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사람하나사물셋 #사람하나사물셋
은 자기만의 색으로 집이라는 캔버스를 물들여가는 홈 크리에이터와 함께 만듭니다. 인물과 공간, 그 사람의 취향이 담긴 사물 이야기를 라이프집이 애정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사람 하나와 사물 셋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의 색으로 공간을 채워보세요! 🎨
ep.09 쓰는 사람, 참새
사람하나사물셋의 아홉번째 주인공은 박참새(@bakchamsae) 님입니다. 아시다시피 참새는 도시인들과 가장 가깝게 사는 친구 중 하나예요. 이름의 영향인지 참새 님은 늘 도시인들과 가까운 곳에서 씁니다. 끊임없이. 그래서 늘 궁금했어요. 쉬지 않고 쓰는 사람의 공간은 무엇으로 가득할지 말이에요. 쓰는 사람, 참새 님의 공간과 애장품을 소개할게요. 코끝이 시린 가을날 따뜻한 모닥불 앞에 앉아 무한한 상상을 펼치는 기분으로요.
애착…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볼까요? 몹시 사랑하거나 끌리어서 떨어지지 아니함. 또는 그런 마음. 사랑이(愛) 마음에 착 붙는 것(着)을 뜻하는 말이군요. 그래서인지 애착을 느끼기란, 제게는 보통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도, 집이 조금씩 더 나아져도, 집에서 하는 일들이 많아져도, 저는 이 공간에 대해 애착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마음을 붙이기에는 너무나 내 것이 아니었고, 떨어지지 않기에는 집이라는 공간이 저를 녹일 만큼 안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요. 집이… 조금 좋아졌어요. 크고 작은 시도와 변화가 제가 집에서 쌓아가는 시간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자기 전에 읽는 조금의 책,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휘갈겨 두는 메모들. 초고와 퇴고가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
반가워요. 저는 시와 시가 아닌 모든 글을 쓰고 있는, 박참새라고 합니다. 애착이 쉽지 않은 제게 오래도록 소중히 여겨졌던 집의 물건 세 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❶ 책
책은 무한한 공간입니다. 이 끝도 없는 공간의 가능성 때문에 책 읽기를 포기할 수 없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확장성에 압도되어 단 한 줄도 읽지 못할 때도 많아요. 집이라는 공간이 제법 커지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책장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저는 정석의 서재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생활과 이사를 거듭하면서, 그리고 제 일의 파동이 잦아지면서, 높이 올려진 책장을 바라보는 게 살짝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책이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요 녀석들 기강을 팍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나온 결론은 : 책을 눕히자. 그때부터 저는 책장에 꽂힌 온갖 책을 다 빼내기 시작했고 거실과 안방 바닥에 한 권 한 권 씩 쌓았습니다. 어떤 분류도 체계도 없이 손이 막 가는대로 쌓았습니다. 책장이 있을 때는 찾아야 하는 책을 바로바로 찾기 위해 어떤 효율을 따지고 시스템을 구축했었다면, 무너진 책장을 만들 때는 이것이 최대한 쓰러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무겁고 판형이 큰 책을 아래에 두고, 더 많이 접힌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번갈아 쌓고, 책의 균형만을 생각하면서 찬찬히 쌓고 또 동시에 무너뜨렸습니다.
안방 침대 옆에는 조금 더 자주 읽을, 곧 읽을 것 같을 만한 책들을 모아두었습니다. 대부분 시집들이긴 하지만요. (웃음) 안방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침대이므로 그것과의 조화도 이뤘으면 했어요. 그러다 나온 결론은 : 책을 세우자. 처치곤란이었던 방의 모퉁이가 나만의 서재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어요. 책의 앞면과 뒷면이 만나고, 행을 이루고, 열을 이룹니다. 그렇게 침대 절반까지 내려온 종이로 된 또다른 침대. 내 발치의 책들. 내려다 보면 훤히 보이는 종이의 풍경들. 책장이 없어서 마음이 이렇게 좋다니. 책을 더 오래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 같아 기쁜 요즘입니다.
❷ 올라이트 일기장
일기장 역시 무한한 공간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외부에서의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있죠. 이 사유지를 독점하는 제가 부러 허락하지 않는다면, 살짝 엿보는 정도도 불가능합니다.
언제부터 일기를 썼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다 쓴 일기장을 버리지 않고 차곡 차곡 쌓아온 것은 2018년부터인 것 같은데요. 길다고 느껴지지도, 짧다고 느껴지지도 않아요. 어차피 계속 쓸 거니까요. 일기장에 대해 떠올리는 순간만큼은 약간의 진공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저는 줄노트에 일기를 씁니다. 두 선이 하나의 칸(공간 속의 공간)을 만들게 되죠. 저는 이것을 다시 쪼갭니다. 가상의 선을 만들어 그곳을 더욱 좁고 피폐한 공간으로 바꿔버립니다. 그래서 21줄을 쓸 수 있도록 설계된 노트에 그 두배, 혹은 그 이상의 말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1) 종이를 아낄 수 있으며 2) 그 누구도 곁눈질로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으며 3) 제한된 공간 덕에 상승하는 몰입도가 일기 쓰는 ‘맛’을 배가시킨다는 점입니다. 한 번은 일기장에다가 이렇게 쓴 적이 있어요 : “이렇게 계속 멈추지 않고 무한히 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내가 지금 이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쓰기를 너무나 바란다…” 하지만 마침표 없이는 새로운 문장을 쓸 수 없지요. 시작하기 위해 끝맺는 겁니다. 멈춘 그곳에서 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요.
