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길부터 설레였어요. 왠지 삼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삼바가 그래요. 삶의 희노애락이 그 안에 다 있어 풍부해요. 알수록 더 빠져드는 음악이에요.
여러 일을 하신다고 알고 있어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 집에 초대해줘 고마워요.
저야말로 재미난 경험인 걸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마침 좋고요. (웃음) 전 평일에는 2개의 일을 해요. 덕분에 아침을 좀 일찍 시작하는 편인데요. 5시 반에 일어나서 7시 반까지 출근해 청소 겸 사무 보조 일을 2~3시간 하고 이후 동네로 돌아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어요. 바리스타로 일한 지는 한 10년 넘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녁에 브라질 음악가로서의 삶이 시작되는군요.
집으로 돌아와 곡을 쓰거나 삼바 노래를 연습하죠. 그리고 삼바와 쇼루(Choro)라는 장르를 연주하는 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시간을 맞춰서 밴드 합주를 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같이 연주하는 순간에는 아직도 너무 즐거워요.
‘미아(MIA)’란 이름표도 여기 있는데, 활동명인가요?
네. 브라질에 갔을 때였어요. 현지분들이 ‘민영’을 발음하기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어느 카페였는데 “민영”을 “미아”라고 불러줬어요. 이거 괜찮다 싶어서 냉큼 제 활동명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그럼 현재 본캐와 부캐는 각각 뭔가요?
현재로서 본캐는 브라질 음악가, 부캐는 바리스타라고 생각해요. 5년 전까지만 해도 반대였어요. 본캐가 바리스타였고 부캐가 브라질 음악 연습자였죠.
잠깐, 안 되겠어요. 우리 먼저 노래 한 곡 듣고 이야기를 시작해요. 자작곡 하나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나눈 이야기를 읽는 다른 집스터 여러분도 함께 듣기 좋은 곡으로요.
<Nosso Samba>란 곡을 들려 드릴까요? 우리말로는 ‘우리의 삼바’란 뜻이예요. 함께 삼바를 하며 행복했던 시간들에 대한 노래인데, 저의 첫 작곡이라 부끄럽지만 한번 틀어볼께요. 가사는 이렇게 시작해요. ‘당신의 쌈바, 꽃 피울 이곳에서 아름다운 날들이 지금 여기 있으니.’
너무 좋다! 그럼 커피도 한 잔 내려주세요.
맞아, 맞아! 그렇지 않아도 드리려고 했는데 잠깐만요. 어제 원두를 하나 샀어요. 브라질 상파울루 거예요. 저도 처음 마셔봐요. 혹시 브라질 커피를 드셔보신 적 있으세요? 다른 산지 원두에 비해 향이나 맛의 특색이 뚜렷한 편이 아니라 블렌딩에 주로 쓰고 싱글 오리진으로는 인기가 없는 편이이예요. 저는 좋더라고요.
이 집을 물들인 브라질 음악에 빠진 계기부터 이야기해주실래요? 흔치 않은 장르잖아요.
바리스타로 일하던 시절에 취미를 하나 시작해야겠다 싶어서 재즈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좀 쳤거든요. 근데 새로 배우는 격이라 어렵더라고요. 학원을 등록할 당시 28살이었으니까 학습 속도도 느렸던 것 같아요. 앙상블 수업인가 그런 시간이 늘 있었는데 매번 쭈구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죠. 그 중 보사노바 수업이있었는데요. 어설프긴 마찬가지 였겠지만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던 수업이었어요. 너무 좋았죠! 그렇게 자신감을 한번 얻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엔가는 학원에서 만난 동생 1명이 브라질 퍼커션 밴드를 알고 있으니 한번 놀러가보자고 해서 따라 나섰고요. 음악을 배운 후 들으니 공연이 더 좋았어요. 그렇게 알게 된 인연이 모이고 모여 지금 이 길에 서 있어요. 이렇게 브라질 음악가로 살 지는 전혀 몰랐죠.
직업을 바꾸는 데에 영향을 미친 특정한 음악이 있나요?
있어요. 누군가 “브라질에 이런 음악도 있어요” 하며 음악을 하나 소개해줬는데 그게 파고지(pagode)란 장르였어요. 삼바에서 파생된 장르인데 조금 더 대중적이죠. 듣는 순간 약간 울컥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근데 ‘이 음악이면 내가 오래도록 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어쨌든 브라질 음악을 해온 어린 친구들, 오래된 친구들에 비해 시작이 늦은 편인데 내가 과연 그들만큼 잘 할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던 시기였거든요. 근데 그 음악을 들으니까 비교 잣대는 없어지고 ‘나이가 들수록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브라질에는 언제 다녀왔어요?
2016년에 3개월 정도 다녀왔어요. 흥미에 정체기가 왔다고 느낄 즈음에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랐죠.(웃음) 다녀온 뒤로 더 사랑에 빠졌어요. 음악과 문화 모든 게 좋았어요. 이후로 주력 장르도 바뀌었어요. 전에는 밴드 식의 대중적인 브라질 음악을 쫓았다면 다녀온 후로는 더 전통음악 쪽으로 파고들게 되었어요.
