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6월이면 찾아 읽는 김연수 작가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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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골드

2025.06.05 09:02

조회수 23


6월이 되면 괜스레 생각나 찾아 읽곤 하는 김연수 작가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한 부분입니다.
메모장 보니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남겨놨더라고요.
올해도 새삼 시간 참 빠르게 지나는 것 같습니다
.
9월이 되면 꼭 윤종신의 9월을 듣곤 하는데
거의 뭐 평생 지나온 비행길만 반복한다는 말벌의 삶을 살고 있는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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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로 오랫동안 나는 그날 길 잃은 아이들처럼 그녀와 함께 걸어다녔던 그 골목길들에 대해, 그리고 그 골목길에서 본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오름차순으로, 혹은 내림차순으로 바뀌는 디지털 숫자들을 바라보며. 아니면 새벽 공원길을 달려가다가 길 옆 벤치에 발을 올리고 풀린 운동화 끈을 묶으면서. 며칠 굶은 짐승의 내장처럼 어둡고 습하고 꾸불꾸불한, 그러나 텅 비어 막히지 않고 계속 어디론가 이어지던 그 골목길들에 대해

.

땅거미로부터 뭉게뭉게 피어오른 저녁의 조각구름들이 초승달을 스쳐지나가듯. 문득 문득. 총총히 정독도서관을 향해 비탈진 언덕길을 올라가느라 땀이 슬맺힌 교복 차림 여학생들의 쇄골 안쪽 살갗이며 국군서울지구병원 담벼락 밑에서 각자 누런 봉투 안에 든 자신의 엑스레이 필름을 반쯤 꺼내어 햇살에 비춰보던 사병들의 찌푸린 주름, 혹은 서울시 지방문화재 민속자료 제27호 윤보선 고택 돌죽담 모퉁이를 돌아갈 때 그녀를 바라보며 “방 보러 온다던 새댁이유?”라며 환하게 반기던 어느 할머니가 입고 있던 치마의 꽃무늬 같은 것들에 대해. 가끔 하릴없는 마음에 제 손톱을 가지런히 세우고 오랫동안 들여다보듯. 문득문득

.

 잠깐이나마 말이 끊기면 그 사이로 누기 진 바람이 새들어오던 6월하고도 중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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