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후기

다양한 오디오 기기로 재즈를 경험하는 일상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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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집

2024.03.27 10:56

조회수 2253


about #라이프집에세이
라이프집에세이는 개성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크리에이터의 집 생활에 관한 에피소드를 공유합니다. 집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행하는 나만의 철학을 갖고 싶다면, 라이프집 에세이에서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 writer. 김민주 (@demi_cratique)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에 시나리오 작가이자 편집감독으로 참여했으며, 네이버·삼성·쏘카·유한킴벌리 등 국내 주요 기업 영상 프로젝트에 수석 작가로 참여했다. 

재즈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 본업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재즈 활동에 쓴다. 수필집 『재즈의 계절』을 썼고, 유튜브 채널 <JAZZ IS EVERYWHERE>를 운영하며, 월간 <재즈피플>에서 칼럼을 연재한다.

 


 


©김민주

 

 

⊹

 

비싼 것으로 들어도 싼 것으로 들어도 
재즈는 재즈, 음악은 음악, 본질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이 진실을 믿는다면,
‘아직 내겐 적절한 오디오 기기가 없어서’ 같은 핑계로
음악 감상을 삶 속에서 미루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기기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

 

다양한 오디오 기기로 재즈를 경험하는 일상의 기쁨




언제부터였을까. 이메일함에 나를 ‘재즈 평론가’라고 호명하는 편지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조심스레 그 호칭을 바로잡는다. 나의 본업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상 편집자이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뒤로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과 영화이론을 공부했고, 10년간 영상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3년 전에는 시나리오와 편집을 맡은 독립 다큐멘터리 필름이 전국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상영됐다. 내 심장은 영화를 향해 뛴다. 재즈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그건 그 음악에서 얻은 영감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것. 그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즈와의 깊은 인연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내 삶의 일부이다. 아마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다가 재즈 클럽 문화를 처음 접하고 한국에 돌아와 매주 재즈 클럽을 드나들게 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그 전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넓고 얕게 즐기던 나는 어느새 15년 넘게 재즈만 듣고 있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재즈로 시작해 재즈로 끝난다.


돌아보니 그간 집에서 재즈를 듣는 습관의 형태가 바
뀔 때마다 집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졌다. CD를 주로 듣던 때에는 거실에 CD 플레이어가 나와 있었는데, 바이닐 레코드판의 매력을 알게 된 지금은 턴테이블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집에서 재즈를 감상하는 방식들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어쩌다 보니 우리집엔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오디오 기기가 놓여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김민주

 

 

거실과 주방 사이에 둔 브라운 턴테이블부터 이야기해 볼까. 브라운 디자인의 한 축을 맡았던 한스구겔로트가 1960년에 디자인한 PKG5 모델이다.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SK4도 매력적이지만, 이 모델에 마음이 간 건 턴테이블을 올려 둘 별도의 가구가 필요하지 않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전하고 아름다운 가구라는 점이 좋아서였다. 나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은 마란츠 리시버 앰프와 프로악스피커의 조합으로 하이파이 사운드를 즐기기도 하는데, 음질보다는 음악 경험에 매료되는 쪽인 나는 그보다 이 턴테이블을 자주 찾는다. 특히 레코드 숍에 다녀왔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한 레코드가 도착한 날이면 이 앞에서 평소보다 오래 시간을 보낸다. 새로운 음악이 집안에 울려 퍼지면 공기까지 한결 신선해지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LP는 어떤 피지컬 음반 중에서도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그림까지 산 기분을 누릴 수 있다. 나는 가끔 어떤 음반의 아트워크를 세워 두고 싶다는 이유로 그 음악을 듣기도 하는데, 요즘은 베이시스트 정수민이 유근택 화백의 작품을 음악으로 풀어 발표한 <Yoo Geun-Tack>을 듣는다. 표지 그림과 음악이 함께 전해 주는 명상적인 감각 덕분에 일상 속에서 불필요하게 들뜨지 않고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다.

브라운 턴테이블이 쉴 땐 거실 사이드보드에 놓인 애플 홈팟이 역할을 대신한다. 애플 뮤직이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100개쯤 만들어 매일 재즈를 들었더니 언젠가부터 홈팟 인공지능이 내 취향을 제법 완벽하게 학습했다.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들을 땐 A면 재생이 끝난 뒤 B면으로 바꾸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하는데, 그냥 알고리듬을 믿고 자동 재생만 해 두면 선호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무한히 들을 수 있으므로 음악을 틀어 둔 채 다른 활동에 몰입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온 때에도 홈팟에게 선곡을 맡기면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CD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야마하 데스크탑 오디오는 내 작업실의 핵심이다. 주로 새롭게 발매된 음반을 남들보다 먼저 들어야 할 때 이 기기를 이용한다. 월간 <재즈피플>에서 7년간 칼럼을 연재해 오면서, 매달 신보 리뷰 글도 꾸준히 쓰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디지털 음원으로 대체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프로모션용 CD를 배포하는 음반사들이 많다. 내 앞으로 할당된 CD들이 택배로 도착하면 가장 먼저 듣고 싶은 음반을 골라 재생한다. 흘러나오는 음악 속에서 동시대 재즈 뮤지션들의 에너지를 느끼고 나면 덩달아 활력이 생긴다.

