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후기

[라이프집에세이]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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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집

2024.01.24 16:24

조회수 2342



about #라이프집에세이
#라이프집에세이는 개성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크리에이터의 집 생활에 관한 에피소드를 공유합니다. 집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행하는 나만의 철학을 갖고 싶다면, 라이프집 에세이에서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  



📝 writer. 스탠딩 에그 2호(@standingegg2) 
어쿠스틱 뮤지션 스탠딩 에그의 2호입니다. 들었을 때 누구나 기분 좋아지는 음악을 만들고, 부릅니다. 다양한 분야의 새롭고 재밌는 일들을 하면서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그 2호



우리 부부는 이곳에 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난로에 장작을 넣고 그 앞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산방산의 침묵과 
그 위로 흐르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저 숨을 쉰다. 
가끔씩 아내와 번갈아 가며 장작을 넣을 뿐이다. 
 


⊹     


숨을 쉰다


목요일 아침 8:40. 오늘도 김포공항 3번 게이트를 향해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뛰었다.

밤새 일하고도 출발 직전까지 시계를 봐가며 일해야 하는 게, 그러다가 비행기를 놓칠까 봐 공항에 내리자마자 뛰는 게 우리 부부의 일상이다. 항상 비행기에 올라타서야 ‘후우’ 하고 긴 숨을 내쉰다.

그저 탈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그랬다. 끝을 알 수 없는 바쁨으로부터, 나의 심신이 텅 빌 때까지 몰아붙이는 도시의 모든 것들로부터 탈출해야만 했다. 그래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밤 아무도 몰래 숟가락으로 감옥 벽의 흙을 파내는 심정으로 악착같이 이 새까맣고 작은 오두막을 짓는데 매달렸다. 누군가는 이런 땅에 이런 작은 집을 지어서 뭐가 ‘남겠냐’고 했지만 뭐든 남기려고 지은 게 아니다. 누군가는 2층 집을 지으면 바다가 보인다고 했지만 오히려 땅을 1미터 정도 파고 납작 엎드린 집을 지었다. 숨고 싶었으니까. 도망자는 뭔가를 남겨서도 안 되고, 잘 보여서도 안 되니까.

단지 ‘가만히’ 있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아내가 그랬다. 무선 충전기 위의 스마트폰처럼 몇 시간이고 똑같은 자세로 우두커니 앉아서 다시 차오르는 자기 자신을 느끼고 싶다고. 몸 안으로 들어왔다 나오는 숨을, 생각 없이 껌뻑이는 두 눈을, 어떤 문장도 들려오지 않는 적막을 느끼고 싶다고. 목적 없는 행동들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그런 마음으로, 집을 짓는 내내 수많은 어려움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감수했다. 아니, 감수해내진 못했지만 버텨냈다. 『월든』으로 버텨냈다.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우리 부부에게 성경이었다. 몇 번이고 반복해 읽고, 밑줄을 긋거나 페이지 귀퉁이를 접었다. 우리를 구원해줄 거라 믿으며. 그 믿음의 결과가 바로 이 오두막인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작은 오두막을 짓자. 그곳에 숨어 숨을 쉬자.’





©에그 2호 



우리 부부는 이곳에 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난로에 장작을 넣고 그 앞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산방산의 침묵과 그 위로 흐르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저 숨을 쉰다. 가끔씩 아내와 번갈아 가며 장작을 넣을 뿐이다. 아내는 이내 내 무릎을 베고 눕고,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곧 아내는 잠이 들고 나도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존다. 난로의 불은 천천히 사그라지고, 기분 좋은 온기가 집 안을 채운다. 자고 싶은 만큼 자게 두고, 일어나 배가 고프면 동네의 작은 식당까지 걸어가서 밥을 먹는다. 잠시 사람이 아닌 ‘포유류’가 된다. 그래, 이대로 쉬자. 조금만 쉬자. 숨만 쉬자. 숨을 쉬는 것이 곧 사는 것이고, 숨을 쉬지 않으면 그게 죽는 거니까 숨을 쉬자.

이곳에서 며칠을 지내고 나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사실은 굳이 바쁘게 살지 않아도 인생은 흐른다는 걸. 그저 숨만 쉬는 것도 사는 것이고, 하릴없이 ‘그냥’ 사는 것이 곧 쉼이라는 걸. 어떤 면에선 스스로 박차를 가하는 삶보단 이렇게 사는 게 더 자연스러운 삶인 것 같기도 하다. 마음껏 숨을 쉬고, 서로 기대어 잠이 들었다가 깨어날 때까지 그대로 두고, 일어나 배가 고프면 밥을 차려 먹고, 그러다 남는 시간에는 꿈을 꾸고.

그렇게 매일 꿈을 꾸다 보면 어느 날은 진짜 열심히 해보고 싶은 무언가가 생기는 거다. 숨 돌릴 시간도 없는데 꿈을 꿀 시간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작은 오두막에 앉아 해 질 녘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한 번 큰 숨을 들이마신다. 내일 도시의 삶으로 돌아가서 다시 전력 질주하기 위해선 이 들숨이 필요하기에.


