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포도포도한 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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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정

2025.08.10 14:21

조회수 22




포도 5송이를 깨끗하게 씻어주고

뜨끈하게 (뼈와 살이 분리되게) 굴려주고 눌려줍니다.



설탕을 섞기전에 껍질과 씨를 걸러냈어야 했는데...

거의 다 졸여놓고 걸러냈더니 거의 30분은 넘게

노동력을 착취당했습니다. 아, 이 더운 날 땀 한바가지 흘리게 하는 너란 존재는...🍇



포도가 1이라면 설탕은 0.5정도. 포도의 맛을 잘 살리는 정도로만 설탕 첨가. 거의 2시간 가까이 주방에는 자연산 포도향이 뿜뿜. 이게 진정한 디퓨져가 아닐까. 쨈이 뜨거울때 뒤집어 놓으면 압이 생겨 저절로 압착이 되어 뚜껑열때 뻥!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요즘 쓰고 있는 노트들.

초록이 노트 표지에 젯소로 영어를 좀 써봤다. 이 노트에는 내가 먹는 식단, 그리고 운동한 기록들. 운동하며 느낀 나의 기분, 몸의 변화, 컨디션들을 적고 있다. 

저번 달에 체중계의 숫자를 보고 충격 받아서 부랴부랴 운동을 시작했다. 눈바디로 봤을땐 분명 변화가 있는데 체중계는 요지부동. 화가 나서 당분간 안만나기로 했다. 


빨간 노트는 독서기록용 노트. 글씨체가 엉망일 때가 종종 있어서, 이건 확실히 나를 위한 기록이구나 했다. 분홍색 노트에는 어떤것도 쓰여져 있지 않지만 언젠가 쓰지 않을까?


요즘 들어서 둥구나무가 자꾸 떠오른다. 엄마 손을 잡고 갔던 그 커다란 둥구나무 근처 자그만 책방. 안네의 일기,허클베리핀의 모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문학소녀냐는 질문. 집에서 30분은 족히 걸어야 했던 그 거리, 초등학생 시절의 나.


중학생때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던 친구의 손길에 이끌려 인연이 닿았던 자그만 책방. 그 곳에는 둥구나무가 없었지만 나무처럼 말없는 아주머니는 계셨다. 갓 성인이 되어 아주머니의 제의로 책방에서 일했다. 키가 180을 넘던 친구는 바에서 같이 일하자고 나를 데려갔다. 그 친구의 성숙한 외모덕에 그 친구만 일하는게 가능하고 나는 안된다고. 그 친구는 나랑 같이 안하면 안된다며. 그 친구랑 같이 다녔던 도서관, 촌수로는 나의 할머니뻘인 그 친구, 서울로 떠나버린 그 친구.


수 많은 만화책, 소설책과 시집, 주인 아주머니의 인자한 얼굴, 첫 파마, 바게트 피자빵, 시원한 커다란 마트, 한적한 놀이터에서 그네타기, 친구의 미국 이민, 친구에게 쓴 첫 소설, 옥상에서 뛰어내린 나의 첫 주인공...


사람은 결국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게 된다고 한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 나는 그 일이 무엇이였나 생각해 본다. 이 찌는 듯한 더위에 포도쨈을 만든 후의 여운에서, 그 달큰한 향이 이끄는 기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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