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금요일, 나를 위한 깊고 고요한 정찬(正餐)
오늘을산다
2026.03.20 19:19
조회수 81
한 주간의 소란을 뒤로하고 찾아온 금요일 저녁, 고단한 나를 위해 정갈한 정찬[正餐]을 마주합니다.
투박하지만 따스한 나무 식탁 위로, 대충이 아닌 '마음'을 채우는 시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대접하기 어려운 손님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합니다.
남을 위해서는 쉽게 차려도, 나를 위해서는 대충 때우기 십상이니까요.
스스로를 위해 이토록 정성스러운 온기를 지펴 올리는 것은 결코 초라한 일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고귀한 태도입니다.
샛노란 꽃잎처럼 피어난 타마고야끼는 인내의 결실입니다.
계란 몇 알을 정성껏 치대고 고운 망에 걸러 삶의 부스러기 같은 알끈을 걷어냈습니다.
다시마 물의 감칠맛을 더해 불 위에서 세워 올리니, 부드럽고 밀도 있는 위로가 뚝배기 곁에 자리를 잡습니다.
얼마 전 담가둔 파김치는 시간의 힘으로 알맞게 익어, 알싸하면서도 깊은 향기를 내뿜습니다.
갓 지어 올린 하얀 쌀밥의 고슬고슬한 온기 위에 이 익은 파김치 한 점을 올려 한입 가득 머금으면, 세상의 어떤 화려한 성찬도 부럽지 않은 풍요가 입안에 넘칩니다.
식탁의 중심에는 세월을 머금은 신김치가 참기름의 고소함과 만나 자글자글 볶아지고 있습니다. 어제 준비해둔 돼지고기를 더해 묵직한 뚝배기에 담아 끓여내니, 보글거리는 소리가 집안의 적막을 따스하게 채웁니다. 아삭한 콩나물 한 접시까지 곁들이니 비로소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저녁, 빛이 잘 들지 않던 방 안에도 내가 차린 이 따뜻한 온기만큼은 환하게 피어오릅니다. 그렇게 소박하지만 정정(亭亭)한 음식들로 나를 대접하며, 금요일 밤의 깊은 평온 속으로 침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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