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 Maker
공존과 휴식을 추구하는 평화주의자
91

리추얼을 담는 그릇

  • Peace Maker
  • 음악

텍스타일 디자이너 이은재에게 요가와 명상은 운동 그 이상이다. 마음을 촘촘하게 기록하는 일기에 가깝다고나 할까. 브랜드 몸(möm)을 꾸려가는 은재씨에게 몸은 흘러가는 생각과 다양한 감각을 알아차리고 이를 담아두거나 펼칠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집이란 결이 비슷한 리추얼을 한 데 모으는 신전같은 공간. 가장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게 해줄 옷을 만들고, 직접 지은 리듬과 선율로 공간을 채우는 그의 행위에는 경계가 없다.

이은재

요가와 명상 그리고 전자음악 안에서 평화를 찾는 집스터

본업
브랜드 몸(@mom.seoul) 대표, 텍스타일 디자이너
특징
1920년대 흑백 무성 영화 보기
주요 관심사
판 디제잉



침대방이 거실을 대체할 정도로 넓네요. 

넓은 메인룸이 마치 스튜디오처럼 느껴져 선택한 집이에요. 방에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으로, 아버지가 청년 때부터 사용하셨던 오래된 스피커 세트를 뒀어요. 마치 작은 리츄얼 공간처럼요. 집에 오면 가장 먼저 스피커에 음악을 켜는 것 부터 시작해요. 이 공간에 거울을 가져다 놓고 요가를 하기도 하고요. 


방 모퉁이마다 자리 잡은 제각기 다른 스피커들도 눈에 띄고요.  

책상이 있는 작업공간, 소파가 있는 서재, 침대 이렇게 각각의 스팟에 스피커를 뒀어요. 예전부터 저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스팟마다 제가 음악을 듣고 싶을 때 바로 손 닿는 곳에 스피커를 두고 싶다는 욕망이 항상 있었거든요. 아주 좋은 장비들은 아니지만 각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운 스피커로 밀착된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해요. 언젠가 꼭 구비해서 음악을 듣고 싶은 스피커는 제넬렉(GENELEC- 8351B) 이에요. 


취미로 전자 음악을 만드신다고요. 

맞아요. 피아노 연주는 제 오랜 취미였는데, 이게 전자음악으로 뀌었어요. 피아노로 악보없이 느낌이 흘러가는 대로 건반을 치는 걸 취미 삼아 해왔었어요.  88개 건반 모양을 띈 마스터 키보드를 통해 작업을 하기 때문에 피아노를 치는 방식과 같거든요. 전자음악은 사운드를 여러개의 클립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보니, 더욱 다양한 구성을 짤 수 있어요. 제가 디자인을 전공해서인지 모르지만 사운드라는 청각 요소를 시각적으로 떠올리며 작업할 때가 종종 있는데요, 비유하자면 노트 하나하나를 다각도에서 조물조물 빚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무드를 소리고 구현하는 행위가 매력적이죠. 




처음 전자음악 작곡에 입문한 계기가 있었나요? 

게임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어서였어요. 그 중에서도 고전게임, 8비트 게임에서 흘러나올 법한 그런 음악들이요. 고전 게임인 ‘파랜드 택틱스’나 ‘프린세스 메이커’를 테마로 짧은 곡들을 만들어보기도 했죠. 저는 전자음악이 가진 “낡은 무드”을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인 ‘엠비언트’는 뿌리가 오래된 장르거든요. 일렉트로니카 라는 분야가 태동하기 시작했을 무렵의 사운드를 들어보면 지금의 깔끔한 사운드와는 다른 러프함이 정말 좋아요. 어쩌면 제가 ‘날 것 같다’고 느끼는 기준은 대부분 약간 기술적으로 덜 발전한 그런 느낌인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무드를 넣은 사운드 직접 만들고 연주할 수 있다니,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음악과 가장 깊게 조우한 경험을 들려주세요. 

저는 항상 일기를 쓰면서 음악을 듣는데요, 일기 말미 그 때 흐르던 음악을 기록합니다. 일기는 주로 제 인간적인 탐구를 위해 쓰는 글이기 때문에 마음 속 생각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거든요. 당시 저는 마음을 극단적으로 많이 써야하는 사건을 생애 처음으로 겪고, 명상을 한 뒤 일기를 쓰고 있었어요, 그때 지금까지도 제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음악인 수잔 치아니Suzanne Ciani의 ‘The fifth wave : water lullaby’ 라는 음악을 만났죠. 음악이 사유를 끌어낼 수 있고, 매개체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껴본 순간입니다. 바다를 주제로 일곱 개의 파도를 표현한 seven waves라는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예요.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런 음악을 좋아하시는군요. 배경음 같기도 하면서, 명상음악 같기도 한데요. 