민영 님이 다루고 있는 악기 한번만 소개해주세요.
까바낑뉴란 현악기예요. 삼바를 좋아하니까 자연스레 손에 쥐게 되었는데 악기가 그렇듯 연습하다 포기하고 연습하다 포기하고 그러면서 익히는 중이예요.(웃음) 브라질 음악 중 삼바와 쇼루에서 주로 써요. 우쿨렐레 같이 생겼다고 비슷한 거냐고 물어보는 분이 많은데 맞아요. 비슷한 계열의 브라질 전통악기예요. 근데 까바낑뉴가 먼저죠. 까바낑뉴는 줄이 쇠 줄이예요. 그래서 우쿨렐레보다 음이 더 까랑까랑해요. 힘차고요.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꽤 많아요.
기타를 칠 줄 아는 사람은 까바낑뉴도 칠 수 있나요?
기타를 연주하는 분들은 조금 더 빨리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기타를 잡는 법과는 조금 다르긴하지만요. 그래서 저도 도움이 될까 싶어 기타 연습을 시작했어요. 까바낑뉴를 더 잘 칠 수 있는 근육이 만들어지겠다 싶어서요.
주택가라 악기 연습할 때 조심스러울 것 같은데, 이 방음실이 도와주겠죠?
네, 작은방에 미니 방음실을 만들었어요. ‘방음 커튼’이라고 검색하면 제품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저는 한 80~100만 원 줬던 것 같아요. 방음 부스는 가격대도 너무 비싸고 전세집에 시공하기에는 무리이니 저는 이 조립식 방음 커튼을 택했어요. 혼자 조립하기는 조금 힘들고 둘이서 하면 수월해요. 방은 딱 사람 1명이 앉을 만큼의 공간이라 좁아요. 에어컨도 따로 없으니, 더운 여름에는 30분 연습하고 10분 쉬고 30분 연습하고 10분 쉬고 그런 식으로 텀을 둬야 해요. 대신 집중이 정말 잘 돼요.
언제 이 동네로 이사 왔어요?
후암동에 살다가 2022년 5월에 이쪽 영등포로 이사 왔어요. 밴드 연습실이 문래동에 있었거든요. 그래도 일주일에 2~3번은 가야하는 곳이니까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집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집을 구할 때는실내에 들어섰을 때 살고 싶은 느낌이 드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여기는 만족스러웠어요. 역과 가깝고, 방마다 창문이 있고, 심지어 큰 방에는 두 뼘 정도 되는 창틀이 있어 물건 놓기에도 좋았죠. 화장실과 주방에도 작은 창이 있었어요. 그런 작은 바람을 다 갖춘 집이라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넉넉한 창틀에 화분을 두셨네요. 싱그러워요.
식물에 빠진 지 얼마 안됐어요. 우연한 계기였어요. 여느 날처럼 책상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데 구석에 둔 화분 하나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4년 전에 살던 집의 전 세입자에게 받은 조그만한 스킨답서스 화분이었어요. 그냥 물만 가끔 챙겨줬을 뿐이었는데 걔가 살아있더라고요. 한번도 제대로 관심을 쏟아줘본 적 없는데 너무 묵묵하게. 갑자기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쟤도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러면서 약간 위로를 받은 것 같아요. 그때부터 키우기 쉬운 식물을 검색해서 하나씩 사 모으고 있어요.
음악을 들으면 식물이 잘 자란다고 하잖아요. 혹시 그런 차이를 느낀 적 있나요?
전 연습할 때 거의 이어폰을 끼거나 방음실에 들어가니까 식물들은 음악을 들을 일이 없었어요. 그러고보니 저 나쁜 보호자네요. (웃음) 앞으로 외출할 때 아주 낮은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고 나가야겠어요.
민영 님은 스스로 ‘집순이’이라 생각해요?
완전요. 저는 집에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일주일에 하루라도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없으면 힘들어요. 저도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더라고요. (웃음) 집은 내가 쉴 수 있는 곳, 편하게 늘어질 수 있는 곳,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는 곳이라 안전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에요.
그렇다면 집은 어떤 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공간이랄까요. 여러가지 일을 해서 즐겁지만, 힘든 순간이 문득 감기처럼 와요. 시간과 돈처럼 현실적인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는 일과 그걸 좇고싶지만은 않은 마음의 충돌이랄까. 그럴 때마다 집이 저를 응원해주는 것 같아요. 나의 정체성, 나의 가치관으로 살라고, 그렇게 살아도 좋다고요. 결국 저는 삼바 음악을 계속 하고 싶거든요.
그런 안정감을 위해 집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저는 사실 멘탈이 되게 약해요. 그래서 일기를 씁니다. 꾸준히 매일 같이 쓴다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순간도 있는데 그래도 의식적으로 하루에 한 줄은 꼭 쓰려고 해요. 하루 이틀 빼먹어도 연연하지 않고 계속 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번은 일기 쓰는 게 너무 귀찮아서 시간을 재봤어요. 근데 1분이 안 걸리더라고요. 그냥 오늘 하루 이랬다 이 한 줄을 쓰는데. 그래서 ‘1분만 쓰자’고 결심을 하고 시작해요.