저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아요. 어쩌다 잃어버려도 그러려니 하고요. 그런데 일기장 만큼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서 두 눈을 질끔 감아버리게 돼요. 새로운 일기장으로 교체할 때마다 뒷표지에 항상 적어두는 말이 있어요. “제게 정말 소중한 물건입니다. 습득 시 반드시 연락 부탁드립니다. 000-0000-0000”
❸ 유르트 가죽 필통
필통 역시 외관으로만은 판단할 수 없는 무한의 공간이기도 하죠. 이 작은 필통은 한 가죽 브랜드에서 가방 등의 제품을 만들다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투리 가죽을 활용해 만든 것입니다. 요상한 양말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벗어 놓고 간 허물 같기도 해요. 빳빳했던 첫 인상과는 달리 이제는 나의 손에 꼭 맞게끔 길들여 졌어요. 가끔 필통을 깜빡하고 외출하는 날이 있는데, 흡사 지갑을 두고 온 것 같은 아찔함이 스쳐지나가요. 3-4년 쯤 쓴 것 같아요. 보기보다 꽤 많이 들어가고요. 여러모로 보기와는 다른 점이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이 안에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받을지 모를 사인을 대비한 네임펜, 작은 만년필, 샤프 펜슬과 간이 연필 깎이, 오랜 스승에게서 받은 연필 한 자루, 오랜 펜에게서 받은 은빛 마커, 회색 빛의 형광펜, 펜 두 자루. 칼이 없어도 전장에 나갈 수 있는 무른 병사이긴 하지만 함께해 준다면 언제나 최고의 하루를 만들어 주는, 이 작고 꽉 찬 물건 하나가 제 든든한 친구처럼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
✒️ 여러분의 세계를 무한히 확장시키는 도구가 있나요?
나의 세상을 넓게 펼치는 물건이 무엇인지 댓글로 나눠주세요!
Credit
Creator Bakchamsae (@bakchamsae)
Illustrator sihyun (@sii.hyun__)
Editor Seulgi Lee
박참새 작가님 팔로우 중인데 제42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도 축하드립니다 ><
멋지십니다
우와 말씀주신 세가지 저도 모두 소유하고있어요! ㅎㅎㅎㅎㅎㅎ
무한함❣️
멋져용
글도 그림도 너무 따뜻하네용..!
가죽필통 예쁘져...
취향이 가득담긴 아이템들이 다 좋아보여요😍
매력적이에요
멋져요!
행복해져라~~
책,다이어리,만년필 비슷해요♥
따뜻한 그림에 매력적인 소품들 너무 좋네요
감성가득🤎
멋찝니다.
이번에 수상하셨던데 축하드려요!
세계를 확장시키는도구..노트북인거같아요 ㅋㅋㅋ타닥타닥
책이 주는 매력은 무한한 것 같아요! 책을 통해서 여러 세상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2D인 책이 3D인 공간이란 표현이 정말 멋져요.
편안한 그림이 너무 예뻐요
우와 넘나 물건이야기 좋아해요.
외부에서 출입이 불가능한 온전히 나만을 위한 무한한 공간 ! 일기장에 대한 표현이 너무 멋지네요 !
책이 가득한 따뜻한 가을 저녁
묘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뜻한 온기가 묻어 있는 것 같아요
그림이 너무너무 따뜻하네요
저도 애용하는 펜과 샤프가 있습니다. 유독 그 물건으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기분좋은 필기감이 편안함으로 이어져 생각을 맘껏 정리하거나 펼칠 수 있어서 좋아해요.
책의 기강을 잡다니 좋은데요
제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 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책이아닐까요...
일기쓰기..!부지런함 꾸준함을 가지신분들... 대단하신 것 같아요.
😍👍
일기 쓰는건 어렵지만 조금씩 도전해보겠습니다!
가죽필통부터 일기장까지~~저도 괜히 제 책상을 돌아보게 되는데요~
내년에는 일기를 열심히 써봐야겠어요ㅎㅎ!
참새라는 이름과 일러스트가 잘어울려용
유르트 가방 있는 1인 으로 필통 반갑네용👍💖
책,,, 표지만 봐도 아름다운... 완벽한 인생의 동반쟈,,
ㅎㅎㅎ책이 정말 많네요 세상을 넓히는 도구라....책이네요 ㅎㅎ
가죽필통 너무 예쁘네요!!! 그림과 글도 인상적이에요 :)
저도 일기장 굉장히 아낍니당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