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후기

[라이프집에세이] 내 여름의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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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집

2023.08.23 16:53

조회수 2909



about #라이프집에세이
#라이프집에세이는 개성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크리에이터의 집 생활에 관한 에피소드를 공유합니다. 집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행하는 나만의 철학을 갖고 싶다면, 라이프집 에세이에서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





📝 writer. 김신회 (@maison_de_kimshin) 
17년 째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반려견 풋콩과 함께 1인 1견 가구로 삽니다.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에 대한 책을 썼고, 직접 만든 출판사 이름도 ‘여름사람’이라 지었습니다. 에세이 『아무튼, 여름』, 『나의 누수 일지』 등을 썼습니다. 



© 김신회



나는 여름에 진심인 만큼 아침에도 진심이라, 
아무리 귀찮아도 아침상 차리기는 거르지 않는다. 
아침 식사는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는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지다. 
삼시세끼 중 가장 내 취향껏 꾸릴 수 있는 한 끼다.
 


⊹ 


내 여름의 루틴


나는 일 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는 사람으로서, 여름이면 행복 배터리 완충 상태로 지낸다. 3년 전, 『아무튼, 여름』을 출간한 이후로는 여름이 업무 성수기가 돼버려서, 각종 일거리가 몰려든다. 바쁠 때 비로소 존재감을 느끼는 프리랜서로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되는 계절. 여름휴가 같은 거 없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날들. 남들 다 괴로워하는 폭염에 ‘이게 여름이다!’를 외치는 다양성 추구형 인간이 나다.

여름을 좋아한다고 하면 ‘더위를 안 타나 봐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데, 여름을 좋아한다고 해서 더위를 안 타는 건 아니다. 나도 인간이다. 나도 땀 나고, 더운 날은 덥다. 장마, 습기, 폭염, 누수, 벌레, 겨땀, 코땀, 인중땀 등등 여름의 안 좋은 점도 똑같이 느끼며 산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빠지면 그게 무슨 여름인가 싶다. 어떻게 모기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하지만 유난히 입맛이 없는 계절임은 인정해야겠다. 불 앞에 서기 싫어서 집에서 밥하기 딱 귀찮아지고, 매일 반복하는 외식이나 음식 배달에도 질려 끼니를 거르기 쉽다. 안 그래도 요 며칠 밥 챙겨 먹는 걸 게을리했다가 연일 병원 신세를 졌다. 좋아하는 계절이 거듭될수록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몸이 돼 가는 나.

이런 계절, 억지로라도 애쓰는 것은 수분 및 비타민 충전이다.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수분 충전만은 거르지 않으려 한다. 이에 따른 나의 루틴-여름 에디션-을 소개해 볼까.

아침에 일어나면 물 큰 컵 한 잔에 유산균을 먹는다. 그런 다음 세수 안 한 얼굴에 얼렁뚱땅 선크림을 바르고 개와 함께 아침 산책을 하러 나간다. 여름방학을 맞아서인지 등교하는 아이들로 북적이던 동네가 한산하다. 개가 공원과 풀밭을 거닐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산책을 즐기는 동안 나는 날씨를 가늠한다. ‘오늘도 덥겠네. 비 온다더니 안 올 듯.’

온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침을 차린다. 나는 여름에 진심인 만큼 아침에도 진심이라, 아무리 귀찮아도 아침상 차리기는 거르지 않는다. 아침 식사는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는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지다. 삼시세끼 중 가장 내 취향껏 꾸릴 수 있는 한 끼다.

아침에는 주로 빵을 먹는데 아침 7시면 문을 여는 동네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사 오거나 냉동실에 얼려둔 빵을 실온 해동해 먹는다. 자고로 여름 밥상은 불사용과 체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관건. 그래서 씻고 자르기만 하면 되는 메뉴를 선택하는데, 가장 자주 먹게 되는 메뉴는 여름 샐러드다.




© 김신회


먼저 냉장고에 있는 제철 과일과 채소, 치즈를 썬다. 과일은 참외, 딱딱복숭아, 청사과를, 채소는 방울토마토, 오이, 파프리카를 추천한다. 치즈는 그릭 샐러드를 만들 때처럼 페타 치즈나 보코치니, 모짜렐라 치즈도 괜찮지만 내 취향은 더 짜고 딱딱한 숙성 체다치즈 쪽이다. 치즈의 짠맛이 과일의 단맛과 잘 어울린다. 모든 재료를 깍둑썰기한 다음 올리브 오일, 레몬즙, 소금, 후추를 대충 뿌려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

재료를 소금에 절이고 물기를 짜는 과정이 없어 샐러드에 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만들어 두고 먹기보다 바로바로 만들어 먹는 게 좋다. 조리 시간도 3분이 채 걸리지 않고, 각종 채소와 과일을 쉽게 먹을 수 있어 절로 수분 및 비타민 충전이 된다. 게다가 색깔은 알록달록 얼마나 예쁜지. 이걸 만들 때마다 개는 자기도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의 냄새를 맡고는 와다다 달려와 내 발치에서 기다린다. 그 성실함에 마음이 약해져 늘 개 몫의 과일과 채소를 조금 남겨둔다.

