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하루 한 장 필사 '흔들리지 않는 전체'
마늘맛고추
2025.03.04 20:20
조회수 15
오늘의 필사 박완서 산문 <흔들리지 않는 전체>
저 나무가 하루도 같은 날이 없이 변화무쌍하던 그 나무일까. 만개했을 때는 온 동네를 바람나게 할 것처럼 향기롭고 화려하던 꽃, 누런 살구를 한가마도 더 떨구던 그 다산성,미풍에도 오묘하게 살랑이던 무성하고 예민한 잎새들,느릿느릿 물들다가 우수수 서글픈 소리를 내며 서둘러 지던 낙엽, 그런 것들이 과연 저 나무가
한 짓이었을까, 믿기지 않으니 혹시 저 나무가 꾼 꿈이 아니었을까.
살구나무 옆에 올망졸망한 작은 나무들도 흔들림이 없긴 마찬가지다. 한때는 제각기 영화로웠던 나무들이다. 한때의 영화는 속절없이 가버렸고, 속절없이 가버린 것은 나의 군더더기일 뿐 전체는 아니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마지막 남은 전체는 한점 흐트러짐도 흔들림도 없다.
나무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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