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쭈글이의 화려한 외출
오늘을산다
2026.04.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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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녀석과 눈이 마주칩니다.
하지만 애써 외면했죠.
마트에서 데려올 땐 분명 "오늘 밤 주인공은 너야!"라며 호기롭게 장바구니에 담았건만, 냉장고 신선칸의 깊은 어둠 속에서 버섯은 그렇게 서서히 잊혀가는 뒷전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문득 죄책감이 엄습해 슬쩍 들여다보니, 아뿔싸. 팽팽하던 녀석의 피부는 어느덧 세월의 풍파를 정면으로 맞은 듯 시들해졌고, 활력을 잃은 모습이 마치 "나 언제 나가니?"라며 원망 섞인 시위를 하는 것만 같습니다.
아차 싶은 마음에 서둘러 녀석을 구출해 도마 위에 올렸습니다.
사실 버섯이란 놈, 참 다루기 까다로운 녀석입니다.
기껏해야 기름장에 찍어 먹는 조연이거나, 다른 화려한 고기 요리에 슬쩍 끼어드는 엑스트라가 고작이니까요.
하지만 오늘따라 이 시들해진 녀석을 그냥 보내기엔 미안함이 앞섰습니다.
"그래, 오늘 너를 위해 판을 깔아주마."
비장한 각오로 녀석을 얇게 슬라이스 쳤습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몸을 정화시킨 뒤, 오늘의 구원투수들을 소환했습니다.
먼저, 고소함의 끝판왕인 들기름을 넉넉히 둘러 녀석의 메마른 피부에 광택을 냈습니다.
그 위에 고소한 참깨 탄환을 투척하고, 알싸한 마늘 한 스푼으로 생기를 불어넣었죠.
마지막으로 간간한 소금 한 꼬집으로 엣지를 주었더니...
세상에! 이건 요리가 아니라 예술입니다.
한 입 넣는 순간, 입안에서 들기름 향이 탭댄스를 추고 버섯의 식감은 구름 위를 걷는 듯 폭신합니다.
이곳은 주방인가, 천국인가! 냉장고 구석에서 쓸쓸히 늙어가던 쭈글이 버섯이, 들기름 향 가득한 천상의 진미로 환생한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오늘, 버섯의 운명을 바꾼 위대한 발견을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집 냉장고에서 버섯이 뒷전이 될 일은, 아마... 당분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장담은 못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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