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펭바오
2026.07.19 16:19
조회수 48
여름은 늘 빨리 지나갑니다.
막상 한가운데 서 있을 때는
영원할 것처럼 뜨겁지만 돌아보면
“아, 그때가 여름이었지” 하고 말하게 되는 계절~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제목부터가 감성적인 서덕준 시인의 시선집입니다.
< 장마 >
빗소리가 마치 타박타박
내게로 뜀박질하는 넌 줄만 알고
나는 몇 번이고 뒤돌아보기 일쑤였다.
내게 사랑은 이런 것이었고
너는 내게 있어 이다지도 미련스럽고
지독했던 한철 장마였다.

"여름 피치 스파클링"
MZ세대 스무 살의 시인 차정은의 시집입니다.
시집 표지부터 아주 상큼합니다.🍑
펼치기만해도 저절로 시원해지는 여름~
< 여름 피치 스파클링 >
여름만큼 서툰 꿈을 깨문다
복숭아가 뉴턴의 머리 위에 떨어질 때 터지는 스파클
깨물 때마다 터지는 스파클
여름이 껑충 뛰어와 내게 안기는데
덥석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서 미안해
따뜻하게 녹아드는 복숭아 향
깨물어 버린 맛
여름을 한 조각 통째로 삼킨다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시집입니다.
처음 듣는 이름의 시인,
찾아보니 역시 MZ세대로군요^^
<샤워젤과 소다수>
너에게서는 멸종된 과일의 향기가 난다
투룸 신축 빌라 보증금 이천에 월세 구십, 어떻게 해야 너를 웃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두 시간 동안의 폭우, 일주일 동안의 아침, 유리병 속 무한히 터지는 기포
현관에 놓인 신발의 구겨진 뒤축이 웃는 표정을 닮았어 너는 침대에 누워 있고 바람이 많이 부는 청보리밭에 가고 싶다 멸종된 기억을 가지고 싶다 너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흩날릴 때 나는 사라진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아침의 어둠이 이젠 익숙해
그래도 같이 씻을까
산책을 갈까
세상에서 가장 느린 산책로
쓰러진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이지
네 손의 아이스크림과 내 손의 소다수는 맛이 다르다 너의 마음은 무성하고 청보리밭의 청보리가 바람의 방향을 읽는 것처럼 쉬워
무한히 터지는 기포
나는 너의 숨을 만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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