©에그 2호


Credit
Editor Haeseo Kim
Design Jaehyung Park
Production SIDE Coll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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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등록 시 3미닛 적립 (1일 10건까지)

댓글

진판델

꿈 같은 쉼이네요ㅎㅎ 좋은 글 읽고 갑니다^^

2024.01.2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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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베리

멋진 공간입니다.

2024.01.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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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HA26

사진에 담기는 모든게 다 엽서같은 공간이네요 ◡̈

2024.01.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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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2

좋은 쉼 그게 행복이네요

2024.01.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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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매니아

와우 정말 제대로된 쉼이네요

2024.01.2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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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호텔 (elio)

쉼 그 자체로 느끼는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멋있어요

2024.01.2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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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

스탠딩에그를 여기서 만나다니 대박이예요! 인터뷰 내용들과 사진 또한 스탠딩에그 노래들같아요.

2024.01.2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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꾜~❤️

장작불 앞에서~ 너무 좋네요 여유로움!!

2024.01.2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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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집스터_15749

헐 오랫동안 스탠딩 에그의 음악을 좋아한 한사람으로 너무 반가웠고 잘 읽었습니다!! 숨을 쉬는 것이 쉬는 시간이라는 것, 너무 와닿네요-🤍

2024.01.25 18:4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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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멋지네요...

2024.01.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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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골드

오왕 엄청 이쁘네요

2024.01.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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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一 성일 Chris

너무 멋있게 사시는 군요 ~!!

2024.01.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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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콩이

자신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알고 그를 실행하는 모습들이 부러우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네요~~

2024.01.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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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급한🦥

보기만해도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2024.01.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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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마

사실은 굳이 바쁘게 살지 않아도 인생은 흐른다는 걸. 그저 숨만 쉬는 것도 사는 것이고, 하릴없이 ‘그냥’ 사는 것이 곧 쉼이라는 걸 - 공감 가는 말이자 너무 멋진 말이네요!

2024.01.2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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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p수니

너무 이쁜집이네요!!!

2024.01.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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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스윗홈

진짜 보기만해도 좋은데요💚

2024.01.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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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키

월든과 어울리는 집이에요. 저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네요.

2024.01.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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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짱짱

난로… 좋네요 푹 쉬세요

2024.01.2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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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a

저도 들숨이 필요한 시점이예요. 집이라는 공간에서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너무 좋군요..

2024.01.25 08:0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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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

굳이 바쁘게 살지 않아도 인생은 흐른다는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사느냐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가 생기는것 같아요. 내가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 저에게도 집이네요

2024.01.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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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숲

저도 매일 어딘가에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집자체가 쉼이라는 걸 그대로 느껴집니다.

2024.01.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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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en

숨을 돌릴 틈을 갖고 싶은!

2024.01.2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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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뚜벅이

숨을 쉰다라는 제목부터 힐링입니다

2024.01.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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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쓴

감성돋네요

2024.01.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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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니

도망자는 뭔가를 남겨서도 안 되고, 잘 보여서도 안 되니까. 단지 ‘가만히’ 있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아내가 그랬다. 무선 충전기 위의 스마트폰처럼 몇 시간이고 똑같은 자세로 우두커니 앉아서 다시 차오르는 자기 자신을 느끼고 싶다. 잠시 사람이 아닌 ‘포유류’가 된다. 사실은 굳이 바쁘게 살지 않아도 인생은 흐른다는 걸. 그저 숨만 쉬는 것도 사는 것이고, 하릴없이 ‘그냥’ 사는 것이 곧 쉼이라는 걸. 어떤 면에선 스스로 박차를 가하는 삶보단 이렇게 사는 게 더 자연스러운 삶인 것 같기도 하다. 마음껏 숨을 쉬고, 서로 기대어 잠이 들었다가 깨어날 때까지 그대로 두고, 일어나 배가 고프면 밥을 차려 먹고, 그러다 남는 시간에는 꿈을 꾸고. 그렇게 매일 꿈을 꾸다 보면 어느 날은 진짜 열심히 해보고 싶은 무언가가 생기는 거다. 숨 돌릴 시간도 없는데 꿈을 꿀 시간 따위 있을 리가 없다. -> 너무 좋은 문장들이라 계속 곱씹게 되네요. 쉼이라는 게 뭘까 고민하던 찰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문장들에게서 따뜻한 위로를 받고 갑니다 🤍

2024.01.2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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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

노을 감성 좋네요

2024.01.2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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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쓰

보기만해도 힐링되네요!

2024.01.2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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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dit83

이런 힐링의 장소가 있으시다니… ㅠㅠ 요새 같은 세상에, 나른하고 멋진 안식처 같네요

2024.01.2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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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씨

고요한 행복 :-] 부럽습니다~

2024.01.25 00:1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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