엠비언트 라는 장르를 가장 좋아해요. 엠비언트를 ‘환경음악’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저는 그 표현이 더 와닿더라구요. 단순히 사운드가 반복되는 것보다는 멜로디컬한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운드가 굉장히 오래되고 러프한 듯한 무드인 것도 좋아하고요. ‘정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전자음에 매력을 느끼는 듯 해요. 아예 엄청 비트감이 있는 전자음악들도 좋아거든요. 트랜스나 드럼앤베이스라는 장르요.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뮤직 채널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군요. 

비요크(bjork)를 매우매우매우 좋아합니다! 어릴 적부터 굉장한 팬이었어요.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은 ‘sounds of the dawn’와 ‘Terminal passage’이에요. 엠비언트 계열 음악 아카이빙이 좋아요. ‘Studio Namsan’이라는 국내 프로덕션 스튜디오의 채널도 자주 들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DJ의 믹스셋을 감상할 수 있어요. 해외 디제이 중에서는 ‘LUKE VIBERT’나 ‘SPFDJ’ 를 좋아하고, 국내에선 ‘DJ FFAN’, ‘DJ YES YES’의 팬이에요. 


음악을 듣기 위해 자주 찾는, 평소 좋아하는 바 등 공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음악을 들으러 뮤직바를 찾는 편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레코드샵이 몇 있습니다. 세운상가 미오 레코드(@miorecords_korea), 신당동의 정션(@junctionseoul),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을지로 우주만물도 좋아했죠. 공연이라면, 모듈라서울(@modularseoul)이라는 전자음악 공연을 여는 베뉴가 있어요,  좋은 전자음악 공연이 자주 열려요.




음악 작업을 하는 공간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쭉 랩톱으로 작업을 해왔는데, 최근 데스크탑 컴퓨터를 새로 들여놓았는고요. 마스터 키보드는 원래 데스크탑 책상에 함께 올려놓고 썼었는데, 피아노와 동일한 88건반을 쓰고 싶어 오른편 쪽에 전자 건반을 놓을 공간을 따로 두었어요. 컴퓨터와 연결해서 즉각적으로 작업을 하기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연주에 오롯이 집중하기에는 더 좋은 것 같더라고요. 바로 옆 베란다에 향을 피워두고 나무 뷰를 보면서 건반을 치는 시간을 참 좋아해요. 

 

어떤 툴들을 가장 좋아하세요? 

현재로서는 에이블톤과 제 마스터키보드에요. 많은 DAW(Digital Audio Workstation)가 있지만 제게는 에이블톤이 편하더라구요.  디자인이 직관적이고 시각화가 잘 되어있어서 사용이 더 편리한  것 같아요. 


음악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소리를 빚는 느낌으로 여러가지 모듈을 건드려보는 과정에서 시작돼요. 음악 하나를 골라 사운드를 재현해보기도하고 작곡 툴 안에서 이렇게 저렇게 파고드는 디깅을 하는 거죠.  그리고 손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연주를 해봐요. 이런 식으로 평소 모아둔 사운드와 음원의 일부를 잘라내서 제 음악에 쓰는 걸 ‘초핑(Chopping)’이라고 하는데요. 여러 사운드를 초핑해서 정말 아무런 경계없이 자유롭게 무언가를 해보곤 해요. 


한번 작업을 하면 얼마나 오래 몰입하는 편인가요?

가장 몰입해서 할 때는 네 시간씩 앉아 있을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나면 정신적으로 되게 충만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음을 만들어냈다’라는 성취감도 있지만, 그보다는 음악을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있어요. 저를 둘러싸고 있는 유기적 기운과 다양한 갈래의 흐름이 한 데 모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음악을 작업하는 방식이나 이를 대하는 태도가 명상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요.   

초반에는 창작욕구 해소의 비중이 컸다면 지금은 명상의 한 부분으로 작업을 하고 있긴해요. 그래서 제겐 음악 작엄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개념과 같아요. 저는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가장 큰 요소가 ‘사운드’라고 생각해요. 왜, ‘사운드 인테리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저는 제가 만든 음악으로 명상과 요가를 즐길 수 있다면, 그건 곧 제가 원하는 공간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뜻이라고 믿어요. 그게 큰 만족감과 마음의 안정을 주죠.

 



오늘 입고 계신 옷에도 눈길이 가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분위기나 감각도 담을 수 준비가 된 자유롭고, 풍성하면서도 가벼운 착장이요.  직접 만들었나요?

네. 제가 운영하는 몸(möm)이라는 브랜드예요.  저는 요가와 엠비언트 뮤직이라는 장르가 어우러진 명상을 만나면서 ‘인간이 지닌 정신의 힘이 이토록 대단하구나’하는 걸 느꼈어요. 명상으로 내 마음의 구김을 이렇게나 곧게 다릴 수 있다니. 그래서 동생과 함께 명상이 제게 준 경험을 구현할 명상,요가 의류 브랜드를 구상했죠. 동생은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저는 텍스타일 디자인 전공을 했다보니 자연스럽게 의류 브랜드 구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스포티한 레깅스나 탱크탑 요가복에 견준다면 지극히 편안한 일상복 느낌이네요.  

