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12. 식구(食口)와 미우치(身内)
누리 ph.D
2025.07.19 13:48
조회수 79
숨결을 나누는 식구(食口)
목숨을 건 미우치(身内)
여우로운 주말,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우리 누리도 주말을 참 좋아한답니다.
아빠, 엄마, 언니들과 하루 종일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 아침 누리는 사료 대신,
아빠, 엄마, 언니들이 먹는 복숭아와 수박을 함께 나눠 먹었어요.
이렇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 사이.
누리는 저희 ‘식구(食口)’입니다.
오늘은 가족을 뜻하는 한국의 ‘식구(食口)’와
일본의 ‘미우치(身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식구(食口)
밥과 숨결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미우치(身内)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나의 ‘편’.
전장에서 생사를 함께하는 전우 같은 존재.
코로나 이후, 우리의 식문화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예전엔 여러 음식을 시켜 함께 나눠 먹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어요.
한솥밥을 먹으며 한집에서 숨결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식구(食口)’라 부릅니다.
밥을 함께 먹는 사이,
기쁨과 슬픔, 일상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사람들.
함께 일하는 조직의 동료조차도 정이 들면 식구라 부르곤 했지요.
우리 농촌에서는 따끈따끈한 밥과
보글보글 찌개를 머리에 이고
논둑길을 걸어 새참을 일터로 날랐어요.
음식의 온기를 함께 나누며,
함께 고생한 동료의 땀과 숨을 음식을 통해 보듬는 일이
곧 사랑이었어요.
반면 일본에서는 가족을 ‘미우치(身内, 내 편)’라 부릅니다.
무사 정권의 전통 속에서,
‘나의 재산과 영역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곧 가족이었지요.
일본의 가족은 충성과 헌신의 상징,
함께 싸우고 목숨 걸고 살아낸 유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야쿠자 조직에서도 두목을 ‘오야붕(親分, 부모 같은 존재)’,
아랫사람(부하)을 ‘꼬붕(子分, 자식 같은 존재)’이라 부르며
가족처럼 묶인 관계를 나타냅니다.
일본 사회에서는 일터에서 맡은 바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그 책임감은 곧 생명과도 연결되어 있었지요.
그래서일까요.
일본의 도시락은 국 없이 차갑게 먹는 것이 보통입니다.
마치 전투식량처럼,
일터는 전장이었고, 도시락은 그 전장의 연장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밥을 함께 먹는 것,
그 숨결과 온기를 나누는 일이 곧 사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이렇게 고백하곤 하지요.
“내가 너 밥은 안 굶길게.”
전쟁터 같은 삶의 현장에서
무사히 돌아온 이를 맞이하는 가장 따뜻한 말,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에서는
사랑의 고백조차 이렇게 건넵니다.
“내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어서 와’라고 말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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