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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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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쑤924

2024.06.24 11:22

조회수 31



 

전쟁의 광기로 가득차 있던 시대, 감화원 소년들은 여러 시골마을을 옮겨다닌다. 부모들이 집으로 데려가길 거부한 아이들은 마지막 마을로 이동한다. 가던 중 ‘산사냥’ 즉 탈영병을 찾는 해군사관학교 병사들을 마주치기도 한다.

 

마을사람들은 감화원 아이들에게 죽은 짐승을 파묻는 일을 시키는데 어째서인지 이미 많은 죽은 짐승들이 쌓여있다. 그리고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감화원 아이들을 가둬놓고 옆 마을로 피신한다. 마을사람들이 마을을 버리고 옆마을로 피신한 이유는 어떤 전염병이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많은 짐승들이 죽은 것도 바로 전염병때문이었다.

 

감화원 아이들만 남겨져 있는 줄 알았던 마을에는 조선인 아이와, 조선인 아이가 숨겨 주고 있던 탈영병, 죽은 엄마를 떠나지 못하고 옆에서 울고있는 소녀가 있다. ‘나’는 조선인 소년과 처음에 싸우기도 하지만 어떤 동지애를 느낀다. 소녀에게 밥도 챙겨주고 탈영병과도 이야기한다. ‘나’는 옆마을의 의사를 찾아가 남겨진 소녀라도 데려가달라고 말하지만 거부당한다.

 

남겨진 이들은 빈 마을을 뒤지면서 해방감과 작은 자유를 느끼지만 곧 불안감이 덮치고, 전염병이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마을 사람들을 기다리게 된다. 결국 마을사람들이 마을로 다시 돌아오게 되고 동료들은 감화원 아이들을 버린 사실을 숨겨주면 마을을 어지럽게한 일에 대한 용서와 먹을 것을 주겠다는 말에 넘어간다. ‘나’는 절망감에 도망친다.

 

읽어 내려가기 결코 쉬웠던 소설은 아니었지만, 폭력이 당연했던 시대에 야만의 끝, 이기주의를 낱낱히 고발한 소설같아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오에 겐자부로가 한창 청년이었던 23살에 이 소설을 썼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p.14
살인의 시대였다. 지루한 홍수처럼 전쟁이 집단적인 광기를 인간의 정념 구석구석에, 몸의 빈틈없는 구석구석에, 숲이며 도로, 하늘에 범람시키고 있었다.
✏️p.75
그리고 나는 지칠 대로 지치고 짓눌린 채 완전히 혼자였다. 나는 동생에게서 손을 떼고 무릎을 그러안으며 이마를 숙였다. 동생의 몸을 덮은 웃옷은 역시 알게 모르게 두둥실 떠도는 듯 시신의 악취를 지니고 있었다. 아침이 되면 웃옷을 빨아 마파람에 말려야지, 하고 나는 힘껏 생각했다. 무엇이건, 힘껏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버림받은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p.96
똑바로 주운 채 죽어 있는 동료.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가슴을 옥죄고 목구멍을 바싹 마르게 하는 감정, 급격히 밀치락달치락하는 내장의 뒤틀림에 사로잡혔다. 이것은 일종의 지병이었다. 이 감정, 온몸을 흔드는 동요가 한번 일어나면 깊이 잠들 때까지 결코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더욱이 낮에 이것을 실감하고 떠올리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다. 나는 등이며 허벅지 피부가 식은땀으로 흥건해진 채 거기에 푹 잠겨 머리까지 처박혔다. 죽음은 내게 100년 후 자신의 부재, 수백 년, 한없이 먼 미래의 자신의 부재였다.
✏️p.100
그러나 시간은 참으로 느릿느릿 더디기만 했다. 시간이 전혀 움직이지 않잖아, 하고 나는 안절부절못하면서 생각했다. 가축들이 그러하듯, 시간 또한 인간의 엄격한 감독 없이는 꿈쩍도 않는다. 시간은 말이나 양처럼 어른의 호령 없이는 꿈쩍도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의 웅덩이 속에서 교착상태에 있다.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갇혀 있는 것만큼 힘겹고 초조하고 뼛속까지 피로감에 찌들게 하는 일은 없다.
✏️p.108
동생과 서로 몸을 기대어 앉은 초원의 높은 곳에서는 우리의 시신을 파묻은 구덩이와, 짐승들의 사체를 대량으로 파묻은 구덩이가 한 쌍의 기준점이기라도 한 것처럼 규칙적인 배열의 시작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 기준점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무한히 조성되는 간소한 무덤, 처리된 어마어마한 시신에 대해 생각했다. 전쟁터를 포함한 이 세상에서 아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파묻을 구덩이를 판다. 나는 우리의 무덤 하나가 세계 전체로 무한히 줄줄이 퍼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p.225
“까불지 마!” 촌장이 소리쳤다. “어이, 까불지 마. 이봐 넌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나? 너 같은 놈은 진짜 인간이 아니야. 나쁜 유전자를 퍼뜨릴 뿐인 칠푼이야. 커봤자 아무짝에도 못 써.”
촌장은 내 멱살을 붙잡아 나를 거의 질식시키고는 자신도 분노에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알아? 너 같은 놈은 어릴 때 비틀어 죽이는 편이 나아. 칠푼이는 어릴 때 해치워야 돼. 우린 농사꾼이야, 나쁜 싹은 애당초 잡아 뽑아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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