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커리어로 발전시킨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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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기운이 기분 좋게 흐르는 총천연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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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청은 술꾼이고, 본업으로는 영화 속 장면을 엮어 책을 만든다. 집에서는 술과 영화에 관한 글을 자주 쓴다. 임유청의 생활을 구성하는 술, 영화, 책은 그가 좋아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할 줄 아는 것이기도 하다. 이 세 가지가 어떻게 주조되는지는 그의 독립 출판 에세이 <까마귀의 모음집>에서 볼 수 있다. 다만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시원한 하이볼 한잔이 간절해지니 주의하도록. 그리고 혹시 모르니 기억하자. ‘차가운 유리컵에 얼음을 가득 담고 초정탄산수(중요)와 술을 4 대 1 비율로 채울 것. 레몬은 생략.’ 주객 임유청의 달지 않은 하이볼 레시피다. 참고해도 좋다.


임유청

글쓰기가 직업이지만 퇴근 후에도 꾸준히 글을 쓴다. 좋아하는 것들(주로 술과 영화)에 대한 에세이를 엮어 &lt;까마귀의 모음 1집&gt; &lt;까마귀의 모음 2집_테크니컬러 드링킹&gt;를 펴냈다.

본업
플레인아카이브 영화책 편집자
최근 활동
주로 편집 동인
특징
반짝거리는 것 모으기

회사 일로 영화책을 만드는 한편 독립 출판 에세이 ‘까마귀의 모음집’을 펴냈어요. 제목이 확 끌리던데요.

제 동생이 저한테 항상 어디선가 뭔가를 주워 오고 모으는 모습이 마치 까마귀 같다고 한 적이 있어요. 까마귀는 반짝거리는 것을 주워 모은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 이야기도 마음에 들고, 똑똑하면서도 어딘가 불길하게 여겨지는 이미지에 왠지 모르게 정이 갔어요. 그런 제 이야기를 모은 책이기에 ‘까마귀의 모음집’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여행, 영화, 술에 관한 이야기라 더 궁금하고요.

<까마귀의 모음 1집>은 한 달 동안 베를린에 사는 친구 집에 머물며 지낸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결론적으로는 매일 술 마신 이야기가 됐죠. 2집은 하루 중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에 관해 써야겠다 마음먹고 영화와 술 이야기를 함께 엮었어요. 오랫동안 영화 산업 분야에서 일했으니까 영화 생각을 제일 많이 했고, 당시 거의 매일 어느 한 바에 가서 술을 마셨어요. 술이 영화 다음으로 저의 생활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까마귀의 모음 2집_테크니컬러 드링킹>을 읽으면 정말 술 마시면서 영화 보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

‘총천연색의 음주’라는 의미로 지은 제목인데, 테크니컬러는 오래전에 컬러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을 뜻하기도 해요. 근데 사실 제목은 이렇게 지으면 안 돼요. 제목이 어려워서 사람들이 부르기도 쉽지 않고 검색도 안 되더라고요.(웃음)


책에서 다룬 영화를 소개해 주세요.

책에 소개한 영화는 제가 아주 여러 번 보고 아주 많이 생각한 영화이면서 술이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예요. <캐롤> <바닷마을 다이어리> <기생충>은 회사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서 이 영화들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레이디 버드>는 당시 개봉한 영화라 여운이 생생한 상태에서 글을 썼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은 저에게 굉장히 특별한 드라마예요. 왜 가끔씩 ‘이건 정말 내 거다’라고 생각되는 그런 작품 있잖아요? 아주 드물게 만나는 아주 소중한 이야기요. 또 아녜스 바르다의 <방랑자>는 주인공과 할머니가 술 마시는 장면이 너무나도 인상적이라 포함했어요.


글쓰기에만 그치지 않고 독립 출판을 해보겠다는 결심은 또 다르잖아요.

글쓰기는 제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잘하고 싶은 것이기도 해요. 그래서 개인적인 일기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도 얼마간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제가 책을 만들 줄 아니까 ‘그냥 한번 해볼까’ 하고 시작한 면도 있고요. 책을 내서 성공하고 싶다거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저를 남에게 보여주는 일에 약간의 두려움이나 불안이 있는 편이라 여기서 한발 나아가고 싶었어요. 만약 출판사에 투고하는 식이었다면 출판까지 하지 않았을 거예요. 혼자 하는 독립 출판이니까 가능했죠. 부수도 300부만 찍었어요. 그런데 혹시 누가 독립 출판을 하겠다고 하면 500부 정도 찍어야 적자를 면한다고 말해 주고 싶네요. 300부는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웃음) 당시 제가 너무 소심했던 거죠.


