았거든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아이들이 이걸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고, 작품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들죠.


학생들 중에서도 아트 컬렉팅에 관심있는 경우가 있나요?

소장품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생기면 저에게 물어보긴 하죠. 가격에 대해서나 작품에 대해서나. 그러면 저는 ‘네 마음에 들고 네 공간에 걸고 싶은 작품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얘기해요.


아트 컬렉팅은 많은 이들이 고급 취미로 여기잖아요. 시작하기에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제일 좋은 것은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옥션에 ATC(The Art of This Century ) 프로그램이 있어요. 저 역시 이 프로그램 덕분에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아트 컬렉팅에 관한 수업이 이뤄지고, 다함께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하거나 전시를 관람하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컬렉터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고, 작가와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처음에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알아가는 것도 좋죠. 이렇게 아트 컬렉터가 진행하는 수업을 들어보면서 이 신의 분위기를 파악해보는걸 추천해요.


모임에 들어가는 것 외에 개인적으로 시작하는 방법도 있나요?

아트 페어가 접근하기가 가장 편하지만 아트 페어에 나오지 않는 작가들도 있으니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도 부지런하게 다녀야해요. 또 무엇보다 전시 오프닝에 가보는 것이 좋아요. 오프닝에서는 작가 주변에 어떤 작가들이 있는지, 어떤 갤러리스트가 모이는지 보이거든요. 작가에게 궁금한 것들을 직접 물어보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해소할 수도 있고. 아무튼 전시를 꾸준히 찾아다니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또 관심 있는 작가들의 SNS도 살펴보면서 어떤 생각으로 작업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리서치를 해봐야겠죠. 주식을 할 때도 그 회사의 기업 가치와 전망 등을 분석해서 투자를 하잖아요. 부지런한 작가들은 본인의 활동과 작품을 꾸준히 알리면서 소통하고 있어요. 그러다 작가와 작품에 대해 진심과 애정이 생기면 그때부터 시작인거죠.


아트 컬렉팅이 재테크 수단으로 언급되는데, 연희 씨는 이를 어떻게 보시나요?

재테크 수단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분들도 많죠. 제가 소장하는 작품의 작가들도 전보다 작품 가격이 꽤 올랐다고 하는데요. 저는 작가들을 보고 산 것이라, 다시 판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혹시나 판다고 해도 작가들을 생각하면 못 할 것 같아요. 모쪼록 저는 이 작품들이 경제적인 가치를 떠나 이 자체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원래 제태크를 할 생각이였다면 이 작품들을 사면 안 돼요(웃음).


재테크 목적으로 작품이 사고 팔린다면 작가로써는 서운하긴 할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작품을 구매할 때 작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거든요. 그리고 구매하고 나서도 거의 한 달에 한 번 쯤 연락을 주고받아요.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새로 보여줄 작업이 혹시 있는지, 전시 계획은 없는지. 아무래도 집에 걸어놓고 항상 보니까, 작가님들이 모두 다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늘 갖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집에 VR 디바이스가 있네요.

제가 많이 즐기는 취미 중 하나예요. *VR Chat에 들어가면 여기에서도 전시가 열리고, 아트 이벤트가 열리면 들어가 보거든요. VR에 관심 있는 작가들을 여기서 만나기도 하고. 재미있는 취미예요. 나중에 이곳에 제가 소장하는 작품들을 모아 갤러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가상 현실 공간에서 실시간 상호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플레이어들은 3D 캐릭터 모델로 구현된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통하고 직접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연희 씨가 자주 찾는 갤러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는 신진 작가들에게 관심이 있다 보니 갤러리 중에서도 젊은 작가를 주로 다루거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갤러리를 주로 찾아요. 인사동의 갤러리 도스, 을지로의 브레이브 썬샤인이 생각나는데요, 갤러리 도스는 매년 신진 작가들을 위한 오픈콜을 진행하고 있고, 브레이브 선샤인은 여성 작가들을 서포트하는 움직임이 있어서 흥미로워요.


작품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하면서 연희 님의 생활에 일어난 변화가 있나요?

뭔가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 실크스크린, 아트 토이, 엽서 등 제 취향에 맞는 것들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겼어요.


Tips

김연희가 추천하는 🎨아트 컬렉팅 스팟

1.
서울옥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 경매 회사. 한국 고미술과 근현대, 보석, 와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경매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아트 마켓, 작가론, NFT Art 등 미술에 관한 다양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2.
갤러리도스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갤러리로 역량 있는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며 유망한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3.
브레이브 썬샤인

서울시 종로구 을지로에 위치한 예술 공간이다. 운영자 역시 작가 출신으로 여성 신진 작가가 신에 진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용기를 복둗는 역할은 한다. 일반 화이트큐브 갤러리와 달리 발랄하고 아기자기한 인상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다루기도 한다.

Editor
Yoo Dami
|
Photographer
Jin Yoojeong
|
Date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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