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후기

가구, 사람 위에 서지 않고 그저 편안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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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집

2024.08.28 10:28

조회수 5962


about #라이프집에세이

#라이프집에세이는 개성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크리에이터의 집 생활에 관한 에피소드를 공유합니다. 집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행하는 나만의 철학을 갖고 싶다면, 라이프집 에세이에서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 writer. 박지우(@poly_nylon, @oddflat, @newformonly)
빈티지 가구 숍 ‘오드플랫’ 대표. 새로운 사물을 발굴하는 ‘뉴폼온리’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것들이라면 우선 흥미를 갖고 보지만, 특히 50~80년대의 오디오와 오래된 자동차를 좋아합니다.






©박지우



⊹



지금의 집은 지금 내가 참 좋아하는 모습이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으레 한 번씩 발휘하곤 하는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투박하고 낡은 가구들이 사람 위에 서서
내려다보지 않는 편안한 집이 되었다.
나는 가구를 모시지 않고, 가구도 나에게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쓰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인 듯하다.
시간이 흘러 가구에 상처가 조금씩 더해질수록
이들은 나에게 더 편안한 존재가 될 것이다.



⊹



가구, 사람 위에 서지 않고 그저 편안한 존재


어렸을 적 우리 집의 규율은 친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격한 편이었으나, 왜인지 옷을 입는 것에 대해서는 꽤 열려 있었다. 나는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힙합에 빠져 청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며 두건을 쓰고 다녔는데, 어머니는 삐뚤어진 두건을 보기 좋게 만져주곤 했으니 말이다. 이즈음, 방이나 집을 꾸미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어떤 디자이너의 가구를 좋아한다고 말할 만큼 리빙의 역사에 큰 관심을 두거나 조예가 깊은 편이 되지는 못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빈티지 가구샵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디자이너의 이름을 줄줄 외우는 데에는 흥미를 갖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유명 디자이너가 남긴 희귀한 작품들, 현재 트렌드의 정점에 있어 점점 시세가 오르거나 이미 높은 시세를 자랑하는 디자인들이 크게 끌리지 않는 건 당연했다. 다만 수집욕을 발휘하여 임스 체어를 산처럼 모은다던가, 작자 미상의 기이한 가구를 찾아 소개하는 것에 큰 재미를 갖게 되었다. 이런 재미를 느끼는 건 비단 비즈니스에서뿐만이 아니라 내가 사는 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거실 한편에 둘 책장을 고민하다 꽤 오래 빈 벽으로 두게 되었는데, 최근에 수놓듯 조각이 새겨진 1900년대의 이름 모를 책장을 두는 것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되었다. 책장이 집에 들어온 날 서둘러 어지러이 흩어진 책을 모아 이쁘게 꽂고 참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박지우



가구 샵을 운영하기 전에는 오랜 시간 옷을 디자인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지금은 손을 놓은 지 꽤 되어서 감각이 둔해졌을지 모르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비례와 절개, 장식의 위치가 있었다. 이런 것들은 본능적인 것이어서 단번에 판단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집에 가구를 두는 것도 이처럼 본능적으로 와닿는 것들이다. 한눈에 마음이 가는 것들은 언제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어서 오랫동안 어느 샵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들이었지만, 다른 누군가가 아무리 같은 것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신비함을 갖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찾아 집에 두거나 샵 한쪽에 두는 것은 큰 행복이었다.



빈티지 가구 샵을 운영한다고 하면 보통은 컬렉터란 호칭을 곁들인 고귀한 디자인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다음 주에 있을 파티의 신선한 디제잉 셋을 준비하고자 동묘의 중고 LP샵을 찾아 숨은 앨범을 디깅하는 디제이와 닮았다. 가구를 알면 알수록 집에서 유명 디자이너의 대표 디자인들은 점점 사라지고, 묘한 자태의 알 수 없는 가구들이 많아진 것들은 이런 연유였다.



한 달 전, 참 오래 정을 붙였던 금호동을 떠나 이촌동으로 이사를 했다. 덕분에 이사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집 근처 국립 중앙 박물관에 십수 년 만에 처음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것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다니. 그동안 한국의 미에 대해 깊게 탐구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날 전통적인 한국의 서화, 도자기, 가구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매일 한국의 서화를 살펴보다가 결국에는 유산 민경갑의 1974년 작 작품을 경매로 구매하게 되었다. 철쭉이 범상치 않은 붓 터치로 멋지게 그려진 좌우로 길이가 꽤 긴 그림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970년대 미국의 워런 플래트너(Warren Platner)가 디자인한 이그제큐티브 사이드보드 위에 그림을 걸어 보았다. 역시 한국 사람은 한국의 미를 곁에 두어야 하는 것인가 보다. 그림도 좋았지만 좀 진부하지 않은가 싶었던 사이드보드도 제 짝을 찾고 난 후 더 빛나 보였다.