그 외에도 우리집 침실엔 티볼리 블루투스 스피커, 서재엔 뱅앤올룹슨 블루투스 스피커와 무인양품 벽걸이형 CD 플레이어, 남편의 작업실엔 제네렉 스피커가 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마지막 주인공으로 선정한 것은 두어 달 전에 갓 구매한 소니 워크맨 CDP이다. 내겐 중학생 때부터 포터블 CDP로 음악을 들으며 잠드는 습관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CDP를 도둑맞으면서 그 습관까지 함께 박탈당해 버리고 말았다. 얼마 전 그 시절을 떠올리다가 정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에 기분이 안 좋아졌고, 아마존을 열심히 뒤져 지금은 단종된 소니 워크맨 모델을 미개봉 제품으로 구매했다. 요즘 나는 이것을 집에 있을 때도 몸에 지니고 다니며 듣고, 밖에 나가 산책을 할 때나 커피를 마실 때도 듣는다. CD 매체와 나의 육체가 물리적으로 가까운 상태에서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의 흐름을 따라 음악을 듣는 경험에는 그 어떤 오디오 기기에서도 느낄 수 없는 구체적인 감동이 있다.


©김민주

 

 

누가 뭐라 해도 재즈는 라이브가 제맛이다. 뮤지션들이 관객들과 호흡하며 즉흥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연주로 옮기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매일 재즈 클럽에 갈 수 없다면, 일상 속에 착 감기는 오디오 기기 하나쯤 곁에 두는 것은 권할 만한 일이다.

이런저런 오디오 기기들을 경험해 본 내가 내린 아주 단순한 결론은, 어떤 것으로 들어도 재즈는 그 자체로 재즈라는 것이다. 비싼 것으로 들어도 싼 것으로 들어도 재즈는 재즈, 음악은 음악, 본질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이 진실을 믿는다면, ‘아직 내겐 적절한 오디오 기기가 없어서’ 같은 핑계로 음악 감상을 삶 속에서 미루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기기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

김민주 작가님에게 '재즈'는 집에서의 시간을
더 사랑스럽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무언가인 것 같습니다.

집스터 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요즘 자주 듣는 곡이 있을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와 취향을 자랑해 주세요✍️💗


Credit

Editor Haeseo Kim
Design Jaehyung Park
Production SIDE Collective

142

190

댓글 등록 시 3미닛 적립 (1일 10건까지)

댓글

김민성39

시디피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2024.08.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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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zzy

시디플레이어로 듣는 맛이 있더라구요~ 잘 봤습니다~

2024.08.19 09: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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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2024.08.16 20:0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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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보기 좋네요

2024.08.14 20:4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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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파파

cdp를 보니 아날로그 감성이 그립습니다 ㅋㅋ

2024.08.13 17:1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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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냉374

옛날노래가 가사에 감정이 담겨있는거같아 자주 듣게돼요

2024.08.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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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9

얼마 전에 cd 플레이어를 구매했는데 확실히 앨범을 만든 사람의 의도를 따라서 1번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순서대로 들으니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2024.08.1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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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0

음악이 흐르는 집 아나로그 감성이 넘치는 공간이네요 멋져요

2024.08.1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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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36

옛날감성이 역시 최고에여 ><

2024.08.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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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8

요즘 턴테이블이랑 cd플레이어에 딱 꽂혔는데 이런 글이 보여 반가워요ㅋㅋ 마침 전 다음달에 생일이라 LP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 받으려구요ㅎㅎ

2024.08.10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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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258223

턴테이블 진짜 좋아하는데., 진짜 나중에 집사면 턴테이블하고 lp 부터 살꺼예요

2024.08.0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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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2

저는 FKJ 최근 알게되었어요

2024.08.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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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2

저는 요즘 FKJ의 일랑일랑 들어요

2024.08.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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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소리

요즘은 디지털 시대라서... 아날로그의 감성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선명한 소리도 물론 좋지만, 지지직 거리며 노이즈가 섞인 음악소리도 왜이리 좋을까요~

2024.07.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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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cd플레이어만의 감성이 소중합니다

2024.07.26 15:3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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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ㅇ31

요즘 다 핸드폰으로만 음악 듣는 세상에서 cd플레이어로 감상하는거 너무 멋있으세요

2024.07.26 13:3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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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

멋진공간 먼진재능 행복하세용

2024.07.26 11:1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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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nnnnn_i

집도 jazzy하네요!!

2024.07.25 22:4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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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지효

CD플레이어 겜성느낌나네요

2024.07.24 13:1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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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망

좋네요 레트로

2024.07.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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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맘

매력적인 재즈 분위기 있는 재즈

2024.07.22 17:0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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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dwl

저도 재즈 좋아합니다

2024.07.19 15:0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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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umm79

감성 너무 좋아요 저희 아이가 갑자기 테이프 lp 같이 레트로 감성 궁금해 하더라구요

2024.07.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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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선

재즈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2024.07.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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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

가요도 좋지만 재즈가 주는 매력이 정말 좋더라구요~

2024.07.1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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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지유*

"비싼 것으로 들어도 싼 것으로 들어도 재즈는 재즈다" 격하게 공감합니다~~!!^^

2024.07.1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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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83

각각의 플레이어의 매력이 그득그득하지요😊

2024.07.1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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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0

와 cdp 얼마만에 보는지 모르겠어요~

2024.07.18 18:1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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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우

CD 플레이어 탐나네요 ㅎㅎ

2024.07.1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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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영

비싼 것으로 들어도 싼 것으로 들어도 재즈는 재즈, 음악은 음악 와닿는 말이네요 CD플레이어 너무 멋져요 하나 들이고 싶어지네요

2024.07.12 10: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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