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처음으로 제 명의로 된 (부부 공동명의) 집을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6월 3일, 그 곳으로 드디어 이사를 갑니다.
지금은 한창 인테리어 공사 마무리 중이고요.
새로운 집에서는 남편과 저, 그리고 4년 째 우리와 살고 있는
이태원 '이'씨 성을 가진 이보미와 함께 살게 될 거에요.
이사를 준비하며 저희에게 딱! 맞는 라이프집을 보고 바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 이야기]
결혼 초 운 좋게 임대 아파트에 당첨이 되어 인천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기에는 조금 먼 거리였지만 부모님 도움 1도 없이 시작한 저희에게는 너무나 황송한 집이었어요.
작은 방을 침실로 쓰고, 거실에 서재와 TV를 같이 놓을 수 밖에 없어, 둘 중 한 사람이 책상에서 일을 하면, 한 명은 긴 선을 연결 해 헤드폰을 끼고 TV를 볼 수 밖에 없었답니다.
인천에서 3년 신혼생활을 하며 저희는 세계여행을 꿈꿨습니다. 그리고 쉬지 않고 일하고 열심히 모아 여행자금을 마련해 세계여행을 떠나며 첫 집과도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장거리 빨간 버스 생활을 청산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도 들었어요.
* 코로나로 여행 못 간 집스터들을 위한 막간 포토타임 *
여행 때문에 임대아파트를 빼야 했을 때 마침 저희에게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그 구세주(친척어른) 덕분에 저희는 지금 살고 있는 이태원 산동네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를 오게 됐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이라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하던 저는 인천에서 이태원까지 매일 출근을 하며 일하는 남편 대신 집안 곳곳을 손 보고, 페인트 칠을 했답니다.
오래 된 꽃무늬 타일이 그대로 남아 있는 화장실부터 빈티지 느낌이 살아있는 루바(나무)벽까지, 주말이면 온 가족이 손을 보태 주고, 평일엔 1일 1방을 칠해가며 조금씩 집을 완성해 갔습니다.
골목엔 차도 들어올 수 없이 좁아 주차 공간이 없어 부모님도 맘 편히 오지 못하시고, 여름이면 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나와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라기도 했었어요. 겨울엔 나무 문틈 사이로 바람이 너무 불어 창문마다 뽁뽁이를 붙이고, 여름이면 너무 더워 찍찍이 모기장을 손수 설치하며 계절이 오고 가는 걸 몸소 체험하곤 했답니다.
그래도 좁은 골목길 덕분에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조용하고 고요한 아침을 맞을 수 있고, 손바닥 만큼 한강이 보이는 옥상이 있어 지인들을 초대해 일상의 답답함을 풀 수 있었던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사는 데는 조금 불편한 집이었지만 워낙 핫한 동네다 보니 재미있는 추억은 많이 만들 수 있는 곳이었어요. 막상 이곳을 떠난 다고 하니 저희 보다 주변 친구들이 많이 아쉬워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 갈 곳에 대해 엄청 기대하고 있는 중이에요.
[우리 이야기]
세계여행도 다녀오고, 핫한 이태원에 살고 있어서 저희 부부를 엄청 활발한 사람들로 보는 경향이 많은데 사실 저희는 엄청난 집순이, 집돌이 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 서울 중심에 살다보니 차가 없어도 출퇴근이 편했고, 아이가 없어서 차의 필요성도 못 느꼈어요. 차가 없으니 자연스레 밖으로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고요. 남편은 야근이 많아 평일에는 거의 일만하고, 칼퇴근이 가능한 저는 저녁이면 약속을 잡거나 집에서 TV를 보는 게 저희의 평범한 일상입니다. 날씨가 좋은 봄, 가을이 되면 지인들을 초대해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주말에도 가족 행사나 지인 모임 등 오롯이 쉴 수 있는 날이 별로 없는 남편 때문에 저도 가능하면 멀리 나가는 외출은 삼가하려고 합니다. 가끔 쏘카를 이용해 교외에 가긴 하지만 장롱면허인 저 대신 남편이 운전을 해야 해서 그것도 미안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집에서 딱히 할 일은 없고, 편히 앉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TV이 앞이다 보니 한번 앉으면 못 일어나게 되어 종일 TV 붙박이가 되어버렸다는 슬픈 전설이....