그렇게 책을 만들고 나서 남는 건 없었다고 해도 변화는 있었을 것 같아요.

확연한 변화가 일어났다거나 작가라는 정체성이 생긴 건 아니지만 더 잘해 보고 싶은 분야가 되었다는 게 저에게 큰 의미였어요. 또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취향이나 안목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분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정말 값진 경험이었어요. 더불어 사람들한테 한번 읽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자신감도 생긴 것 같고요. 타인의 반응에 너무 흔들려서도 안 되지만 마음이 담긴 응원이 다음 단계로 한 발짝 나아가는 용기를 준다고 생각해요. 사실 보통 사람이 책을 낼 경우 가까운 지인 외에는 별로 반응이 없거든요. 분명 어떤 분들은 극찬을 받기도 하지만 솔직히 책의 리뷰를 얻기란 정말 쉽지 않아요. 독립 출판, 상업 출판 모두요.


출판까지는 어찌어찌하더라도 판매와 유통은 더 어렵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구글 폼 링크를 SNS에 올려두고 혹시 궁금한 분은 링크에 정보를 기입하고 입금해 달라고, 그렇게 직접 거래했어요. 자주 가던 망원동의 바 ‘사뭇’에서 판매했어요. 그 근처에 있는 서점 프론트데스크, 연희동의 유어마인드, 엠프티플러스 등 동네 서점에서도요. 그리고 2집은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받아 제작하고 판매했어요.

글쓰기에 관해 본인만의 루틴이 있나요?

나름 주말을 시작으로 글쓰기 태스크를 만들었어요. 1. 토요일 아침에 조조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오후부터 글을 쓴다. 2. 가능하면 일요일에 초고를 마친다. 3. 퇴근 후 평일 저녁에는 주말에 쓴 글을 고친다. 이 리듬을 지키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금요일 저녁에는 신경이 많이 쓰였죠. 술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웃음)


술은 왜 그렇게 좋은가요?

저는 취하는 걸 좋아한다기보다는 ‘술과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를 좋아해요. 술은 시간을 보내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술이 있다’ 그러면 맛있는 음식도 있다, 좋은 공간에 간다, 친구들이 있다, 저는 이런 것들이 연상돼요. 이 중 한 가지는 꼭 함께하고요. 어떻게 보면 일차원적이고 즉각적인 즐거움이죠.


이제 <까마귀의 모음 3집>이 나올 차례네요.

3집을 만든다면 공간에 관해 쓰고 싶어요. 머릿속으로 떠올린 가제는 ‘서울 사람처럼’이에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도시인처럼>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내용도 그렇지만 ‘Pretend It’s a City’라는 원제가 ‘도시인처럼 좀 행동해’라는 의미인 것 또한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제가 서울에 올라와서 20대를 시작한 이야기, 서울의 공원을 비롯해 제가 자주 가는 갤러리,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갈 테고, 술집도 빠지지 않을 거예요.


시리즈를 이어간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지속적으로 책을 내는 마음을 갖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어떤 드라마틱한 사건을 겪지도 않고 삶의 방식이 남다른 사람도 아니에요. 전문적인 지식과 견해를 쓰는 에세이도 아니죠. 그러니 상품성이 높은 책을 쓴다는 건 생각하지도 않아요. 이건 겸손도 자기 비하도 아니에요. 출판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판매에 적합한 콘텐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거죠. 그러다 보니 나는 어떤 목적과 만족을 위해 이를 지속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겠더라고요.


그렇다면 글쓰기의 목적과 만족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는 글쓰기 자체를 좋아해요. 책이 완성되었을 때의 만족감도 좋고요. 또 그냥 재미가 목적이기도 해요. 제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기록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죠. 저는 이 정도의 만족도를 갖고 그냥 다음 단계를 도모하는 편이에요.


독립 출판의 핵심이기도 하죠. 순수한 마음으로 즐기고 좋아하는 것.

글쓰기를 통해 뭔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죠. “유명해서 책을 만드는 게 아니고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유명한 것이다”라는 얘기도 있고요. 책을 일종의 성공을 위한 파이프라인으로 여긴다는 말인데, 저는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그렇게 되기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책 쓸 시간에 그보다 더 효율적인 전략을 짜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빛나는 성취를 일군 독립 출판 작가가 몇몇 떠오르지만 확실히 그건 정말 특별한 경우죠.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니 알게 되는 건데, 잘 팔리는 책도 리뷰가 아주 드물어요. 그래서 저는 잠잠한 반응에 마음 쓰지 말고, 이게 당연한 것임을 미리 아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내가 관심을 받기 위해서 하는지, 아니면 정말 그냥 하고 싶기 때문인지 구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정황을 모두 알면서도 최근에 친구들과 또 출판사를 만들었잖아요.