지금의 집은 지금 내가 참 좋아하는 모습이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으레 한 번씩 발휘하곤 하는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투박하고 낡은 가구들이 사람 위에 서서 내려다보지 않는 편안한 집이 되었다. 나는 가구를 모시지 않고, 가구도 나에게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쓰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인 듯하다. 시간이 흘러 가구에 상처가 조금씩 더해질수록 이들은 나에게 더 편안한 존재가 될 것이다. 운명처럼 한국에서 찾은 미학은 앞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심미안에 유익한 실마리를 던져줄 것임도 분명하고.




©박지우



⊹⊹



어떤 관심사는 깊어질수록 고귀한 세계로만 이어지지 않고,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길을 안내해 주는 듯합니다.


박지우 대표님의 그 오래된 관심사는 바로 ’가구 수집’이었고요!
아름답기만 한 물건을 집에서 모시고 사는 게 아닌
’일ㅡ일상ㅡ가구’를 긴밀하게 엮어 삶을 돌보는 자세가 인상적인 글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집은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장소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무엇을 수집해 보고 싶나요?
부피가 작은 것부터, 오래 마음에 품었던 것부터 시작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것이 데려다 줄 기쁨은 결코 작지 않을 테니! 🪑❣️




Credit

Editor Haeseo Kim

Design Jaehyung Park

Production SIDE Collective

193

691

댓글 등록 시 3미닛 적립 (1일 10건까지)

댓글

버니

빈티지 수집 좋아해요! 집이 작아서 가구는 못하지만 찜해둔 빈티지 가구가 정말 많아요🥹

2024.09.09 18:1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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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엉

고귀함이 아닌 서로가 의지하고 지탱하는 나무처럼 곧 나무에서 나온 가구가 자체가 주는 편안함과 쓰임을 서로에게 주는 마인드 힐링됩니다

2024.09.09 17:4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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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ier-Xabi

가구에 의해서 집분위기와 편안함과 행복함이 달라질수 있죠~~!!!!!

2024.09.09 13:4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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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쏭윤

가구는 편안한 존재라는 말이 매우 와닿아요

2024.09.09 13:0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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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루집사

비싼 물건들을 수집하다보면 물건을 너무 귀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는데 편안함을 추구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2024.09.09 09:5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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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0

굿

2024.09.09 08:4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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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고전적인 가구 디자인이 그저 가구는 편안한 존재임을 묵묵하게 듬직하게 느껴집니다. 소중하면서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가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네요.

2024.09.09 07:5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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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고래

아, 엄격한 규율 속에서도 패션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네요! 😄🎩 힙합 스타일로 중학교 시절을 즐겼던 모습이 상상이 가요! 옷이나 방 꾸미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멋진 자기 표현의 시작인 것 같아요. 🌟 꾸미는 건 나만의 작은 세상을 만드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그때의 두건과 청바지처럼, 지금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겠죠? 😊🏠✨

2024.09.08 22:5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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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얌냠

멋쟈용 가구들 편안한 느낌도 들고요

2024.09.0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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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

멋지네요 가구들 갖구싶당

2024.09.0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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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숟토리

가구 하나하나 정말 낭만있네요

2024.09.0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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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님

오 가구 하나 하나가 다 멋지네요 소장하고 싶네요

2024.09.0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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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gi

에세이처럼 디자이너님 이야기를 쭉 흩어볼 수 있어 좋은 글이었어요!!!

2024.09.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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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oool

오래된것에서오는 편안함이 있는것같아요.

2024.09.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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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106

와 처음 앉아있는 의자 폭 파여서 완전 편해보여요

2024.09.08 13:3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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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잘 읽었어요. 가구수집 멋있네요

2024.09.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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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10

와유 완전 앤티크 그자체 느낌있네요 ㅋㅋ진짜 찐 집사인느낌!!

2024.09.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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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쭈

가구 하나하나 다 멋지네요🤎

2024.09.08 07:5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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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만렙

화려함보다도 실용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가구가 더 눈길이 가는 것 같아요.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이기에 좋은 가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한 듯합니다.

2024.09.07 21: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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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소파가 멋스럽네여!

2024.09.0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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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왕

존경스러워요 이분들이 찐 라이프집사지

2024.09.0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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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지도

가구하나로 집안분위기가 바뀌니 정말 중요한거같아요

2024.09.0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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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58365

그래서 더더욱 존경스러워요

2024.09.07 18:1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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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58365

저리 멋지게 꾸밀수있는것도 엄청난 능력인데..사실 집청소만으로도 힘겨운 사람들 도 많아요 저포함 ㅋㅋ

2024.09.07 18:1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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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117

집을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으로 꾸미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해내시는 모습이 대단해 보여요.

2024.09.0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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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2

가구의 멋스러움을보며 감탄하고갑니다^^

2024.09.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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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15777

임스체어와 오드플랫의 역사를 흠모하는 팬으로써 반갑고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9.0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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쭌똘쓰

저는 귀여운 소품들을 수집해보고 싶네요~

2024.09.0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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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0929

오디오 시스템 무지 부럽습니당~ 큰 스피커와 우퍼에서 나오는 울림과 소리가 전해주는 음악은 더 감동적인 것 같아요.

2024.09.06 22: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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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규

따뜻한 가구의 매력을 느끼고 갑니다

2024.09.06 22:3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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