그래서 주말 아침이면 늦잠을 자고, 간단한 아침상을 차려 멀쩡한 식탁을 버려두고 TV 앞에서 '출발! 비디오여행' 과 '방구석 1열'을 보는 게 저희 부부의 주말 루틴이랍니다. 영화 프로가 끝나면 청소와 빨래를 하고 밀린 드라마도 보고, 밤이 되면 보고 싶었던 영화나 자연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고 잠자리에 들고요.
TV는 아직도 결혼 할 때 형님이 사준 35인치를 갖고 있어요. 고장이 안 나서 이사 가는 집에도 가져 갈 생각입니다. TV 앞엔 이보미의 쿠션이 놓여져 있는데, 이렇게 글을 쓰면서 사진을 보니 제일 시끄러운 곳에 침실을 마련해 주었네요. (아래 사진)
공간이 좁아 기존에 있던 소파베드를 치우고 캠핑 의자를 두고 사용하고 있어요. 내 몸의 안락함 보다는 공간의 답답함이 싫어 조금 불편을 감수하고 있답니다. 이보미의 최애 공간이기도 하고요.
둘 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넉넉하게 자라지 않아서 비용이 들어가는 고급진 취미 하나 없이 40살이 되었더라고요. 가끔 하루 종일 TV앞에 있던 날은 현타가 오기도 하는데 '이래도 되나' 싶다가도, '덕분에 울고 웃고 했으니 그거로도 만족이다'라고 위로하며 전원버튼을 누르곤 한답니다.
그래도 꿈꾸던 세계여행을 다녀왔고, 미련 없이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한 덕분에 작은 집이지만 저희 명의로 된 집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절반은 은행 소유긴 하지만요.
[201호 이야기]
이사 가는 곳은 이태원과는 정 반대되는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집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더욱 집 밖으로 나갈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제 나이만큼 먹은 오래된 집이다 보니 손 볼 곳이 많아 전체 인테리어를 하게 됐어요. 제 이름으로 된 첫 집이다 보니 예쁘게 해 놓고 살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시원시원한 느낌을 갖고 싶어서 우물벽으로 낮게 내려와 있는 천장도 다 뜯어내고, 바닥부터 몰딩까지 전체 변신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거실 벽(위 사진)에 TV가 들어갈 텐데, 지금 계획은 처음 인천집에 있던 서랍장과 같이 놓으려고 해요. 근데 TV 사이즈가 벽 크기에 비해 많이 작은 것 같아서 이 글을 보시는 집스터 분들도 '저 자리에 홈시네마가 세팅되면 딱 맞게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지금 한창 작업 중인 거실 벽(아래) 의 모습이에요. 안방에 있던 보일러 스위치도 거실 벽으로 옮겨 달았는데, 며칠 전 과감하게 보일러 스위치와 조명 스위치까지 다시 문 왼쪽으로 옮겨서 TV 부분의 벽은 다 시원하게 비워 버렸어요. 나중에 스크린을 설치하든, 그냥 빔을 쏘든 걸리는 게 없게 하려고요.
소파가 들어갈 공간은 새 집의 포인트 공간으로 버터밀크 벽지를 선택해서 예쁜 버터색으로 덮여질 거에요. 지금 저의 큰 고민 중 하나는 3인용/4인용 소파 중 어떤 걸 놓을 지에요. 주방이 좁아 식탁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저는 작은 소파를 놓고 그 옆에 테이블을 놓고 싶은데 남편은 눕고도 남을 4인용 소파를 놓고 싶어하거든요.
인테리어를 하는 동안 고민할 것도 많고, 결정할 일도 태산인 이 와중에 TV부분은 쏙 빼고 하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생긴 집에 꿈 같은 선물이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캠핑의자가 아닌 안락한 소파에서 자연다큐멘터리 영상 속 작은 벌레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화면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TV의 거친 사운드가 거슬려 항상 소리를 줄이라고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데, 고급진 사운드로 채워진다면 더 이상 잔소리 할 일도 없어지겠죠.
새로운 집에서의 멋진 시작을 홈시네마와 함께 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답니다. 도화지 같은 저희 집을 통째로 내어 드릴게요. 참고로 저의 방BTI도 미리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집에 대한 이보미네님의 애정이 듬뿍 느껴지네요~ 완성된 모습이 너무너무 궁금하네요!
완성된 모습도 집스터님들께 공유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