밥을 먹고 나면 책상 앞에 앉아 그날의 일을 시작한다. 여름이 되면 작업방에 있는 책상을 거실로 옮겨두는데 일하는 중간중간, 창문 밖으로 눈 따가운 여름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다. 우리 집은 낮이 되면 햇살이 베란다에 길을 만들고, 창문 너머 시시때때로 변하는 날씨를 직관할 수 있다. 문득 매미가 쏴아아 울고,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그 아래 양산을 든 어르신이 느릿느릿 걸어간다. 저 멀리서는 땀에 푹 전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여름이구나!’를 실감하는 순간 하늘의 구름처럼 내 마음도 두둥실 뜬다. 그걸 구경하는 틈틈이(!) 일하면, 어느새 오후가 된다.

그때쯤이면 절로 목이 뻐근해지면서 당이 떨어지는데, 그럴 땐 냉장고에서 탄산수를 꺼내 마신다. 레몬이 있다면 한 움큼 짜서 넣고. 가끔은 소다 티도 마신다. 아침에 페트병 사이다에 티백을 하나 넣고 실온에 놔두면 자연스럽게 찻물이 우러난 스파클링 티가 된다. 단 향이 나는 티가 사이다와 궁합이 좋은 것 같아 홍차나 허브티 대신 블렌디드 티를 이용한다. 차의 달콤한 향과 사이다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몇 모금 마시면 입 안에 생기가 돈다.


⊹ 


© 김신회


커다란 컵에 얼음을 넣고 음료를 따른 다음, 소파에 다리를 쭉 펴고 앉으면 어느새 헥헥거리며 올라오는 개. 하지만 이번에는 자기 것이 아니라는 냄새를 맡았는지 옆에 웅크려 눕는다. 한 손을 뻗어 울창한 숲 같은 개의 털을 어루만진다. 점점 졸음이 몰려오면 대나무 자리를 깐 마루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개 역시 토독토독 걸어와 옆에 눕는다. 한참 누워있으면 열어둔 베란다 창문으로 여름 바람이 인색하게 불어온다. 내내 시원한 에어컨과는 다르게 좀처럼 만날 수 없어 더 소중한 한정판 자연 바람. 개 쿠션(!)을 끌어안고 눈을 감으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잠시 후, 애써 털고 일어나 남은 업무를 하고 나면 퇴근. 미리 해둔 밥에 즉석 국만 끓여 저녁을 먹거나 배달앱을 열어 냉면이나 타코를 시켜 먹는다. 여름엔 가스레인지 앞에서 불필요한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서 여름엔 운동도 하지 않는다. 여름은 쥐어짜라고 있는 계절이 아니다. 이미 더위가 우릴 쥐어짜고 있지 않은가. 하루 두 번 산책이면 족하다.

개와 함께 살고 나서부터 나의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것도, 하루를 마무리하게 하는 것도 산책이다. 특히 여름의 밤 산책은 그야말로 축복이다. 대낮의 폭염이 자취를 감춘 공원에서 한강에서부터 불어오는 여름 바람을 느끼며 느릿느릿 걷다 보면, 유난히 풀리지 않던 원고도, 묘하게 소통이 안 되던 업무 연락도, 처리해야 할 일거리도 다 별일 아니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감사한 건 이 시간이다. 그래, 어찌 됐든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했어. 그래서 이렇게 걷고 있잖아. 한층 누그러진 더위에 아침보다 더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개를 보면 하루의 피로가 날아간다. 개를 처음 만났을 무렵, 산책이 일처럼 느꼈던 시간이 분명 있었는데, 이제 나는 산책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 됐다. 산책은 개가 인간에게 주는 수많은 은혜 중 하나다. 으으윽. 그 와중에 반갑다고 달려드는 모기, 날벌레, 땀에 들러붙는 이마의 잔머리가 산통을 깨네. 이렇듯 여름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여럿 있지만, 나는 여름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여름 사람. 지나고 보면 즐기지 못하고 보내버린 여름만큼 속상한 게 또 없다.

