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 '아날로그 오디오'
블루문
2024.11.20 19:44
조회수 112
제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인 오디오, 정확히는 아날로그 오디오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MP3 플레이어가 유행하던 2000년대 초, 제가 중학생 시절에도 가방이나 점퍼 안주머니에 CD나 MD 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CD, MD로 들었던 게(겨울 외 계절엔 이동 시 MP3 플레이어로 들었지만) 테이프나 LP로 확대된 느낌입니다.

2019년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으로 서울 합정동에 사람이 살만한 곳에 전세 계약을 한 후 중국산 휴대용 턴테이블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곤 제일 처음 구입한 LP가 재니스 조플린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명 앨범인데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아서... 저 턴테이블은 한 달도 안 듣고 친했던 뮤지션에게 선물로 줬습니다.

합정동에 전세를 잡았으니 제대로 된 오디오 장비를 마련해도 되지 않나 생각해서 몇 달 후 미국 오디오 리서치(AR)사에서 1950년대에 만든 스피커, 앰프, 턴테이블을 구입했습니다. 일명 '빈티지 오디오'라고 불리는 시스템입니다. 초기 비용으로 약 400만원이 지출됐고, LP도 발품으로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오디오 장인이 직접 수리, 개조하신 티악 카세트 데크와 카세트 테이프도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세트 데크는 카세트 전문 재생 기기로, 어렸을 적 쓰는 휴대용 카세트 기기와는 차원이 다른...(먼 산) 저 티악 데크의 경우 오디오 장인 형님이 방위성(소리의 공간적 묘사), 위상 응답 등까지 세팅한 물건입니다. 조정이 너무 타이트 해서 다른 데크에선 잘 재생되던 좀 상태가 안 좋은 카세트를 넣어주면 중간에 재생을 자체적으로 끊어버렸습니다. 씹히는 게 아니라 칼 같이 자동 정지를... ㅠㅠ

동묘 등에서 산 곯은(꼬른) 테이프들이 정지당하는 일이 많아져서 좀 더 품질이 좋은 공 테이프를 사서 직접 녹음해 듣기 시작했습니다. 시디 등디지털 FLAC, WAC, MQA 등의 음원으로 녹음해서 좀 거시기 했지만, 꼬른 테이트들보다는 훠얼씬 좋...

꼬른 카세트 테이프들도 울려 펴져야 할 권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꽤 쓸만한 테크닉사의 데크(모니터 밑 반짝이는 기기)를 얻었습니다. 자주 왕래하던 레코드 가게 사장 형님이 수리 후 필요 없다고 주신 겁니다. 티악에서 멈췄던 테이프가 물 속 생선처럼 계속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AR 스피커 옆 작은 스피커는 카세트 데크를 수리하신 장인 형님께서 직접 제작한 스피커입니다. 직접 청음 후 감탄이 절로 나와 구입했습니다. 볼륨을 잇빠이 키웠을 때 공연장보다 더 공연장 같은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스피커의 이름은 한 유명 영화 제목으로 지으셨습니다. 출시 직후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한 유명 브랜드 1억 짜리 스피커 보다 더 좋다는 평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10명 중 9명 정도가...
AR 스피커는 재즈, 클래식을 들으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 황홀했습니다. 특히 바이올린 등 현악기를 들을 때 그 떨림의 느낌은 공연장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1억 짜리보다 좋다고 평가받았던 수제 스피커는 팝이라 록 등을 들을 때 사용했습니다. AR 스피커는 전통 악기 음악에 너무나 잘 어울렸지만, 전자 음악엔 옷이 맞지 않았던 느낌입니다. 수제 스피커 역시 재즈, 클래식을 너무 잘 표현해줬지만 담배 연기? 같은 묵은 음색에 환장하는 저에게 꼭 필요한 친구였습니다. AR 스피커는 얼마 안 가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이별을 고했습니다.

LP 값 8만원, 배송비 10만원 해서 미국 직수입했던 녀석들... 지금도 가장 아끼는 앨범(가운데)이 있네요...

번 돈은 족족 LP로... 대략 일본 음악 90%, 한국, 서양 등 나머지 10%였던 기억인데 지금은 나머지가 3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테이프는 크게 노멀, 크롬, 메탈 등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모양도 꽤 다르지요?
노멀은 휴대용 카세트 기기에 많이 넣어 들었던 평범한 테이프입니다. 이런 게 곰팡이 등 이상이 생기면 제 티악 데크에서 강제 정지를 시켜버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크롬 테이프 이상은 전문 오디오 용입니다. 열화 등 내구성이 뛰어나고 고감도라 음질도 탁월합니다.
사진 속 스매트사의 메탈 테이프 설명으로는 산화되지 않은 순철(純鐵)을 사용해 자기 특성을 크게 향상시킨 고강도, 고출력 클래식 음악 전용 테이프입니다. 잔자낳고 섬세한 음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감동까지 만끽할 수 있는 최고 성능의 오디오 테이프입니다.
한 5년 전에도 공 메탈 테이프는 구하기도 힘들고, 매물이 있어도 한 4~5만원했던 것 같습니다... ㅠㅠ
크롬 테이프를 넣으니 CrO2라는 약자가 뜨네요. 노멀, 메탈도 각각 다 표기해주는 친절함이...
테크닉사 데크의 경우 재생되는 동안 올라가는 카운터도 멋드러집니다.
꺼낼 때는 반수동으로 ㅎㅎㅎ 정말 아날로그합니다
몇년 전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이 극심한 합정동에서 도보 30분 내외의 장소에 다시 얻은 보금자리입니다. 합정동 방보다 음질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어느새 LP도 500여장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계속 사는 제가 참... ㅠㅠ
그 사람의 소비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하는데... 맛 없는 커피도 괜찮고, 다른 건 다 대충할 수 있어도 음악만큼은 LP로 눈을 감고 듣고 싶습니다. LP 구입에 조금이나마 힘들 보태고자 어느샌가 이발도 셀프로... ㅋㅋㅋ
과거 인스타에 올렸던 LP 영상 몇 개 첨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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