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나만의 ‘하마다’ 를 찾아서
수수생활
2025.08.31 15:50
조회수 24

안경, めがね
오기가미 나오코 / 2007
“빙수 있어요.”
숙소를 찾아가는 타에코에게 사쿠라상이 건넨 말이다.
타에코는 이를 거절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타에코가 예약한 숙소의 이름은 ‘하마다’.
“큰 간판을 내걸면 손님이 잔뜩 올테니
이 정도가 딱 좋아요.”
이 숙소를 운영하고 있는 유지는 손님이 많이 올까 봐 간판을 작게 달았다.
약도를 봐도 두 시간이나 헤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찾아오기 힘든 ‘하마다’는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하마다’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곳이다.
어쩌면 그래서 현대인이 쉬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무용한 핸드폰’이라는 첫 번째 조건을 갖췄다. 없어서 불편하다가도 있어서 더 불편해지는 것이 핸드폰 아니던가.
“재능 있네요. 여기에 있을 재능.”
약도만 보고 단숨에 하마다로 찾아온 타에코에게 유지가 한 말이다.
자기소개서가 필요하지 않은 곳.
직업도 나이도, 좋아하는 것도 mbti도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존재할 이유가 있는 곳.
나를 증명하려고 애써도 되지 않는 곳.
하마다는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입니다. 오늘도 좋은 날씨네요.”
타에코가 하마다에서 눈을 뜬 첫날 아침, 타에코를 지켜보고 있던 사쿠라상이 건넨 말이다.
나는 아침에 어떻게 눈을 뜨는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핸드폰 알람 소리로 아침은 시작된다.
알람은 차악을 선택한 것이다. 늦잠을 자서 쫓기는 아침은 더 싫으니까.
누군가 사쿠라상처럼 저렇게 무해한 말로 깨워준 적이 인생에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무해한 아침은 손에 꼽는다.
“아침에 먹은 우메보시가 하루의 화를 피하게 해준다는 말이 있죠.”
아침을 먹으며 유지가 타에코에게 건넨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 인 말이지만.
똑같은 레시피여도 이것이 나의 하루하루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으로 만든 우메보시와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사실 우메보시를 먹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메보시를 먹으며 오늘도 잘 살아보자는 그 마음이 하루를 지켜주는 것이다.

<안경>의 주인공들은 모두 안경을 쓰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다.
하마다에는 모든 것이 너무 정확하고 바르게 보여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하마다에서 상대방을 거울 삼아 비로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핸드폰 알람보다, 출퇴근 지하철보다, 깜빡이는 초록불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나만의 '하마다'를 만들어야 한다.
2
2
댓글 등록 시 3미닛 적립 (1일 10건까지)
댓글
관련 콘텐츠
인기 콘텐츠
Google 개인정보처리방침 및 서비스 약관이 적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