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독서 기록 - 할매
아울
2026.04.01 22:45
조회수 37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제목은 분명 할매인데, 두 개의 챕터가 넘어갈 동안 새들만 나오고 할매는 등장조차 안합니다. ㅋㅋㅋ
심지어 할매가 여러명 등장해서 이 소설 제목의 할매는 정확히 누구를 의미하는지 골똘히 생각에 빠지게 하는군요.
작가는 산업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수천 년 이어온 생명의 터전인 갯벌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새만금 방조제 근처의 마을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신듯합니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등지지만, 할매는 당산나무인 팽나무와 갯벌을 지키며 끝까지 저항합니다. 작가는 팽나무에 깃드는 새들과 뿌리 깊은 나무의 형상을 통해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져가는 전통적 가치와 생태계의 소중함을 극적으로 대비시킵니다. 거대한 중장비로 상징되는 자본의 폭력성 앞에 민초의 삶은 무력해 보이지만, 할매의 끈질긴 생명력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작가는 소외된 하층민의 고통을 통해 우리가 발전을 위해 외면했던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의 붕괴라는 비극적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합니다. 결국 할매라는 존재는 우리 근현대사의 풍파를 온몸으로 버텨낸 모든 어머니의 초상이며, 그녀의 투쟁은 꺾이지 않는 민중의 뿌리를 상징합니다.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던 본연의 삶에 대한 깊은 애도와 함께, 자본 논리에 함몰된 현대 사회가 회복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도를 찾아보니 하제마을 팽나무의 주소가 검색되네요. 기회가 되면 그 팽나무를 한번쯤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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