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커리어로 발전시킨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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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빈은 ‘#찬빈네집’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같은 이름으로 책도 두 권 출간했다. 찬빈네 집은 커피를 마시거나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장소가 되었고 찬빈을 집 밖의 행사로 초대하기도 했다. 집을 기록하는 일은 집에 대한 관심이다. 집에 관심을 갖는 일은 곧 내가 누군지 알게 한다. 찬빈네 집 구경을 마치면 각자 ‘OO네집’ 작가가 될 수 있다.

찬빈네집/ 박찬빈

집을 기록해 그걸 바탕으로 두 권의 책을 낸 집스터

주요 장비
휴대폰, 커피
본업
MGRV 매니저
부캐
‘찬빈네집’의 찬빈, 작가
낭만적 기록가, 독서가, 커피 애호가

옥탑이라 추울 것 같았는데 따뜻하네요.

제가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에는 늘 보일러를 틀어놓고 지내요. 가스비가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나와요.


겨울이면 옥탑방에 사람을 초대하는 게 어렵진 않나요?

추운 밖에 있다가 들어오면 오히려 따뜻해하던데요. 손님용 온풍기도 하나 있어요. 70년대에 지은 낡은 집이라 장비로 보강해야 해요.


“70년대 지어진, 80년대 음악을 듣는, 90년대생이 사는 집”이라는 이 집에 대한 카피를 본 적이 있어요.

맞아요. ‘80년대 음악’은 좀 끼워 넣은 감이 있는데 제가 만든 카피예요.


습관처럼 브랜딩을 하네요.

이 집을 얻기까지 과정을 생각하면 이 집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그 과정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네요.

대학생 때는 주로 기숙사와 하숙집에서 살다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보광동으로 이사 왔어요. 첫 집은 작은 원룸이었고 두 번째 집은 지층의 투룸이었어요. 첫 번째 집은 미용실 근처라 냄새가 들어오지 못하게 늘 문을 닫아둬야 했어요. 두 번째 집은 해가 들지 않는 데다 창문을 열면 바로 도로라서 항상 커튼을 쳤어요. 그때는 집은 숨겨야 하는 공간이란 느낌이 있었어요. 이 집은 보자마자 친구를 초대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바로 결정했죠.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요?

옥상과 마당이 있는 특이한 구조가 좋았어요. 밖을 내다봤을 때 옆집이 보이지 않는 것도요. 창밖이 자연 뷰면 좋겠지만 서울에선 아무래도 힘들잖아요.


옆집과 거리감이 있는 게 좋은 이유는 뭘까요?

독립적인 내 공간이란 느낌이 좋아요. 여기서는 편안하게 뭘 해도 괜찮다는 자유를 느낄 수 있어요.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친구들을 초대해 옥상에서 파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전 집은 작기도 했지만 도무지 사람을 초대할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집에 사람을 초대하는 건 신경 쓸 게 많은 일이잖아요. 친구를 초대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집에 친구를 너무 많이 데려와서 누나랑 자주 싸웠어요. 말이라도 하고 데려오라고. 저도 친구들 집에 자주 놀러 갔고요. 친구랑 놀고 싶은데 집에도 있고 싶은 마음 아닐까요?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그리 많지 않아요. 커피 정도 내려주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예요.


오늘 아침에도 해돋이와 함께 커피 내리는 영상을 업로드했죠? 일찍 일어나는 것 같아요.

6시 30분 정도에 일어나려고 해요. 올해 F45*라는 운동을 시작했어요. 작년 말에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으면서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7시 30분 수업을 들으려면 그때 일어나야 해요.
*F45는 매일같이 다른 조합의 운동을 45분간 집중적으로 할 수 있게 설계한 한 피트니스 코칭 시스템이다.


활동량이 많은 운동이라고 들었는데 어때요?

맞아요. 처음에는 일주일에 네 번씩 갔어요. 두어 달 그렇게 하고 나니까 코피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반으로 줄였어요.


운동 얘기를 하니 생각났어요. 첫 책에 동유럽 자전거 여행을 담았죠?

맞아요. 대학생 때 네 명이 동유럽 자전거 여행을 했어요.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과 4학년 1학기를 마쳤다는 사실 말고는 나이와 전공 등 모든 게 다른 사람들이었어요.


