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프린트 숍 페이지메일에서 작품을 셀렉하는 안목에 감탄했어요. 집에서는 공예품에 둘러쌓여 있네요.
좋아하는 작품을 곁에 둔다는 것은 나의 삶에 대한 애정도를 자각한다는 것이에요. 제가 물건을 수집하고 직접 판매하기도 하면서 든 생각인데, 이것은 자신의 공간과 삶에 애정이 없다면 일어나지 않는 소비라는 거예요. 저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공감하기에 좋은 작품을 곁에 두려 하고, 더불어 본업을 대하는 태도 또한 진중해지는 것 같아요.
소장품 중에서는 유리 공예가 많은데, 페인팅이나 아트 프린트가 지닌 매력과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요?
직관적인 아름다움과,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는 물성이요. 가끔 유리로 된 제품을 사용하면서 깨질까 염려하거나, 오랫동안 아끼던 공예품을 실제로 깨트리게 되었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참 불편한 아름다움이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것이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소중하게 다루는 태도와 몸짓이 생기죠. 그것이 매력이라고 봐요. 방심하면 언제든지 제 곁을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 그런데 잘 보관한다면 천 년이 지나도 이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고고함이요.
유리 공예품에 매료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취향이랄 것이 없던 이십대 초반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어요. 모래가 유독 고운 해변이 있는 한 소도시를 방문했는데요. 어느 상점을 가더라도 영롱한 유리 공예품이 있는 거예요. 환경에 따라 공예 문화가 영향을 받고 발전한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또 자연으로부터 온 천연 재료를 아주 오래된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데도 무척이나 화려한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마법같고, 경이롭게 느껴졌어요. 그 이후 유리라는 물성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소장하고 있는 공예품 중에 특별히 의미있는 작품이 있나요?
러시아에서 가져온 유리 공예품이요. 지난해 11월에 러시아를 갔었어요. 고전과 현대의 트렌드가 날카롭게 대치되는 모스크바의 도시 분위기가 무척 매력적이더라고요. 러시아만의 이국적인 인상과 화려함에 이끌려서 모스크바의 공예 상점을 무작정 다녔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멋진 제품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궁정 문화가 발달해서인지 굉장히 호화롭고 독특한 조형미가 돋보이더라고요. 그 과감한 아름다움, 수준 높은 퀄리티에 놀랐어요.
공예와 수집 문화의 어떤 점을 즐기는지 궁금해요.
모스크바의 공예 상점에서는 로컬 공예품과 우크라이나의 공예품, 그리고 일본 같은 동아시아의 문화 요소를 러시아의 기법으로 재해석한 공예품이 한자리에 있었어요. 러시아가 문화와 예술적으로 다양한 나라와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점이 느껴져서 흥미로웠어요. 이렇게 빈티지 상점에 가면 물건 하나를 두고도 상점 주인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면서 그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무척 커요.
공예 문화에서 나라의 미적 아이덴티티를 발견하는 것이 흥미롭네요.
그 나라의 뮤지엄을 가 보면 역사적으로 어떤 미감을 지향했는지 알 수 있잖아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는 당시 시민들의 수준 높은 심미안을 알아볼 수 있죠. 뮤지엄에서 보이는 장식 문화가 일반 아파트처럼 생활 속 디자인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어요. 이러한 문화에서 기인한 자부심도 갖고 있고요.
공예 작품을 수집하면서 이루고 싶은 소망도 있을텐데요.
보통 갤러리나 아트 페어, 혹은 셀렉트 숍에서 작품을 만나고 구매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저는 작가의 작업실도 직접 방문해서 대화도 나눠보며 작품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요. 왜 이 물건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물건을 만들 때 무슨 생각을 하며 만들었는지 들어보는거죠. 때때로 아무 의미 없는 대답이 돌아오더라도 작가를 알고 사용하는 것과 모르고 사용하는 것이 참 다르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가끔은 이런 팬심으로 만든 인연들이 큰 행복을 줘요.
