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01. 어서 돌아와. 돌아갈 수 있는 곳
누리 ph.D
2025.07.08 11:25
조회수 96
お帰りなさい
(오카에리나사이, 어서 돌아와.)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들리는 익숙한 인사말.
“ただいま(다녀왔어)”
“おかえりなさい(어서 와)”
단순한 말이지만, 그 한마디에는 참 많은 마음이 담겨 있어요.
타지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자식에게,
오랜 이별 끝에 다시 만난 연인 사이에서,
살며시 건네는 인사 한마디는
어색한 공백을 따스함으로 채워 줍니다.
때로는 지친 마음 이끌고 돌아온 누군가에게,
“여긴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네가 돌아올 곳은 여전히 여기야.”
조용한 속삭임처럼 다가오는 말이기도 하지요.
여름방학. 여름휴가.
저에게 부모님의 집은 그런 곳입니다.
조용히 기다려 주는,
아무 말 없이도 안심이 되는 그런 곳.
저의 첫여름방학 이야기는
‘돌아갈 수 있는 곳’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한일 합작 영화로도 유명한 《리틀 포레스트》에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가 섬세하게 담겨 있습니다.
한국 편에서는 임용고시에 실패한 김태리(주인공)가
치열한 경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자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일본 편에서는 엄마에게 버려진 상처를 지닌 하시모토 아이(주인공)가
엄마의 체취가 남아 있는 시골 마을을 찾아가죠.
한국은 경쟁에서 다친 나를 다독이고,
일본은 마음 깊이 의지할 수 있는 은신처를 찾아가는 이야기.
서로 다른 출발점이지만, 두 주인공 모두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숲’을 찾아갑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배경엔
각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한국은 신분 상승, 일본은 소속감.
이런 차이는 인사말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은 이렇게 말합니다.
“기죽지 마! 힘내! 넌 잘할 수 있어.”
밥 든든히 먹고, 다시 나아갈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인사.
그게 우리 문화 속 최고의 응원이지요.
예로부터 한국은 문(文)의 사회였습니다.
말과 글, 시험과 자격이 중시되는 사회.
과거에는 과거(科擧)에 급제해야 출세할 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자격시험과 스펙 경쟁이 일상인 나라입니다.
그래서 응원의 말조차도
“다시 도전하자, 다시 나아가자”는 방향을 향하고 있지요.
반면 일본은 이렇게 말합니다.
“お帰りなさい(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다시 경쟁하러 나가기보다는,
상처 입은 이가 돌아와 쉴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마련합니다.
예로부터 일본은 무(武)의 사회였습니다.
말보다 행동, 논리보다 태도를 중시하는 사회.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이에게는
“돌아와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가장 큰 환대였지요.
그래서 일본의 인사말에는
“말하지 않아도, 네가 돌아올 자리는 여전히 여기 있어”라는
묵묵한 따뜻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소리 없이 다가와,
“왔어?” 하고 옆자리를 지켜주는 우리 누리.
그 눈빛과 따뜻한 체온에
문득 마음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도시에서 아무리 힘겨워도,
조용한 시골집이 나를 기다려 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됩니다.
괜찮아.
언제든 돌아와도 돼.
여긴 늘 언니의 자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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