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첫 집 생활 기록 2022-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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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ramu

2024.07.14 20:06

조회수 721


22년도에 처음으로 독립했다. 본가가 서울이라 쫓겨날 때까지 버티려 했다. 스물일곱 즈음 그 나이 만큼 괴롭혀온 가족들을 덜 괴롭히고자, 일에 집중하고자 오랜기간 발품을 팔아 원하던 동네를 찾고(조건: 도보 5분 이내 녹지에 갈 수 있는 곳, 조금이나마 나무와 하늘이 보이는 곳) 떨리지만 다 알고 온 척 하면서 계약했다. 부동산은 다 알았을 테지만. 전세대출을 체결하고 텅 빈 거실에 대자로 누웠다. 지존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내 집이라니... 감격스러웠다. 대견함과 안도감이 설렘과 합쳐지니 거대해져서 두려움도 불안도 밀어냈다. 텅 빈 큐브를 보고 있자니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재는 사무실과 집을 합쳐 스튜디오 형태로 거주하게 되었으나 첫 집이라 기록을 남기고 싶다. 기록하면 기억이 다소 미화되는 것도 이용하려 한다.

거실에는 앉았을 때 티비가 아닌 오디오가 마주보여지기를 원했다. 그리고 '의자 같은 것들 쌓기'는 꼭 해보고 싶어서 했다. 거실에는 아주 어려서부터 정석의 각진 사무실에서나 봤던 새하얀 버티컬 커튼을 하고 싶었다. 여닫을 때 당기는 모습과 드르륵 소리와 새는 빛이 좋아서 그렇게 했다. 설치는 애먹었지만 내손으로 해낸 뒤엔 좀 모양새가 어설퍼도 봐줄 수 있다. 저 벽에 풀은 이름을 까먹었고 점점 시들해져서 엄마의 식물 병원에 요양 보냈다.



밤엔 좀 썰렁한 지경이지만 워낙 빈 것을 좋아한다. 서울에선 어딜 가든 간판이나 광고판이나 대다수의 것들이 너무 꽉 들어차 있다. 빈 벽이 좋다. 사무실에 나가는 것 보다 재택을 선호해서 차가운 가구를 쓰게 되었다. 2년 간 저 자리에서 일 많이 했다. 주로 키노트를 만들고 이백 개를 훌쩍 넘는 프로젝트를 무탈히 해냈다. 키노트를 쓸 일이 가장 많아 랩탑 한 대만 있으면 되었다. 대충 세어 보니 어떻게 다 했는지 의아하다. 감사하면서도 진작 치하할 걸 싶기도.

 

턴테이블 만큼 이 시대에 불필요하게 품이 많이 들고 보기 좋은 게 또 있을까? 손세차나 핸드드립 커피 같은 것일까? 귀여운 사치라고 방어해본다. 집안일 할 때 외에는 판을 갈아 끼우기 번거로워 그리 많이 틀어보지는 못했지만 시각적 만족은 컸다.


책은 별로 못 봤다. 일할 때 소품으로 썼던 와인병인데 라벨이 맘에 들어 집에 가져왔지만 혼자 마시니 맛을 모르겠더라. 


주로 천장 조명을 켜지 않고 지냈다. 공간이 하얗다면 낮은 곳에서 틀어도 반사광이 생겨 좋다. 엄마가 이사 선물로 주신 고무나무는 이제 무성히 자라서 조금 무섭다.

부엌에선 전자렌지 돌리기, 인덕션으로 데우기, 설거지 외에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넘어가겠다. 

침실에서는 OTT 시리즈 빈지워칭, 게임을 주로 했다. 봄부터 가을까진 열심히 일하고 틈만 나면 나가서 날씨를 즐겼다. 겨울엔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 엔딩을 본다. 겨울 전까지 나온 게임을 사두고 스포를 온힘으로 막으며 연초부터 버티는 한 해 루틴이 생겨버렸다.

 

아침 기상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대단한 과제이기 때문에 알람 시계를 샀다. 점점 소리가 커지는 타입인데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향해 가는 동안 잠이 깬다. 스스로 못 믿어서 해본 장치인데 효과가 괜찮다. 요즘은 끄고 잘 때도 있으므로 좀더 멀리 두어야 한다.



이 집은 유독 침실 창밖 풍경이 좋았다. 사계절이 보였고 들렸다. 인형은 아마 할머니가 되어서도 필요할 것 같다.



잠깐 동거인이 있었던 적도 있다... 2주 정도였나? 내가 데워 놓은 침대 가운뎃자리와 카펫을 참 좋아하셨다.


거실엔 버티컬과 마찬가지로 드레스룸에 대한 로망도 있었는데 옷걸이 통일하기였다. 하니까 기분 좋았다. 소중히 쓰다가 다음 세입자분이 파실 생각이 있냐고 하셔서 한참 고민하다가 팔았다. 잘 쓰고 계시겠지?



화장실 선반은 저 키링이 귀여워서 찍어두었다. 글씨가 보이는 족족 읽는 버릇 때문에 로고는 다 떼어버리거나 안 보이는 쪽으로 돌려두었다. 주로 잠이 덜 깼거나 지쳤을 때 들어가는 곳이라 저런 귀엽고 작은 물체가 꽤 환기가 되어준다.



이건 책장이 배송 오기 전 무참히 쌓인 책들인데 귀여워서 찍어두었다. 책장이 꼭 필요한가 싶기도 하던데 발을 자주 찧었다. 책장이 오고 나서는 수직 공간 활용 만세! 라고 생각했다.

 

22년도 봄부터 24년도 봄까지 살던 집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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