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06. 문누리? 김누리?
누리 ph.D
2025.07.13 17:14
조회수 116
Family name
(결혼하면 남편 성씨를 따르는 나라)
다음 주는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에,
오늘 아침부터 부지런히 산에 올랐습니다.
비 오는 날 산책을 못할 우리 누리를 위해,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오르고 또 올랐지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누리도 저도 그대로 기절해 버렸습니다.
저는 저의 소중한 가족, 누리에게 ‘KIM’이라는 성을 붙여
‘김누리’라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리의 엄마는 문 가(家)입니다!
그렇다면 누리의 성은 ‘MOON’이 맞을까요?
이처럼 ‘family name’에 해당하는 국문이 없다는 것에서
우리는 'Family name'이 서양 문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결혼 후에도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습니다.
한국, 중국, 몽골에서는
부부가 각자의 성을 유지하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지요.
베트남·태국·필리핀은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서구식 부부동성제(夫婦同姓制)가 도입되었지만,
현재는 부부가 성을 나누는 부부별성제(夫婦別姓制) 문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여성의 성 변경은 대부분 근대 제국주의 시대 때,
서양의 영향으로 생겨난 제도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식민지 경험이 없는 일본이 오히려 철저하게 부부동성제를 따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메이지 시대 이전까지 일본의 서민들은 아예 성(氏)을 가질 수 없었고,
귀족이나 무사 등 특권 계층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1876년(메이지 9년)에는 부부별성 제도가 도입되어
아내는 결혼 후에도 본가의 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1898년(메이지 31년) 제정된 메이지 민법에서는 부부동성제가 법제화되었습니다.
메이지 시대,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면서
서양의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본떠 만든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전 후인 1947년, 전후 민법 개정에 따라
‘부부는 혼인 시 협의하여 남편 또는 아내의 성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되었지만,
실제 일본 사회에서는 90% 이상이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으며,
현실적으로는 여성이 성을 바꾸는 구조가 굳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었지만,
오늘날 얼마나 많은 커플들이 ‘자녀의 성’을 두고
진지하게 토의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정지학 박사님께서
“사상보다 제도가 앞서야 선진국이다”
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저는 교육학 박사로서
“제도는 바뀌어도, 사상과 문화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고정관념의 무서움과 ‘악의 평범성’을 다시금 떠올리며,
우리 예쁜 누리에게
어떤 성을 붙여줘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비 오는 일요일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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