책 쓸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첫 자전거 여행이라 어려운 게 많았어요. 그만큼 대단한 추억이 남았죠.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 기억이 휘발되는 게 아쉽더라고요. 마침 해방촌에 있는 독립 서점 ‘스토리지 북 앤 필름’에서 4주 사진집 만들기 코스를 운영하기에 참여했어요. 라는 제목으로 책을 만들어봤죠.


책을 만들어본 경험이 다음 책인 <찬빈네집>을 내는 데도 도움이 됐겠네요.

네. <찬빈네집>도 같은 곳에서 만들었어요. 첫 책을 만들 때는 ‘이게 맞나? 나 잘하고 있나?’ 하며 우왕좌왕했어요. 그때 느낀 점이 있었어요. ‘내가 못하는 것은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야겠다.’ 그게 디자인이었어요. <찬빈네집>Vol.1과 동네 이야기를 담은 Vol.2는 디자이너와 함께 만들었어요.


디자이너는 어떻게 찾았나요?

1권을 같이 만든 디자이너는 전에 인턴을 함께 했던 동료 디자이너였고 2권은 지금 직장 동료와 함께 만들었어요. 책을 만들려면 물리적으로 가까워야 하겠더라고요. 얘기를 자주 나눠야 하니까요. 2권을 만들 때는 넉 달 정도 기간을 잡았어요.

평소에 써놓은 콘텐츠가 많아 책 쓸 때 비교적 수월했을 것 같아요. 책을 쓰려고 집을 기록한 건가요, 기록한 내용을 활용하려고 책을 쓴 건가요?

후자 같아요. 집이 마음에 드니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만족스러워요. 집에서 재미있는 요소를 찾아 자꾸 사진을 찍게 돼요. SNS에 사진을 올리려니 글도 쓰게 되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집이 나를 보여주는 매개체가 되어 있었어요. 요즘에는 가구 배치를 바꾸거나 선물받은 작은 에피소드까지 모두 SNS에 공유해요.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다른 일도 많이 끌어온 것 같아요. SNS에서 보니 많은 일을 하더라고요.

이 집에서 처음 있었던 일은 보증금을 주제로 한 <디렉토리> 매거진 창간호 인터뷰예요. 바쁜 시기에 대출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집을 계약해서 애를 먹은 경험을 나눴어요. 이후로도 인터뷰할 기회가 생기면 흔쾌히 집을 소개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집을 기록하는 리추얼도 진행했죠?

네. ‘밑미’라는 채널에서 1년쯤 리추얼 진행자를 맡았어요. 집을 기록해 온 날들은 절 좋은 곳으로 이끌어 줬어요. 다른 사람들도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저에게 매일 아침 집을 기록하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떤 내용을 쓰나요?

갑자기 시작하면 어렵죠. 다들 그래요. 처음에는 이전에 살던 집부터 죽 써보라고 해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그냥 살아온 것 같아도 그 안에 자기 모습이 다 녹아 있어요. 굳이 그때 그 집을 고른 이유, 그 집에서 내가 좋아했던 점과 견딜 수 없었던 점,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해결한 방법 같은 걸 적다 보면 보여요. 지금 이 집에서 나의 모습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그렇군요. 그렇게 이전에 살던 집에 대해서 다 쓴 다음엔 뭘 쓰면 좋을까요?

그다음에는 이 집에서 들고 나는 물건을 찾아 써보세요. 선물을 받거나 새로운 물건을 사면 집에 가져와 사진을 찍어요. 사진을 찍으려면 이 물건을 어디에 둬야 가장 멋져 보일지 고민하게 돼요. 그런 걸 쓰면 돼요. 어떻게 들어온 물건인지, 우리 집에 어울리는지,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같은 거요. 나가는 물건도 똑같아요. 왜 나가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풀어서 적으면 돼요.


찬빈네집에서 나가는 것에는 무엇이 있나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무수한 식물이 저희 집에서 나갔습니다. 제 부주의로 많이 말라 죽거나 얼어 죽었어요.


얘기를 좀 바꿔서 분위기 전환을 해볼까요? SNS 프로필을 보니 부계정이 네 개나 더 있어요. 어떤 계정인가요?