공예는 참 아름답지만 쓸모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잖아요. 소위 가성비라고 하죠.
공예품을 수집한다고 하면 과소비를 한다는 인상이 으레 따라오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되레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거든요. 무언가를 수집한다는 의식이 없을 때는 구매에 있어서 필요성만 집중하게 돼요. 다른 의미의 일회용품을 만든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좀 더 의식적으로 들인 물건들은 훨씬 오래 쓰기도 하고, 더불어 생활도 윤택해진다는 이점이 있죠. 예를 들어 컵이 10만 원이라면 비싸게 느끼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공들여 만든 작품이 10만 원인데 컵으로도 쓸 수 있다고 하면 꽤 합리적이지 않나요?
불편을 감수한다는 것이 가끔은 그럴싸한 기분을 주지만 솔직히 번거롭잖아요.
저도 소중하게 여기던 작품을 깨트린 적도 있어요. 유리 화병이었는데, 3년 정도 애지중지 잘 사용하다가 와창창 깨져버린거예요.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 이어 붙일 수도 없는 지경이었는데, 순간 그 화병을 누구한테 샀는지 그때의 기분이 어땠는지, 어떻게 사용했었는지 등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어요. 한순간에 이 기억이 다 사라져 버린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게 그냥 화병이 아니라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었던 거죠. 그만큼 생활에 의미를 더하는 물건인거죠.
일상에 예술을 적극적으로 들일 수 있다는 것이 공예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덴마크에 갔을 때 보고 반한 유리 공예품이 있어요. 헬레마르달(Helle Mardahl)이라는 작가의 작품이에요. 컬러와 조형이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가격이 비쌌는데도 구매했어요. 우리는 매일 컵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조금 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내 마음에 쏙 드는 컵을 발견하고, 어떻게 만들어졌고 누가 만들었는지를 알아가고, 고심 끝에 집에 들이면, 이제는 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게 돼요. 이제 작은 차이지만 제게는 매우 다른 느낌을 주더라고요. 혼자 사는 집에서, 물 한 잔을 마셔도 예쁜 컵을 사용하고, 누군가 집에 온다면 무엇을 마시는지에 따라 적당한 잔을 내놓으며 대접하는 것이 좋은 기분을 만들어요.
수집하는 것 이외에 직접 만드는 취미도 있나요?
요즘은 일요일마다 도자기 수업에 가요. 저 역시 공예 중에서도 생활에 밀접한 영역에 관심이 많거든요.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나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자극을 받기도 해요.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남다른 경험이거든요. 사실 저 역시 무언가를 손으로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해서 대학교때는 학교보다 각종 공방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배웠어요. 제 마음 한켠에 공예가라는 꿈도 있었고요. 그래서 항상 창작하는 모든 이들의 삶이 더욱 윤택해지길 바라는 소망을 갖고 있어요. 제가 가꾸는 브랜드숍의 슬로건이 ‘We belive in the unique value of creators’ 인 것 처럼요.
공예품에 관해 즐겨 찾는 플랫폼이 있는지 궁금해요.
공예 신의 트렌드를 보고싶을 땐 런던크라프트윅 계정을 자주 훑어봐요. 영국 아트 신의 특성상 현재 특정 유명 작가나 스타일을 조명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신진작가를 소개하고 여러 카테고리의 공예품을 성실히 소개한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이 안에서 원하는 스타일을 추려가는 과정을 거치면 실제 셀렉을 할때 많은 도움이 돼요.
최근 국내의 공예 신을 보면 확실히 젊고 생동감있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몇 년 사이 젊은 작가들의 플레이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는 것을 느껴요. 소장하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훨씬 많아졌고요. 저는 너무나 반갑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공예라는 영역이 노고에 비해서 그 가치를 인적받지 못한다는 게 내심 아쉬웠거든요. 특히 밥벌이에 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척박한 환경이었죠. 그래서 조금씩이나마 공예에 대한 인상과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