주로(@juropress). 술 주(酒), 길 로(路) 자를 써요. 주로 술을 마시지만 책도 만듭니다.(웃음) 시작은 2년 전, 지금은 사라진 바르셀로나라는 바에서 매일 만나 술 마시던 친구들과 함께 차렸어요. 잡지 에디터, 편집자, 디자이너, 영화관 프로그래머, 그리고 기획자인 저, 이렇게 다섯 명이 멤버예요. 모두 일하면서 만난 친구들이고, 다 같은 술꾼이고. 망원동, 연남동 등지에 살던 이웃이었죠. 우리가 매일 술만 마시다가 어느 날부터 좀 의미 있는 일을 도모해 보고 싶더라고요. 다들 하는 일이 책, 출판, 기획에 관한 것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출판사를 하게 됐죠.


과정은 어땠어요?

2년 정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최근에 책 세 권을 한꺼번에 발행했어요. 도저히 더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지난 11월,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목표로 전력을 다했어요. 다들 책을 좋아하고, 일에 욕심이 있고, 기준도 높다 보니 점점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커지고 시간도 오래 걸렸네요.


주로에서는 주로 어떤 책을 만드는지 궁금해요.

<지영>이라는 책은 작가인 성 판매 여성이 자신의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만화집이에요. 위험하면서도 논쟁적인 내용인데, 그만큼 우리가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정성을 쏟았어요. 책의 내용과 작가의 재능이 귀하다는 것을 만듦새에서부터 즉물적으로 느껴지게 하고 싶어서 정말 좋은 종이에, 든든한 양장 제본으로 마무리했어요. 이 외에도 논현동에서 ‘노나메’라는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유쾌하고 솔직한 에세이 <노네임, 노나메>, 그리고 25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 이야기 <우리 그만 걸을까>까지 세 권이에요. <우리 그만 걸을까>의 작가는 주로의 디자이너이기도 하고요.

긴 망원동 생활을 접고 1년 전 독립문 부근으로 이사했어요. 새 공간에서 글쓰기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책상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책상을 갖는 게 은근히 쉽지 않더라고요. 밀도 높은 도시일수록 책상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다용도 공간이 돼요. 많이들 같은 책상에서 글도 쓰고,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미드도 보고 하잖아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오직 글을 쓰고 일하는 고정된 자리를 갖는 게 큰 바람이 됐어요.


방이 참 아늑해요. 독서, 글쓰기, 음주, 영화 감상에 모두 최적화된 공간 같달까.

잠잘 때 빼고는 대부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요. 아끼는 책과 물건을 제일 뷰가 좋은 방에다 두고 생활하고 싶었어요. 이사 올 때 잠시, 가지고 있는 책을 다 버리고 미니멀한 삶을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아무래도 제가 가진 것 중에서 제일 예쁜 게 책인 것 같네요. 내용은 물론 책마다 각기 다른 고유의 디자인과 물성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책이 참 많은데 좋아하는 출판사가 있나요?

리시올 출판사요.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데버라 리비의 <살림 비용><알고 싶지 않은 것들>이라는 책을 펴냈어요. 이 책들은 제가 너무 좋아해서 선물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주로 땡스북스에서 사서 가지고 있다가 선물하고, 또 사다 두는 책이에요. 데버라 리비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글쓰기와 관련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첫째, 해가 있을 때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둘째, 글 쓸 때 술은 마시지 않기,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Tips

임유청이 꼽은 🍸술맛 돋우는 🎞영화 페어링

1.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연출: 셀린 시아마

화가 마리안이 빵을 먹으며 레드 와인을 잔에 콸콸 부어 마시는 장면은 와인병을 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장면이다.

2.
<헤어질 결심>(2022)

연출: 박찬욱

고독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타이완 위스키 카발란은 실제로 박찬욱 감독의 취향이라고.

3.
<퍼스트 카우>(2021)

연출: 켈리 라이카트

"새에게는 둥지, 거미에게는 거미줄, 인간에게는 우정" 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영화.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추천한다.

4.
<러시아 인형처럼>(2019~)

연출: 레슬리 헤들랜드, 나타샤 리온, 에이미 폴러

현재인가? 싶을 정도로 와닿는 이야기에 참신한 연출, 매력적인 인물들의 향연. 건배하지 않을 수 없다.

Editor
Yoo Dami
|
Photographer
Lee Charyoung
|
Date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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