뭐가 있더라…. 먼저 ‘@playwithbrick’이 있어요. 제가 싱가포르에서 레고로 팀 빌딩 하는 걸 배웠어요. ‘퍼실리테이션’이라는 건데 인스타그램으로 사람들을 모아서 집에서 세 번 정도 진행했어요. 또 ‘@palmok club’ 이라고 예전에 제가 했던 ‘8주간 글쓰기 모임'을 떠올리며 만든 모임이에요. 8주간 목요일 아침에 모여 글을 쓰는 거죠. 나머지 두 개는 커피 관련 계정이에요. ‘@koffeerider’는 카페에 가서 찍은 사진을 모아놓는 계정, ‘@smcc’는 일요일 아침에 함께 커피를 마시는 모임 계정이에요. 각자 집에 있는 원두를 가져오라고 해서 함께 커피를 나눠 마셔요.


어떤 때 카페에 가고 언제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나요?

카페에 갈 때는 맛있는 커피와 멋진 공간을 기대하고 가요. 집에서 마실 때는 좀 더 리추얼에 가까워요. 커피 맛이 어떻든 내가 정성껏 내린 거니까 거기에 만족해요. 산미가 있어도 좋고 고소한 맛이 진해도 좋아요.


커피는 하루에 몇 잔씩 마시나요?

적어도 석 잔은 마시는 것 같아요. 요즘엔 저녁에 마시는 커피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책도 좋아하죠? SNS 계정에서 책 얘기를 자주 봤어요.

좋아해요. 읽는 것보다 사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웃음) 서랍장 곳곳에 책이 숨어 있어요. 주로 소파에 누워서 책을 봐요.

<찬빈네집>출간 이후 이벤트 진행이나 글 쓸 일이 많아진 걸로 알고 있어요. 바쁘게 지내는 것 같아요.

밖에서 바쁘면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요. 커피 마시고, 책 읽고, 기타 치고, 음악 듣는 일상을 지킬 여유가 없어요. 그게 저에겐 위험 신호예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 연말이라 더욱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까 집에 돌아오면 지쳐 있어요. 힘이 없으니까 집이 정돈되어 있지 않고요.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지면 균형을 잃는 기분이 들어요. 저에게는 집에서 보내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렇게 집 안팎으로 바쁘게 지내면서 찬빈네집으로 얻은 인연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너무 많아서 한 명만 말하기 어렵네요. 김시선 영화평론가가 이 집에 온 적이 있어요. 지인이 김시선 영화평론가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영상 작업이 필요해서 우리 집을 찾아왔는데 기뻤어요. 제가 그분의 영화 채널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라이프쉐어’ 최재원 대표의 촬영도 여기서 했어요. 우리 집이 내가 아닌 남에게도 필요한 용도로 쓰이는 게 좋았죠.


잘 구한 집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줬네요. 어떤 마음으로 집을 기록하나요?

저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좋아요. 집에 있는 시간이 행복에 비례한다고 생각할 만큼요. 집이 나아지면 일상이 행복해져요. 집은 그 집에 사는 사람과 되게 닮거든요. 집을 기록한다는 건 집에 대한 관심이고 나에 대한 관심이에요. 나를 잘 아는 것만큼 사는 데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Tips

박찬빈의 사랑을 담아 우리 집 기록하는 법

1.
우리 집이 가진 남다른 요소를 찾아보자. 이 공간은 내게 왜 특별한가?
2.
이전에 살던 집을 모두 떠올려 본다. 💭 기억을 정리하다 보면 지금 사는 집의 특징이 보인다. 🧹
3.
좋아하는 장면을 찾는다. 집 안으로 해가 드는 장면 🌅 이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 같은 것.
4.
집에 새로 물건을 들였을 때 그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한다. 자리는 어디가 적당할까?
5.
기록하기 위한 적당한 도구를 찾는다. 노트📓와 연필✏️도 좋고 카메라📸도 좋다. 휴대폰📱으로 써도 된다. 가장 편한 방법으로 선택할 것.
Editor
Jo Seohyung
|
Photographer
Studio Shinhoon
|
Date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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