1분, 생각보다 짧네요!
명상도 그래요. ‘조용한 방에서 가만히 자리 잡고 해야지’ 생각하며 미룬 적이 많았는데요. 이제는 그냥 어느 자리에서든 해요. 지하철 안에서도 3분이든 5분이든 호흡을 가다듬고 머리를 쉬게 하려고 노력하죠. 시간이 아니라 시도가 중요한 것임을 매번 깨닫고 있죠.
일기, 명상, 그리고 브라질 역사책을 읽고 브라질어를 배우고 까바낑뉴와 기타를 연습하는, 집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본캐를 가꾸는 일인 것 같아요.
어쩌면 브라질 음악이 삶의 태도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어떤 상태이건, 그 자리에 존재한다는 걸 느끼려고 해요. 사실 삼바가 마냥 행복하고 신나는 음악은 아니거든요. ‘슬픔이 없는 삼바는 삼바가 아니다’라는 말도 있어요. 아프리카 대륙에서 노예로 팔려온 민족이 지닌 그리움과 향수가 바탕이 된 음악이기에 희노애락 모든 감정이 녹아있는 문화죠. 브라질 사람들은 삼바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털어내요. 저도 그래요. 저는 감정적인 사람이고 즐거움과 슬픔의 기복이 큰 편이거든요. 그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탈 때 삼바로부터 위로를 받아요.
훗날 해보고 싶은 공연 있어요?
책상 앞에 붙여둔 사진이 바로 그런 건데요. 브라질에 호다지 삼바(roda de samba)란 문화가 있어요. 삼바 연주자 주위로 둥그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음악을 즐기는 거예요. 굉장히 캐주얼해요. 아무렇게나 모여서 맥주 한 잔 들고 준비된 간단한 음식 먹으면서 연주자들이 만드는 리듬에 몸을 맡기고 막 따라 부르죠. 장소도 대중 없어요. 마을 어귀나 체육관, 클럽 어디서나 열려요. 그 자리에서는 모두 친구가 돼요. 그런 호다지 삼바를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서울에서 브라질을 느낄 만한 문화 공간이 있을까요?
홍대에 삼바학교 에스꼴라 알레그리아가 있었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고요. 이런 말을 하기가 참 조심스럽지만, 제가 친구와 함께 사용하는 문래동의 작업실이 그렇게 변모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브라질 음악 공연과 약간의 술과 음식이 함께 있는 곳이요. 다음주에 삼바로 알게 된 일본 친구가 서울에 오기로 했는데 만나서 삼바하자고 했어요. 자연스레 문화 공간을 키워가보고 싶어요. 그때 저희 삼바 보러 오실래요?(웃음)
노래추천 넘 조와용!!!!
👍👍👍
멋있어요!
멋저요 연주 듣고 싶어요
멋져여
진짜 넘 멋집니다!!
추천해주신 음악 들으며 여름나라로 순간이동 해볼게요 ୧⍢⃝୨
분위기가 멋지네요:)
굿굿
분위기도 멋지세요!
브라질 좋아요^^
멋져요👍🏻
와 얼마나 좋았으면, 직업을 삼을 정도였을까요 좋아하는 것을 찾아낸 것과 그 열정이 너무 멋져요 !
👍
👍👍👍
본캐도 부캐도 👍👍 브라질 그냥 멀다고만 또는 축구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궁금해졌어요~ㅎㅎ
너무 멋진 자유 영혼이신 거 같아요! 브라질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들에 눈길이 가네요
방이 너무 예뻐요
와우~정말 멋지네요~음악도 멋지고~내맘 흐르는대로 집중해서 살아가는 것이~👍👍
추천해주신 음악 꼭 들어볼게요 ㅎㅎ 유니크하고 멋지심 👍🏻
멋지네용~
너무 멋있어요....!!
힐링될것 같아요
남미 풍미가 물씬나겠어요!!👏😂
자 시커먼게 방음커튼인가바여~ 신기
으🥰 힐링 그 자체이실것같아요
멋있어요~~
브라질 음악 하신다니 너무 멋져요!!🔥
오 문래동 가까운데 삼바 보러가고 싶어요!ㅎㅎ 추천해주신 음악들 틀어두고 저희집도 브라질 바이브 느껴봐야겠네요🇧🇷
와 추천해주신 음악들 잘 들어볼게요!
브라질이라니 뭔가 독특한 특색이 느껴져요
♡♡
😮
너무 멋져요☺️ 자신이 하고픈 일을 위해 열심으로 사는 분들 넘나 리스펙합니당!!
아.. 쌈바쌈바쌈바쌈바 춤을 추고있는 그대. (죄송합니다) 😭😭😭 브라질 싱글오리진 흔치 않은데 저도 최근에 마셔보니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