자연적이고 거친 직물감이 느껴지는 소재를 이용하고 싶었어요.  요가나 명상을 할 때는 물론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옷, 몸을 갈구치지 않는(’방해하는’의 경상도 사투리) 옷이요. 테라피의 개념에서 탄생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용하고 수용하며, 공존을 말하는 그 정신이 옷에 담기길 바란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인스타계정(@mom.seoul)을 ‘명상센터’라는 카테고리로 설정해놨어요. 


오늘의 나에게 취미란 어떤 의미인가요?

‘반려’의 개념에 가까운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이기에 필요해졌고, 그렇기에 함께 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요. 


일렉음악을 배워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려요. 
우선 툴을 설치하세요! 그리고 아무렇게나 가지고 놀아보세요.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노래를 한 곡 선정해서 소리를 카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모듈러 신디사이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링고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자주 보고 있어요. 기본적인 이론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서 다양한 리뷰도 찾아볼 수 있어서 모듈러에 입문하시거나 정보를 얻고자 하신다면 정말 많은 도움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Tips

이은재의 올타임 페이보릿 플레이리스트 5  

Editor
Eunah Kim
|
Photographer
Jules Tomi
|
Date
2023-10-24

    • Creator
    • 음악
    64

    금요일의 피아노 

    과학 잡지 <과학동아>의 에디터인 그는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합니다. 삶에 리듬을 더하고, 그로 말미암아 견고해집니다. 

    • Home Tourist
    • 음악
    66

    음악을 모으는 집 

    8년간 수집해온 600장의 LP와 함께 사는 김통일 씨의 음악 감상’집’을 들여다봅니다.

    • Collector
    • 음악
    82

    취향을 찾아 표류하는 아지트

    글로 비트를 만드는 힙합 평론가 김봉현 씨의 수집하는 즐거움에 대해 고찰합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나만의 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라이프집에 가입만 하면 모두 보실 수 있어요!

카카오톡으로 3초 만에 무료 가입 이미 집스터라면? 로그인하기
  • 2023.11.29 20:15

    멋있네용~

  • 2023.11.25 23:02

    취미가 반려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 2023.11.23 06:33

    와... ... 음악을 들으면서 일기를 쓴다라.. 넘멋있으시네요!!

  • 2023.11.17 16:51

    와 정말 너무 멋있으시네요 :)

  • 2023.11.09 10:17

    출석

  • 2023.11.01 16:42

    고전 게임을 위한 전자 음악이라고 하니 흥미롭습니다
    어린 시절 컴컴한 오락실에서 듣던 다양한 사운드들이 기억나서 재미집니다

  • 2023.10.30 19:58

    오 멋져요

  • 2023.10.27 17:43

    ㅋㅋㅋㅋ 멋지세네여

  • 2023.10.27 16:04

    오늘도 새로운걸 배워가네요^^

  • 2023.10.27 12:30

    낯선 음악들이지만 추천받아갑니다! 멋져요

  • 2023.10.27 01:42

    ♥️

  • 2023.10.26 16:02

    🥰🎶🎧

  • 2023.10.26 11:42

    굿굿

  • 2023.10.26 10:50

    플레이 리스트 감사해요

  • 2023.10.26 08:25

    플레이 리스트 참고 해서 들어보고 싶네요^^

  • 2023.10.26 01:03

    노래 감사합니다💕

  • 2023.10.25 13:21

    바이브가 편안해요

  • 2023.10.25 13:14

    🎧🍰☕️

  • 2023.10.25 13:09

    노래 소개 감사해요.

  • 2023.10.25 12:38

    멋진 공간이네요~

  • 2023.10.25 11:07

    멋있어용

  • 2023.10.24 23:42

    의류 브랜드도 운영하신다니 멋지세요👍

  • 2023.10.24 21:30

    너무 멋져요!!👏🏻

  • 2023.10.24 19:02

    취미가 반려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 2023.10.24 18:52

    힐링됩니다

  • 2023.10.24 18:03

    배경음악과 의상까지 자신의 스탈로~

  • 2023.10.24 17:17

    브랜드 '몸'이라니 너무 멋지시네요. 진정한 리추얼을 실천하시는 분 같아요.

  • 2023.10.24 15:50

    멋져용..대박

  • 2023.10.24 14:36

    코지한 분위기가 넘 멋지네여

  • 2023.10.24 14:13

    우와 음악에 진심이시라니 작곡은 어렵던데 대단하시네요!!🫢

  • 2023.10.24 12:40

    정독하였습니다 저도 요가와 명상 그리고 음악창작까지 해보고 싶네요!

  • 2023.10.24 11:04

    플레이리스트 추천 감사드려요 ! 오늘 퇴근 후에 한 번 들어봐야겠어요~!