집에 돌아와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냉장고에서 탄산수를 꺼내 테이블 앞에 앉는다. 창밖으로 펼쳐진 밤하늘에는 커다란 달이 걸려있다. 그걸 바라보면서 차가운 탄산수를 몇 모금 마시면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찬다. 역시 여름은 좋구나. 여름은 좋은 거야.

물컵에 물이 반 정도 들어있다면, 물이 반밖에 안 남은 걸까. 반이나 남은 걸까. 평소의 나는 후자지만 여름에 대해서는 전자다. 어느새 8월. 얼마 남지 않은 여름에 벌써부터 속이 탄다.


Credit
Editor Haeseo Kim
Design Jaehyung Park
Production SIDE Coll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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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김지은36

아무튼 여름 책 읽어보고 싶어요! 여름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거같아요

2023.08.24 16:0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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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베리

역시 작가님이네요. 아무튼 여름 책 꼭 보고 싶어요 ㅎㅎ

2023.08.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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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홈

아무튼, 여름은 제 인생 책 중 하나인데!! 작가님을 라이프집에서 보다니.. 너무 신기하네요 라이프집 최고다 ㅠㅠㅠ

2023.08.24 15:4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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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기세

여름은 쥐어짜라고 있는 계절이 아니다! 이 말이 너무 와닿는데요~~ 그래서 저도 올 여름엔 러닝을 좀 멈추고 수영을 했답니다?!

2023.08.24 14:5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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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떡

건강한 여름 중요하죠!

2023.08.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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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el

산책 후 샤워 그리고 시원한 탄산수 ! 이것만으로도 여름, 청량 그 자체예요!

2023.08.24 13:2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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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텀킬이

베리굿

2023.08.24 12:0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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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힘들지만 여름을 잘 보내고 싶어요 글을 보니 방법을 조금 알 것 같아요

2023.08.24 11:2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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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euiji

싱그러운 여름 밥상들 ! 요즘 바람이 가끔 선선한게 여름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2023.08.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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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게 제일 좋아

무더운여름에 건강한 여름을 보내셨네여~

2023.08.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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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123

여름에만 먹을수 있는 여름샐러드 너무 좋아요

2023.08.24 09:2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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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맛있는 아침이네요. 하루가 즐겁게 시작되는 군요.

2023.08.24 09:1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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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필

😊

2023.08.24 06:4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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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뿌

10년전 남의사랑이야기 봤었어요. 아무튼 시리즈 좋아하는데 여름도 있었군요~ (문구랑 계속 두 권 봤네요) 저도 여름이 가는 게 아쉬워요.

2023.08.24 05:5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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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혬

아침의 건강식단 ㅎㅎ

2023.08.24 04:0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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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유

크 감사

2023.08.24 03:5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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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굿

2023.08.24 00:3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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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l727

작가님 책 읽어보고 싶네요ㅎㅎ! 잘 봤습니다☺

2023.08.23 23:3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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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맘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시는게 사진에서도 느껴지네여!! 보기좋습니다 👍

2023.08.23 23:1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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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잼있어요!! 다음 페이지 읽고 싶은!! 책 안읽은지 좀 됐는데 읽고 싶어졌어여👍

2023.08.23 23:0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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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p수니

글을 너무 잘 쓰시는것 같아요! 😍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부럽네요~ 저는 댓글 하나 쓸 때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곤 하거든요. 뭔가 키보드를 마주하면 막막하게되네요 ㅎㅎ

2023.08.23 22:4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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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홈앤라이프

강아지 보니까 엄마 미소가 절로 나오네요~ㅎㅎ

2023.08.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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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슝이집사

글을 읽으면 장면들이 막 펼쳐지는 느낌이에요

2023.08.2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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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영

풋콩이 너무 귀여워요!

2023.08.23 19:2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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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가

작가님 책 '아무튼, 여름' 읽고 여름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글과 사진으로 만나뵈니 더 반가워요❤️

2023.08.23 18:5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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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Nnow

글을 읽으면서 저도 여름이 조금 더 좋아졌어요! 🥰

2023.08.23 18:4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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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지은

책으로 만난 작가님의 글을 여기서 마주치니 너무 반갑습니다~~^^

2023.08.23 18:1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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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eMizip

작가님들이 너무 너무 존경스러워여 ㅠ.ㅠ♡♡

2023.08.23 18:1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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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갈갈

예쁘고 맛있는 음식~ 소울푸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

2023.08.23 17:3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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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링구

여름하면 찝찝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저렇게 좋은 것들이 많네요. 나른해져서 잠든 강아지 모습에 절로 힐링됐어요 ㅎㅎ

2023.08.23 17:0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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