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부단히 아끼고 매만질 때 빛나는 나의 소우주

라이프집
2024.12.17 10:29
조회수 4454
about 사람하나사물셋 #사람하나사물셋은 자기만의 색으로 집이라는 캔버스를 물들여가는 홈 크리에이터와 함께 만듭니다. 인물과 공간, 그 사람의 취향이 담긴 사물 이야기를 라이프집이 애정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사람 하나와 사물 셋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의 색으로 공간을 채워보세요! 🎨
ep.21 부단히 아끼고 매만질 때 빛나는 나의 소우주
일상이 무척 지루하거나 심심하게 여겨질 땐 ‘플럼’이라는 이름을 가진 현경 님(@whale_plum)의 계정을 들여다 보곤 했어요.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담담하게 기록되어 있거든요. 공들여 차렸지만 아이들에게 외면받은 아침, 산책 중 만난 시험 기간을 지나는 학생들의 삶, 나중에 꼭 엄마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사랑스러운 고백. 이토록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은 뭉툭한 연필이 되어 제 마음에 굵은 인상을 남겼어요. ‘다름없는 일상이야말로 찬란한 풍경’이라고 말이에요. 요즘 여러분은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나요? 한 해를 마무리 하며 평소와 다른 이벤트도 많겠지만, 매일 변함없이 부단히 쓸고 닦는 일상이 여러분의 세계를 든든히 지탱해줄 거예요.

안녕하세요. 온라인 잡화점 ‘빌라플럼’(@villaplum_official) 대표 손현경입니다. 혜화동에서의 삶을 기록한 책 <집과 산책>을 썼고, 몇 달 전까지 수원 행궁동에서 작은 숙소도 운영했습니다.
인생은 결코 계획대로 흐르지 않지만, 고이 접어둔 생각들을 마음 서랍에서 꺼내어 읽어 나가면 결국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집’은 저에게 또 하나의 소우주, 제 삶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집’은 생명체와도 같아서 매만지고 사랑하고 보듬어줄 때 더욱 예쁜 얼굴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소홀히 두면 뿔난 아이의 토라진 뒷모습처럼 쌀쌀맞은 표정을 짓기도 해요. 그러니 부단히 쓸고 닦고 아껴줄 수밖에요. 공간은 끊임없는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거든요.
소소한 물건 하나를 고를 때도 오랫동안 신중히 생각합니다. 작은 집에서 살았던 경험 이후엔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만 곁에 둘 것’이라는 한 줄 원칙이 각인됐거든요.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쳐 선택한 친구들을 하나하나 모으다 보면 어느새 저만의 취향이 묻어나는 공간 속에서 머물게 되지요.
아이들이 커가면 집의 온도와 풍경도 조금씩 변해 갑니다. 물고 빨았던 인형들은 장롱 깊숙이 들어가 나오지 않고, 책상 위에는 제 눈에도 어려운 문제집과 시험지가 펼쳐집니다. 다정했던 아이들은 점점 무뚝뚝한 표정의 십 대가 되어 낯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자연스레 변하는 모습을 물 흐르듯 바라보고 응원하는 마음만 갖고 싶어요. 서로를 이해하는 끈이 끊기지 않고 쭉 이어지길, 먼 나중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길, 도란도란 대화가 넘치길, 우리 삶의 울타리는 사랑이길 소망합니다.
애장품 1. 다시 만난 양배추 인형

초등학교 4~5학년 때로 기억해요. 1980년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양배추 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스토리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엄청난 인기를 한몸에 받던 인형이죠. 매일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일까요? 생일날 아침 눈을 떠보니 머리맡에 양배추 인형이 앉아 있었어요. 인형 패키지 안에 입양 증명서가 동봉되어 있던 것도 기억해요. 저는 이 아이에게 ‘젬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매일 손수건에 물을 묻혀 얼굴을 닦아주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었죠. 그러나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자 애정은 시들해졌고, 저는 엄마 친구 분 딸에게 인형을 선물로 주곤 내내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 봄, 폐업하는 인형가게에서 운명처럼 다시 양배추 인형을 만나게 된 거예요. 그때의 감격이란! 잃어버린 제 어린 시절을 몽땅 돌려받는 기분이었어요. 지금 ‘젬마’는 겨울 스웨터로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있어요. 우리 다신 헤어지지 말자!
애장품 2. 페루에서 온 타피스트리

20여 년 전에 부모님께서 중남미 여행을 다녀오셨어요. 보름 정도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의 여행 캐리어에는 중남미 나라들의 신기한 물건이 가득 차 있었어요. 작은 러그부터 돌조각상까지, 엄마는 방문한 나라의 특색 있는 아이템들을 쏙쏙 골라 담아오셨죠.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페루 여인들의 뒷모습이 담긴 ‘타피스트리’였습니다. 이 타피스트리는 오랫동안 부모님 댁에 있다가 제게 왔어요. ‘언젠간 중남미 여행을 가고 말 거야’ 하고 여행을 꿈꾸게 만드는 소중한 애장품이랍니다.
애장품 3. 남편이 만든 주방 양념 선반

몇 해 전 남편은 취미로 목공을 배웠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주말에 틈틈이 목공 수업을 받더라고요. 남편이 만든 작업물들 중 마음에 쏙 든 것은 바로, 이 나무 선반이었습니다. 책상 위에서 책꽂이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가구였어요. 문득 주방에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소금, 후추, 참기름 등 양념들을 올려놓으니, 처음부터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가구처럼 제 역할을 다하고 있어요. 저는 소중한 것은 매일 마주하며 자주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무 선반을 만들어준 남편의 수고도, 여러 양념들처럼 이 선반에 놓여있답니다.
❄️
집을 꼼꼼히 매만지며 삶의 윤곽을 선명히 그어가는 현경 님.
현경 님의 말처럼, 집은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금세 티가 나는 것 같아요.
올해 내내 미뤄둔 집안일이 있다면, 2024년을 마무리 하며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𝗰𝗿𝗲𝗮𝘁𝗼𝗿 HyunKyung Son (@whale_plum)
𝗶𝗹𝗹𝘂𝘀𝘁𝗿𝗮𝘁𝗶𝗼𝗻 Leegoc(@leegoc)
𝗘𝗱𝗶𝘁𝗼𝗿 Seulgi Lee
𝗗𝗲𝘀𝗶𝗴𝗻 Jaehyung Park
𝗽𝗿𝗼𝗱𝘂𝗰𝘁𝗶𝗼𝗻 SIDE Coll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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